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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Mar 10. 2017

파면한다

역사의 한 순간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2년 12월 19일, 광화문 거리를 걷다가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듣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울었다.


분했다. 

너무 분했다. 그렇게 될 줄 몰랐다. 당연히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 확신했었는데, 나의 착각이 컸다. 내가 너무 순진했다. 저 멀리 광화문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박근혜 당시 당선인의 모습은 그동안의 국회의원으로서의 모습으로나, 후보자로 활동하면서 드러났던 무지와 무논리를 알았기에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하지 않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선출이 된 이상, 잘 되었으면 했다. 어차피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그가 말한 공약이나 발언의 10%만 지켜도 좋겠다는 기대아닌 기대를 했다.


그렇게 4년 여가 지나고, 나의 작은 기대는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니 제발, 그녀의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에 대해 평가조차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길 원했다. 이건 뭐, 그녀를 평가할 수 조차 없었다. 한 나라의 장관이 대통령을 독대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뉴스로 나오고서도 믿기지 않았다. 장관과 같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랑 같이 국가를 운영한단 말인가.


그녀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를 비난할 수 없겠다. 애초에 불우한 가족사 아래서 자란 그녀에게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기대하는 게 무리이지 않았을까.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2017년 03월 10일 박근혜는 헌정사상 최초로 국민의 대표 국회에서 청구한 탄핵재판의 결과로 파면되었다.


숨을 죽이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헌재의 선고문 단어 하나하나가 임팩트가 있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낭독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지만 거침이 없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얼마나 고심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 국민들은 박근혜 씨의 진면목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 박근혜를 직접 알고, 그녀를 돕고, 그녀를 지지했던 측근들이 있다. 그들이 그녀의 이런 무능함을 몰랐을 리가 없다. 소위 지금 자유 한국당으로 불리는 전 새누리당 의원들, 그리고 바른 정당 의원들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언론은 어떠한가. 분명히 이 무능함을 누구보다 잘 알던 언론은 jtbc 태블릿 보도 이전까지 얼마나 국가 권력의 내시 역할을 했는가. 3권 분립은 말 뿐인가? 왜 도대체 사법부가 권련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일반 검찰에선 수사를 못하고 '특별검찰'이 있어야만 하는 걸까. 그럼 '일반 검찰'은 어떻게든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시위를 나가고 열심을 낼 때도,

그렇게 해 봤자 변하겠냐? 적당히 해 좀

이라고 비아냥 거렸던 분들도 있다. 나도 이렇게 결과로 만들어질 줄 꿈에도 상상 못 하였다. 효자동 앞 폴리스 라인 앞에서 폭력이 일어날까 덜덜 떨면서 목소리를 높였을 때도, 설마 정말 대통령이 순순히 내려올 것이란 기대는 없었다.


그러나 보여줘야 했다.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권력의 꿀단지 안에서 뒹굴던 탐욕의 그분들은 모를 수 있다. 그러기에 알려드려야 했다. 그것은 꽤나 필요한 일들이었다. 평화시위로 우리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괜스레 우리 국민 모두가 대견스러웠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주문이 끝나자마자 나는 약간 눈물이 핑 돌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너무 힘들어서였을까. 아니면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 나서였을까.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목소리로 낭독되었지만, 그것은 국민의 목소리로 들렸다. 18대 대선 결과를 접했던, 광화문에 서 있던, 울던 나의 모습이 다시 생각났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표를 끌어내린다는 것은 참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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