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두루 배워야
프로그래밍 부트캠프가 끝나간다.
수개월 동안, 우리는 어떠 어떠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어떠 어떠한 기술 스택을 골라 잘 사용하여 구현하는 방법을 연습해왔다. 조금 더 고민을 해 본다면, 현재 쓰고 있는 기술 스택들이 어떻게 동작되는지를 더 들여다보거나, 현재 구현되는 기능을 좀 더 빠르게, 좀 더 좋은 코드로 만드는 것들 역시 고민 중이다.
그런데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개발만 해서 던져주면 되는 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냥 무작정 개발만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당연히 처음엔 내비게이션 바의 위치라든지, 추가/수정/삭제 버튼의 위치라든지, 테이블의 위치, 메뉴 트리에 따른 화면 이동 등은 기존에 나와있는 일반적인(generic) 방식을 그냥 가져다 쓰고 있다.
심지어 부트스트랩이나 template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어떤 template 도 내가 원하는 서비스에 100% 만족할 수는 없었 다. 마치 아무리 좋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아이콘들을 봐도 내 맘에 들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일까.
프로그래밍 부트캠프가 끝나가면서 느끼는 것은, 분명 기능 구현하고 만들어나가고, 마감까지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또한 그것이 부트캠프에서의 당연한 목적이겠지만, 나는 부트캠프 이후에 만들어야 할 서비스에 대해 고민이 더 깊어졌다. 어떻게든 동작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자신감과 개발 기초기반을 다지는 것이 부트캠프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수개월간 코딩에 매달려보니 오만한 마음에 기능은 어떻게든 도움을 받든 고민 해 보든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앞이 깜깜한 이유는, 사용자들이 쓰기에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기능 동작이 잘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쓰기 좋고, 무엇은 조금 불편한 것이라는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내가 만드는 서비스에 대해 어떤 점을 불편해할 것인가는 참 어려운 문제다. 특히나 이미 몇 주, 그리고 앞으로 몇 개월의 시간을 이 서비스에 쏟아부을 나 자신의 관점은, 이미 제품/서비스와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에, 또 안의 내용을 너무 잘 알기에, 무엇이 불편한지에 대해 알기 어려울 것 같다.
사용자 경험(UX), 그리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다. 팩트가 그렇다. 개발만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하면 될 줄 알았는데... 내가 UI/UX의 전문가가 될 필요도, 그러기도 어렵겠지만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두루두루 많은 것들을 조금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이 말씀해 주셨다. 언제나 끊임없이 배우는 마르코 님을 본받아, 나도 UI/UX의 간단한 내용들부터 듣고 배워야겠다.
현재 마지막 프로젝트로 소규모 스타트업을 위한 CRM을 만들고 있다. 기능 구현 초기단계부터 지금까지, 기 만들어져 있는 CRM referenced service를 참고해가며 우리의 디자인 기획을 조금씩 하고 있는데, 아 이게 참 어렵다. 그냥 copy 하기엔 너무 우리의 의도와 안 맞고, 그렇다고 바닥부터 시작하자니 막막하다. 일단은 디자인의 방법론에 대해 잘 모르니 순서도 엉망이고 회의를 해도 중구난방이다.
린스타트업은 분명 MVP를 가지고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끊임없이 반영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것도 최소한의 기본은 알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UI/UX는 내 분야가 아니니 앞으로 함께할 팀원이나 지인들의 도움을 받겠지.. 했던 건 100% 나의 착각이다. 물론, 아마도 도움을 받고, 피드백을 받겠지만, 일단 밑그림을 그려가야 하는 것은 코드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 아, 무지한 나 자신이여.
결론은, SW 개발이라는 것이 기능 구현뿐 아니라, 또, 디자인뿐 아니라, 사용자가 이 서비스 안에서 어떠한 행동들을 보일 것이며, 상황마다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이런 고민을 알게 된 이상, 무작정 내 마음대로 개발해서, 내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으로, 배치로, 흐름으로 sw를 개발해선 안 되겠다.
*오늘 우리 부트캠프 동료(프런트 엔드)가 이런저런 디자인과 테마를 보여줬는데, 대부분 맘에 든다고 했다가 혼났다. 공부하지 않으면, 다 좋아 보이기 마련. 즉, 뭘 모른다는 증명이다. 공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