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우보이 Aug 22. 2016

사업은 놀이가 아니다

스타트업 놀이에서 빠져나오기

초초초 초보 예비창업가인 나는 오늘도 사업을 글로 먼저 배운다. 6개월간의 파트타임 사업?을 하면서 고민하던 점을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에서 명료하게 정리해주셔서 나누고자 한다.


파트타임 사업으로 외국인과의 소셜다이닝 서비스를 해온 지 6개월이 되었다. 아이디어는 한국의 일반 가정집에서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을 초대하여 일상적인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집주인은 밥값을 받는 서비스이다. 호스트에게는 비행기 타지 않아도 해외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하고, 여행객에게는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local experience, 현지인과의 어울림, 집에서 따뜻한 한국의 밥을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biAyLcX9Ep0

 작년 9월부터 우리가 직접 나와 친구 집에서 외국인들을 꾸준히 초대하여 밥을 먹여왔고, 금년 초부터는 약 6개월간 꾸준히는 아니더라도 2주에 한 번은, 서울과 근교의 제3의 호스트들을 발굴하여 호스팅을 해 왔다. 처음엔 이래 저래 두려워하던 호스트들도, 한 번 호스팅을 하고 나면, 외국인들과 굉장히 친해지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것이 너무 특별하다고 했다. 외국인 게스트들 역시 하나같이 반응이 너무 좋았다. 이런 서비스가 여러 도시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자기도 집에 돌아가 호스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좋은 반응에 취해 우리는 계속 우리의 신념을 믿고 쭈욱 나아갔다. "소수의 고객을 감동시켜라"라고 했던 Y콤비네이터에서 나왔던 말을 더듬으며 우리의 서비스를 좋아하는 극소수의 고객들을 믿고 지금까지 해왔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던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게으름인지, 아니면 한국에서 호스트가 된다는 것에 수많은 조건들이 필요해서인지, 우리는 더 많은 호스트들을 모으지 못했고, 호스트들의 자발적인 재호스팅률을 높이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특징은 이 지구 상의 그 누구보다도 바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바쁜 한국인들에게 자기 집을 열어서 외국인들을 초대하고, 집에 오는 길을 알려주게 하며, 장을 보고, 역 앞에서 데이터/인터넷이 안 되는 외국인들을 일일이 연락해 빠짐없이 집에 데려오고, 요리를 하고, 식사를 제공하고, 함께 분위기를 맞춰주고, 설거지를 하고, 돌아가는 길을 안내해주어야 했다. 호스트가 받는 금액은, 우리 플랫폼이 일부러라도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해, 또 게스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순수 재료비 값만 받게 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우리의 변수들은 너무 많았다.


우리는 다시 진지하게 주판알을 튕겨보기 시작했다. 6개월 전, 전혀 서비스의 가시적인 부분이 보이지 않았을 때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성장곡선(호스트 수 및 재호스팅률)을 그린 것과 달리, 우리는 우리가 호스트를 발굴하는 현실적인 속도를 반영해본 결과, 도저히 이 서비스를 '사업화'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무나도 큰 실망을 했다. 지금까지 약 1년여간 그 누구가 우리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낼 때마다, 나는 침을 튀겨가며 1시간이 넘게 변론하곤 했을 정도로 애정과 열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일단 한국이라는 특정 나라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자기 집을 열게 하는데 굉장한 난이도를 보였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서비스화시킨다 할지라도, 분명 매출과 이윤없이 굉장히 오랜 기간을 투자하여 서비스를 만들어나가야 함이 분명했다. 불행히도, 나는 나를 너무 잘 알기에, 나의 애정과 열정이, 소득 없이 3년, 혹은 더 오래 이 서비스를 안고 갈만한 깜냥과 열정이 부족함을 시인해야만 했다. 나와 내 파트너가 이 정도인데, 우리 팀원들은 어떻겠나.


지난 6개월간 우리 서비스에 대해 열정이 가득하면서도 계속 불안해하던 것은 바로 우리 사업의 본질이 고객들의 절대 욕구를 건드리는 것이 아닌, 없어도 상관없고 있으면 좋은 '비타민'같은 서비스라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airbnb는 부족한 호텔의 방을 채워주는, 고객들 입장에서 부족한 숙박을 원인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다가 저렴한 좋은 서비스였다. 배달의 민족은 주구장창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한국인들에게 기존에 전화보다 '편리한'방법으로 고객들을 만족시켰다. 그러나 우리 서비스의 카테고리는 일종의 익스트림 스포츠와 같다. 의, 식, 주가 만족되는 그룹에게, 조금 더 큰 재미를 주는, 특별한, 경험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couchsurfing과 같은 플랫폼이 있다. 카우치서핑은 현재 20만 개 도시에서 천만명이 넘는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 엄청난 숫자이지만 전 세계 여행객을 100명이라 한다면, 아마도 1명도 안 되는 비율일 것이다. 여전히 굉장히 상대적으로 니치 한 시장이지만, 굉장한 유저 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만들기까지, 카우치서핑은 1999년에 설립, 대략 12년을 non-profit organization으로 운영이 되다가, 2011년 즈음 투자를 받고 couchsurfing.com 의 for-profit 회사로 변경이 된다. 물론 지금 역시 광고 혹은 verification mark를 파는 것 외에 특별한 수익구조가 없다. (최근에는 skyscanner를 연동하여 flight 예약까지 돕고 있다)

출처:www.couchsurfing.com

즉, 결론은, 나는 그 정도로 위대한 사람이 못 되어, 자그마치 11년이나 이 서비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키워나갈 자신이 없다는 결론이다. 겁쟁이라 부른다면 굳이 부정할 수 없겠다.


따라서 나는 problem-solving 쪽으로 접근하고 싶다. 나는 사소하지만 특정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문제들을 푸는 방식으로 사업을 접근하고 싶다. 조그맣고 소소하게라도, 사람들의 불편함에 귀 기울이고 그 문제를 풀어주는 연습을 하다 보면,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렇게 리더십 없는 나와 내 친구들을 따라온 우리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이번 주 정기 모임에서 우리는 공식적으로 우리 서비스의 '종료'를 선언해야만 한다. 심지어 팀원 한 명은 해외에 가 있어, 슬랙으로 이 슬픈 소식을 전해야만 한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생활 방식, life style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외국인과 만나고 그들에게 우리의 집밥을 제공하겠지만, 이 것을 사업화시키기 위해 우리의 시간과 정력을 미친 듯이 쏟아붓지 않게 될 것이다. 3년 동안 비슷한 서비스를 해 오다, 피봇팅을 한 대표님을 만났었다. 그리고 조언해주신 만큼 우리가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도 반성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무식하게나마, 해보고 판단하게 된 것 역시 우리에겐 '배움'이다. 혹자는 너무나도 비효율적이고 시간낭비를 하였으며, 왜 굳이 그렇게 스마트하지 않게 배우느냐고 할 수 있겠다. 할 말이 없다. 어차피 시간은 지나갔고, 우리는 우리가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음 사업의 방향을 논의해야만 한다. 그리고 팀이 유지될지는... 잘 모르겠다. 혼자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있지만,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받아들여야지.

권도균 대표님의 책 내용을 나눔으로 오늘 포스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업의 본질에 다가서라'

고객의 관점으로 사업을 정의하라  -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우리의 사업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창업가 내면의 신념, 직원들의 기대, 우리 제품 자체에 집중하면 답을 구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눈을 내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외부에서 우리를 바라봐야 한다. (중략)

제조업자적 사고방식이 회사 내부에 초점이 맞춰 우리가 무엇을 만들 것이냐 또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더 많이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이라면, 마케팅적 사고방식은 고객들의 눈으로 바깥에서 안을 보고 고객이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특정한 문제를 가진 특정한 고객'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면, 창업가는 도대체 왜 이 일을 하는가. 사업가는 예술가와 다르다. 예술가는 자신의 내면 정신과 욕구와 예술성에 집중한다면, 사업가는 외부 고객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중략)

관념적인 체계 속의 고객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정해야 그들의 실생활 속의 현실적인 문제와 필요를 꺼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딩 부트 캠프 정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