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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Sep 29. 2016

퇴사준비 - 월 지출 정리

나는 한 달에 얼마나 쓸까

퇴사를 3개월 앞두고 있다. 32년간 언제나 저지르고 뒤처리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준비해서 나쁠 건 없으니 하나둘씩 나 자신의 cash in, cash out을 적어보기로 했다. 

구글 엑셀 시트를 켜놓고 월세, 휴대폰 비용, 인터넷, 가스, 전기, 수도세, 교통비 등등 고정 지출비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비싼 H해상을 끊고 만 원짜리 실비 보험으로 바꾼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자주 타던 승용차를 주차시켜놓고 대중교통만 이용하는데도, 모아놓고 나니 한 달 지출이 꽤 된다. 


고정 지출비 이외에 그동안 사용했던 신용카드 내역을 보니 더 가관이다.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직장인으로서 신용카드를 얼마나 헤프게 긁어댔는지, 한 달 신용카드 지출금액이 어마 무시했다. 이런 지출비용을 정리하는 과정 가운데 내가 얼마나 낭비가 심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아... 얼마나 호화롭게 살았던가. (라고 적었지만, 대부분의 내용들이, 생각 없이 편의점에서 사 먹던 허쉬 초콜릿 드링크, 츄러스, 아이스크림, 맥주, 봉구비어 등등..) 어째됬든,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몇 천 원, 만원 단위가 모이니 무시무시한 지출로 나타났다. 


선배 창업가 형님의 이야기로는, 지금 내가 쓰는 월 지출비용의 1/3로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얼마가 됐든 내 현재 지출의 2/3를 줄인다는 것은 실제로 하나하나 적어보니 만만치 않은 과제인 것 같다. 팔로우하는 블로거 선배님은 부부인데, 치킨 시켜먹는 것도 날을 정해서 한 달에 한 번 먹는다고 하셨다. 그 사실 자체보다, 자세가 존경스럽다. 


사실, 내가 제일 돈을 헤프게 쓰는 곳이, 친구들과의 술자리인데, 반년 동안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며 술자리를 빠진 지 오래다. 생각보다 놀라운 것은 술자리에 자주 가는 남자들일 수록, 실제로 자신들이 술자리에 돈을 얼마나 쓰는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쓰는 것을 모아놓으면 꽤 놀랄 것이다. 왜냐하면 보통 술자리를 가지게 되면 최소 2, 3차까지 가는데, 돌려가면서 돈을 낸다. 큰돈이어도 돌려가면서 돈을 내니, 많지 않다고 생각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취기가 올라오면 사실 3, 4차 때 쓰는 돈은 금액이 커져도 셀프 피드백이 빨리 오지 않는다. 어찌 됐든, 매 번 친구들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당분간 이러한 술자리는 내게 사치일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서 4개에 만원 하는 수입맥주를 가끔 사 먹는 것이 내게 유일하게 남은 행복인 것 같다. 


다시 강조하자면, 큰돈을 가끔 쓰는 것은 절제하기 쉽다. 하지만 작은 돈이 꾸준히 빠져나가는 것을 1) 감지하고, 2) 절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술자리도 단적인 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지갑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바로 점심과 저녁식사 비용이다. 식사 비용은 조금 비싼 비용을 들이더라도 

1)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2) 어차피 밥은 먹어야 하는 거니깐, 이왕이면

이러한 배경으로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일리가 있다. 정말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하지만 내 생각엔 다르다. 아껴야 한다. 역시, 한 달 식사에 지출하는 비용을 모아놓으면 끔찍하다. 요즘은 또, 5천 원에 식사 한 끼 못하는 식당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싱글들보다 결혼한 유부남, 유부녀 분들이 훨씬 더 많은 비율로 밖에 나가서 식사하기보다, 도시락을 싸오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점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저녁은 노력해서 식재료를 장보고, 직접 해 먹기로 했다. 대충 계산해보니, 잘만 하면 한 끼 나가서 먹는 비용으로 세 끼까지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식재료 재활용) 더 좋은 점은, 만약 나 이외에 추가 인원이 있는 경우, 밖에서 사 먹으면 한 끼 식사 비용 x 2인데, 집에서 해 먹으면 꼭 x 2가 아닌 x1.5 혹은 더 적을 수도 있다.  


나는 스마트폰을 싫어하지만 스마트폰에 빠지기도 쉬운 타입이다. 각종 뉴스, 영상, 만화 등등, 한 번 빠지면 탈출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혹과 중독성이 강한 늪지대가 콘텐츠 가득한 스마트폰이다. 그나마 알뜰폰으로 1년간 버티고 있어, 기존 통신사보다 1,2만 원 싸게 쓰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지출 비용이 크다. 단말기 할부 원금까지 해서 한 달에 약 6만 원을 내고 있던 것을 발견하고, 요금제를 한 단계 내렸다. 그래서 한 달 사용 가능한 데이트는 2GB. 최대한 집, 직장 및 지하철에서는 Wifi를 사용하고, 밖에서는 꼭 필요한 경우나 뉴스 읽는 것을 제외하고는 '독서'를 생활화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2GB도 충분하다. 익숙해지면 다음 달에는 더 낮은 요금제를 시도해 봐야겠다. 


모든 지출을 절약하는데 포인트가 아닌, 내 지출을 '관리'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발버둥이다. 솔직히 직장생활을 계속했었더라면, 결혼하기 전까지 계속 지출에 대해 추상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게 뻔하다. 신용카드 엄청 긁어대고, 조금 오버하면 다음 달 월급으로 채워 넣고... 아마 그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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