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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Oct 20. 2016

누군가를 위한 사업

나를 위하기보다는

사업을 왜 하고 싶을까? 요즘은 퇴사 관련 브런치 글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부조리한 한국 조직사회에서의 심한 내적 갈등으로 인해 용기 내어 퇴사하는 우리의 멋진 젊은이들, 나는 그들이 자랑스럽다. (물론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조직 안에서 성실과 열심히 주욱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 또한 존경스럽다.) 

그래서 '퇴사'관련 글, 혹은 이야기, 혹은 스토리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왜 꼭 '사업'이어야만 할까? 첫 직장이 중소기업, 그리고 대기업, 마지막으로 지금 다니고 있는, 그리고 곧 퇴사를 앞두고 있는 외국계 기업을 다녀본 경험이 있다. 어쩌다 보니 국내에서 다녀볼 수 있는 일반적인 기업의 여러 형태를 경험하게 되었다. (결코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누군가 '사업을 한다'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기 쉬운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될 수 있다. 이제는 그렇게 순진하지 않지만, 예전에 누가 회사를 다니지 않고 '사업을 한다' 하면, 와 우러러보면서 '이 분은 돈이 많구나'라고 속으로 자주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지만 말이다. 


퇴사를 한 달 여 앞두고 나도 왠지 모를 여러 걱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사업을 하겠다고 무작정 출사표를 던졌지만, '사업'이 아닌 프리랜서 혹은 1인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닐까? 아니 1인 기업이 돼서 먹고살 수 있게 되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그러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1인 기업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할 수 있는 '무엇'이다. 그럼 내가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 내가 과연 단 한 명의 소중한 팀원이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드릴 수 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지금 다니는 직장이 참 좋은 직장인 이유는, 제품이 좋기도 하지만, 나의 사수가 아주 끝내주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한국에서 회사 다니면서 사수를 존경해보기란 참 어렵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퇴사하게 되면 여러모로 2년여간 나를 가르쳐온 보람이 순식간에 날아가고, 또 다른 새내기에게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수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퇴사, 및 사업 결단에 대해 지지해주고 존중해주신 분이다. 내가 여러모로 걱정도 되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들고 근심이 많다고 털어놓으니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글쎄, 생각의 방향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개인의 어떠한 목표, 욕심보다도 그 어떤 누군가를 위한 사업을 일궈야겠다는 다짐 같은 거 말이야"

오, 책에서만 봤던 글귀 같은 말을 직접 들을 줄이야. 집에 가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래, 내가 돈을 벌 수 있을까, 월급만큼 집에 현금을 다달이 가져갈 수 있는 시기는 언제일까, 이런 고민만 했지, 내가 과연 이 사회의 누군가를 위해서 또는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사업으로 해보자는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다짐 및 동기부여는 왜 스스로 부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자기만족이라도 왠지 지금 당장은 상관없을 것 같다. 불안해하는 것보다 10배 정도 나은 것 같다. 그래, 돈을 많이 벌고 안 벌고는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건 정말이지 결과론적인 것이니, 여러 가지 각도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볼 수 있도록, 또 그 일이 이 사회의 누군가를 위해 좋은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함께 일하게 될 팀원이 될 수도, 혹은 우리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만족과 행복을 얻게 될 고객들을 생각해 보자. 기대되지 않는가. 선비 같은 생각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생각하는 게 훨씬 더 부담이 덜 된다. 걱정할 시간에 코딩과 서비스나 더 만들어보자. 이미 사업을 하고 계신 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뭣도 모른다고 생각하실 것 같다. 혹은 1년 뒤, 2년 뒤에 내가 돌이켜 이 글을 보면서 햇병아리라고 생각이 들겠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성장했다는 증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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