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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밥 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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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파노 Nov 18. 2019

시간이 걸렸던 음식들

소꼬리찜, 라구 파스타, 감자 폼 퓌레 

 확실히 밥 하는 스킬이 늘긴 늘었다. 재료를 태우거나, 도저히 먹지 못할 정도로 간 맞추기에 실패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요즘은 음식을 좀 더 예쁘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는 하는데, 아직은 생존을 위한 요리 수준이라 음식에 멋을 내기엔 한참 멀었다.


 음식들 중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재료 자체가 두꺼워서 혹은 맛과 향을 우려내는데 긴 시간이 필요해서, 손이 많이 가는 복잡한 조리법이 필요해서 등... 만드는 사람이야 피곤하겠지만 먹는 사람으로서는 기대되는 음식들이다.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서 먹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귀찮음과 먹고 싶다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데, 양가감정을 갖게 만드는 이 음식들을 요 근래에 시도를 많이 했다. 식욕이 도는 건지, 귀찮음을 '먹고 싶다'가 눌러 이기는 것 같다.

 시간과 정성이 항상 맛을 향상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오래 요리하는 음식들은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소꼬리 찜을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집에서 먹어본 적이 없고, 식당에서 사 먹어 본 적도 없었다. 재료 자체도 비싸고, 어쩐지 고급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시도를 못 해 본 것 같다.

 보츠와나에서는 소꼬리 1kg짜리 한 팩에 만원 꼴이라 부담이 없다. 덕분에 소꼬리 찜은 여러 번 시도해 봤다. 제일 신선해 보이고 알(?)이 굵은 꼬리를 사다가 물 넣고 간장 넣고 설탕 넣고 끓이기만 해도 맛있었다. 양파, 감자 등 적당히 부재료를 넣어주면 더 맛있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실패하기도 어려울 만큼 조리법도 쉽다. 다 넣고 끓이기만 하면 충분했다.


 한식을 배경으로 한 조리법에서는 하루쯤 물에 담가 핏물을 빼라고 하고, 양식을 배경으로 한 조리법에서는 브레이징을 해서 잡내를 잡으라고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갈비든 꼬리든 물에 담가 핏물을 빼는 건 옛날 축산업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 조리법이지, 현대에 와서는 육즙의 낭비일 뿐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고도 했다.

 어느 것이 맞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난번에는 서너 시간쯤 물에 담가 핏물을 뺐고, 이번엔 팬에 따로 소고기를 브레이징을 한 뒤 끓였다. 팬 바닥에 눌어붙은 건 와인을 넣고 박박 긁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번에 만든 것보다 브레이징 과정을 추가하니 훨씬 맛이 좋았고, 조리 시간이 단축되는 것도 분명했다. 다음번에도 갈비를 하던 꼬리찜을 하던 간단히 헹구는 것 이상의 핏물을 빼지는 않을 것 같다.



 이름을 잘 모르겠다. 라구 파스타? 볼로네제 라구 파스타? 볼로네이즈 파스타? 이탈리아어를 못하니 자꾸 들어도 까먹는다. 어쨌든 간 고기+각종 향신료+토마토소스를 한참 끓여 만든 소스다.

 대충 고기만 익혀서 먹을 거면 10~20분이면 만들 수 있는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지만, 시간을 들이면 더 맛있다길래 해봤다. 팬에 고기만 넣어서 따로 익히고, 눌어붙은 걸 와인을 부어 디글레이징 하고, 마늘, 타임, 월계수 잎 등 향신료를 넣고, 토마토소스도 넣고 약한 불에 오래 끓였다. 두 시간 가까이 끓였다. 내가 모자란 탓이겠지만 큰 차이는 모르겠더라. 다음번에는 대충 후다닥 만들어 먹어야지. 약간의 향신료 냄새가 추가되며 좀 더 복잡한 맛이 나긴 했지만... 글쎄, 20분짜리 파스타와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더라.



 감자 폼 퓌레 + 양갈비. 조합이 우습다. 그냥 있는 재료 갖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감자 폼 퓌레는 유튜브 승우아빠 채널에서 보고 배운 뒤 몇 번 해 먹었다. 감자의 변신이라 할 만한 맛이었다. 평소 감자 으깬 걸 좋아하지 않는데(마요네즈 맛이 너무 세서), 이건 정말 맛있다. 채에 곱게 거른 감자에 버터와 치즈를 잔뜩 넣어서 천천히 가열해 주며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간다. 특히 감자를 채에 내리는 게 정말 성가신 일이긴 하다. 삶은 감자를 고운 채 아래로 통과시키는 일도 고역이고, 이걸 설거지 하는 건 더 고역이다. 센 불로 가열하면 또 안 되므로 천천히 만들어야만 하는데, 저만큼의 폼 퓌레를 만드는데 한 시간은 꼬박 써야 할 정도.

 양갈비는 처음 먹어봤다. 호기심에 샀는데, 조리법도 모르고 대충 오븐에 굽다가 팬에 옮겨 지졌다. 다음에는 소고기 스테이크나 먹어야지.




http://kopanobw.blogspot.com/

https://www.youtube.com/watch?v=vIkVpCIskN4&t=2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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