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한 순간
2012년 12월 19일, 광화문 거리를 걷다가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듣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울었다.
너무 분했다. 그렇게 될 줄 몰랐다. 당연히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 확신했었는데, 나의 착각이 컸다. 내가 너무 순진했다. 저 멀리 광화문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박근혜 당시 당선인의 모습은 그동안의 국회의원으로서의 모습으로나, 후보자로 활동하면서 드러났던 무지와 무논리를 알았기에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지지하지 않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선출이 된 이상, 잘 되었으면 했다. 어차피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그가 말한 공약이나 발언의 10%만 지켜도 좋겠다는 기대아닌 기대를 했다.
그렇게 4년 여가 지나고, 나의 작은 기대는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니 제발, 그녀의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에 대해 평가조차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길 원했다. 이건 뭐, 그녀를 평가할 수 조차 없었다. 한 나라의 장관이 대통령을 독대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뉴스로 나오고서도 믿기지 않았다. 장관과 같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랑 같이 국가를 운영한단 말인가.
그녀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를 비난할 수 없겠다. 애초에 불우한 가족사 아래서 자란 그녀에게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기대하는 게 무리이지 않았을까.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숨을 죽이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헌재의 선고문 단어 하나하나가 임팩트가 있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낭독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지만 거침이 없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얼마나 고심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 국민들은 박근혜 씨의 진면목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 박근혜를 직접 알고, 그녀를 돕고, 그녀를 지지했던 측근들이 있다. 그들이 그녀의 이런 무능함을 몰랐을 리가 없다. 소위 지금 자유 한국당으로 불리는 전 새누리당 의원들, 그리고 바른 정당 의원들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언론은 어떠한가. 분명히 이 무능함을 누구보다 잘 알던 언론은 jtbc 태블릿 보도 이전까지 얼마나 국가 권력의 내시 역할을 했는가. 3권 분립은 말 뿐인가? 왜 도대체 사법부가 권련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일반 검찰에선 수사를 못하고 '특별검찰'이 있어야만 하는 걸까. 그럼 '일반 검찰'은 어떻게든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시위를 나가고 열심을 낼 때도,
그렇게 해 봤자 변하겠냐? 적당히 해 좀
이라고 비아냥 거렸던 분들도 있다. 나도 이렇게 결과로 만들어질 줄 꿈에도 상상 못 하였다. 효자동 앞 폴리스 라인 앞에서 폭력이 일어날까 덜덜 떨면서 목소리를 높였을 때도, 설마 정말 대통령이 순순히 내려올 것이란 기대는 없었다.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권력의 꿀단지 안에서 뒹굴던 탐욕의 그분들은 모를 수 있다. 그러기에 알려드려야 했다. 그것은 꽤나 필요한 일들이었다. 평화시위로 우리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괜스레 우리 국민 모두가 대견스러웠다.
주문이 끝나자마자 나는 약간 눈물이 핑 돌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너무 힘들어서였을까. 아니면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 나서였을까.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목소리로 낭독되었지만, 그것은 국민의 목소리로 들렸다. 18대 대선 결과를 접했던, 광화문에 서 있던, 울던 나의 모습이 다시 생각났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표를 끌어내린다는 것은 참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