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량이 어떻게 되세요? - 2

by 쿠쑝

제발


바이주가 아니기를.


그녀의 첫 식사자리 상대는


대만업체였다.


그녀가 이제껏 만나온 대만업체들은


모두 매우 공격적으로 영업을 했다.


그래서


혹여나


오늘 저녁 바이주를 마셔야 하는 건 아닌지 하고


조마조마했다.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 내내


머리를 바삐 굴려보았다.


어떤 핑계를 내세워서


조금만 마실 수 있을까.


어느 한국 선배는


술자리만 가면 항상 옆에 빈 그릇을 놓아두었다.


그리고 또 어느 중국 선배는


항상 옆에 반만 채워져 있는 생수병을 준비해 두었다.


그녀는


그런 술수를 배웠음 애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 적용하기에


하염없이


어설픈 인간이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이


제일 무난하면서도 제일 의심스러운 핑계,


한약을 먹고 있다고 해야 할까나.


술자리에서 한두 잔 기울다 보면


각자에 체질을 발견하기 나름이다.


그녀는


알코올이 조금만 들어가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새빨간 토마토 체질이 제일 부럽다.


본인이 아무리 괜찮다고


더 마셔도 된다고 하여도


옆사람들이 오히려 걱정을 하며


술을 더 이상 권하지 않는다.


그녀는


정반대인


제일 손해 보는 체질이다.


어떤 술이 되었든


혀가 꼬일 정도로 마셔도

안색에 전혀 변화가 없다.


이런 경우 더 이상 못 마신다고


이미 취했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해명을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에이~술 취한 흔적이 없는데, 한 잔 더 해요.


하며


원샷을 강요한다.


나만 죽을 수 없어라는 심리가 작용된 걸까.


그녀는


매번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그 심리가 제일 궁금했다.


식당에 도착해 보니


업체가 먼저 도착하여 메뉴 선택 중이었다.


천만다행이게도


메뉴가 중식이 아니라


수제 햄버거와 소시지다.


바이주는 나오지 않는 걸로.


그럼


짝꿍은 맥주일 텐데...


그래, 찝찌름한 맛을 참고 마셔주마.


하며 그녀는 큰 결심을 했다.


역시나


맥주를 권해왔다.


음료 메뉴를 쭈욱 훑어보는데


오잇. 수제햄버거 집이라고 맥주 종류도 매우 다양하게 있었다.


흑맥, 라거, 다양한 과일향에 에일까지.


흑맥이라면 그래도 좀 자신 있는 그녀다.


육아만 하던 시절


편의점에서 맥주 세일 할 때마다


이쁜 캔 디자인들을 골라가며 이것저것 맛을 봤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시도를 하다


한 캔을 다 마실 수 있는 맥주를 발견했는데


그게 바로 기네스였던 것이다.


무거웠던 고민거리가 싹 사라지니


순간 기분이 업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며


좋은 관계를 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스타트가 좋다.


왠지 모든 것들이 술술 잘 흘러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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