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받침대로나 쓸까
<글 표지 사진 출처: The Indian Express >
최근 들어서야 독서량을 늘리고 있다. 독서량이 현저히 적었을 때는 몰랐는데, 나름 진지하게 여러 책을 읽다 보면, 분명 좋은 책들이 있는 반면에 '정말 어떻게 이런 내용으로 책을 쓸 수 있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성의 없는 내용의 책들도 분명 있다.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좋은 책도, 나쁜 책도 다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고 나서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이 있기 마련이다.
부끄럽지만 사실 솔직히 이야기하면, 개인이 책을 썼다 하면 모든 책의 저자를 '전문가'로 생각해서 책의 내용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곤 했다. 그 어느 누가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서는 최소한 적어도 관련 분야의 책을 60권 이상은 읽을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요즘은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출판사에서 글의 형식이나 오타 등을 잡아주는 것 같기는 한데, 글의 퀄리티를 잡아준다고 판단이 되지 않는다. 물론 책을 내는 작가로서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글쓰기가 부족한 어처구니없는 나도 이렇게 블로그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책을 구매하는 '독자'로서 엄선된 책을 고르고 싶은 생각이 점점 생긴다.
누가 그랬다. 디지털/온라인화 되어있는 현대시대에 누가 종이신문을 보느냐고. 나 역시, 대부분 모두의 신문이라는 신문기사 모음 포털 앱을 통해 여러 신문사의 글들을 읽는다. 종이신문 및 프린트되는 발행 신문, 즉 종이신문을 읽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글이 발행되기 전 편집의 엄격한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신문의 예를 들어보자. 온라인 기사는, 빠르게 올라오기 때문에 제대로 검토/퇴고? 되어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있고, 또한 독자의 피드백을 작성자가 댓글 등을 통해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후에라도 오타 및 정정사항이 바로잡힐 수 있다(는 생각을 기자가 작성 중에 할 수 있다). 하지만 활자로 프린트되는 글들은, 일단 발행되어 독자의 손에 넘어가면 독자의 피드백을 바로 받아보기 힘들며, 수정이 되더라도 근시일 내에 되기 어렵고 출판된 원본은 수정조차 될 수 없다.
아직도 '좋은 책 고르기'의 기술은 전혀 없지만, 조금씩 '나쁜 책 걸러내기'의 기술을 배워가고 있다. 최근 들어 배운 것 한 가지는, 책의 내용을 빨리 훑어보면서 온갖 다른 책의 내용이나, 다른 사람의 말만을 인용해놓은 책들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 책들의 내용을 보면, 분명 뭔가 저자의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해당 주제에 대해 깊게 사유하지 않고, 바로 쉽게 다른 인용으로 짜깁기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경우로 교회에서 설교자가 설교할 때, 얼마나 준비를 진지하게 하셨는지를 알고 싶으면, 설교 내용의 대부분이 인용으로 가득 차 있는지, 아니면 내용에 대한 설교자 자신의 언어로 표현이 되고 있는지라고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건 교회의 설교자뿐 아니라 모든 발표자에게 해당되지 않을까.
자 그럼 신나게 비판했으니, 비판의 결론은 나 자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나 자신은 발표할 때나, 글을 쓸 때 얼마나 깊이 사유해서 나만의 언어로 나의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는가? 부끄럽기 그지없다. 한 문장을 써놓고, 스스로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해하는 척, 아는 척하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깊이 고민하고 괴로워해서 나의 것으로 만들어내어 따끈따끈한 나의 언어로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고민해볼 일이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자신의 언어로 솔직담백 하게, 그리고 감칠 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 책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바로 방송인 허지웅 씨의 최근 에세이!
솔직히 처음 읽는 허지웅의 작품이었는데, 조금 놀랐다. 방송에서만 보던 모습이 아니라, 삶에 대해 허세 없고 훨씬 더 진지하고 위트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놀랐다. 더욱 좋았던 것은, 남의 눈치를 보고 쓴 글 같아 보이지 않아서 더 그랬다. 이것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의 글이다. 그런 문장들이 나오면, 출판사 편집장이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되는 그런 문장들이 많이 보인다. 나도 그런 글들을 쓰고 싶다. 이 블로그에서, 있어 보이는 척, 센 척, 아는 척하는 그런 가치 없는 글들이 아닌, 날 것의 글을 써내려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