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우보이 Dec 19. 2016

오토바이 타기

하고 싶은 거 그냥 하기 프로젝트 03

금년부터 '하고 싶은 거 그냥 하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첫 번째는 사업을 위한 '퇴사'이고 두 번째는 머리 자르고 싶지 않을 때 길러보기이다. 그래서 지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지저분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판지 두 개를 테이프로 붙이고 휴대용 선풍기 두 개를 달아 나 스스로 만든 '종이비행기'이후로 처음으로 '동력' 비행기를 만든 적이 있었다. 당시 비행기가 처참하게 추락하여 휴대용 선풍기 프로펠러가 부러지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절망하며 학교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학교 숙제를 하지 말고, 아쉬웠던 동력비행기 프로젝트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후회해봤자 과자 부스러기 하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해보고 싶은 건 상상만 하지 말고 그냥 계속해 보고 있다. 


오토바이를 처음 탄 건, 내가 정확히 6살 때, 할아버지 친구분의 큰 대림 오토바이였다. 물론 뒷좌석에서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친구분을, 나는 할아버지를 꼭 안고 탔다. 90년대 초의 설악산 아랫마을 설악동은 교통도 혼잡하지 않고 산과 개울이 어우러진 최고의 라이드 코스이기도 했다. 당시 기억으로는, 쪼그만 꼬맹이에게 엄청난 엔진 배기음과 진동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이후로 나는 26년간 단 한 번도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없으며, 타 보고 싶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본격적으로 운전을 하기 시작한 2013년도에도, 미국에선 먼 거리의 주행이 필요했기에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은 별로 옵션이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와 배달 오토바이들의 위험한 주행에 오토바이는 '과부 제조기'가 정말 맞는구나 하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그런데 버스기사님의 급정거/급출발 그리고 지옥철을 6년간 경험하게 되면서, '아 정말 이렇게밖에 움직일 수 없나?'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고 특히 주차난이 심한 한국에서 여기저기 아무 데나 그냥 가다가 세울 수 있는 오토바이는 새삼스레 나를 진지하게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특히 약 6킬로미터의 짧은 출퇴근 거리를 위해 버스 + 지하철 + 지하철 환승을 해야 하는 것은 정말 답이 나오지 않았다. (뭐 이러한 핑계로) 진지하게 오토바이 출퇴근을 생각하게 되었고 어차피 오토바이 탈 거, 스쿠터는 폼이 안 나오는 것 같아 클래식 오토바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친구의 정보에 따르면 125cc 이하 오토바이는 따로 이륜차 면허가 없어도 자동차 면허로 운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대만 SYM사의 '울프 클래식' 중고를 알아보게 되었고 나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중고 오토바이를 업어오게 되었다. 

나의 첫 오토바이 - 울프 클래식

나는 차도 그렇고 수동변속에 대한 로망이 있어 자동은 타지 않는다. 그래서 오토바이도 수동변속을 사게 되었고, 초반에는 왼손 클러치 왼발 변속이 적응되지 않아 도로상에서 시동을 자주 꺼버렸다. 자동차만 운전하다 조그만 오토바이를 타니 주변 차량들의 접근들이 무서웠다. 뭐든지 '시도'해보려는 나는 보이는 것보다 겁이 많다. 그래서 오토바이 사기 전, 2달 동안 인터넷에 나와있는 거의 모든 '오토바이 사고'영상을 접하고 리뷰했으며 이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서 어떤 행동들이 필요했을지에 대한 정리까지 마쳤다. (물론 이론과 실전은 다르겠지) 오토바이 헬멧을 보는 직장동료들마다 '위험하지 않아?'라고 물으신다. 장담컨대 그분들보다 내가 더 겁이 열 배는 더 많다. 위험하기 때문에 정말 조심조심 타게 된다. 힘이란 질량과 가속도의 곱으로 표현되는 뉴튼의 제 2 운동 법칙 (F=m x a)에 의해 차량과 부딪힐 경우 작용 반작용에 의해 차량과 오토바이에 동일한 힘이 가해지게 되는제, 질량이 작은 오토바이에 더 큰 가속도의 숫자가 부여되기 때문에 나는 날아가게 된다. (응?) 


최대한 차량의 옆에서 주행하지 말고, 차량의 사각지대에서는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며, 차량 사이로 주행하지 말고 골목에선 서행, 교차로에선 신호등을 100퍼센트 믿지 말고 좌우를 살피며 주행한다. 이렇게 오토바이의 안전에는 여러 가지 취약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오토바이를 타는 이유는 바로 '자유'이다. 추상적으로 뜬금없이 웬 자유라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 타보지 못하면 모른다. 우리는 차량의 프레임 안에 갇혀 제한적인 시야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탐으로서 열려있는 도로의 넓은 시야를 경험하게 된다. 주차가 자유로우므로 비교적 짧은 거리의 장소를 손쉽게 이동할 수도 있다. 또한 엔진의 진동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벌써부터 고배기량에 대한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게는 할리데이비슨보다 예쁜 오토바이

추운 겨울이라 손이 얼어붙을 것 같지만 평소 45분이 걸렸던 출퇴근길을 20분으로 줄였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날씨가 좋아지면 좀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17년 봄이 기다려진다. 

가을부터 탔으면 단풍잎 떨어지는 사이가 아름답지 않았을까?


작가의 이전글 운명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