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Univ 찌룩, 폐교대학 탐방
언제나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요즘의 나를 폐교 탐방 컨텐츠로 이끌었다.
복잡한 마음이다.
폐교가 되었다는 건 그간 학교에는 사정에 좋은 일들이 하나도 없었다는 뜻일 테다. 재정난, 비리, 저출산, 비정상적인 학구열, 무분별한 학교 설립.. 여러 무시무시한 이유들이 힘을 합쳐 폐교를 이끌었다. 얼마 전 이름을 알만한 모 대학에선 출산율 저하로 신입생 수가 급격히 줄어 지원자 전원이 합격했다고 한다. 폐교는 점점 잦아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폐교된 지 꽤 시간이 흘러버린 학교 건물은 흉가 그 자체. 유리는 깨져있기 일쑤고, 학교를 원망하는 이들의 낙서들이 여기저기에 있으며, 그 주변의 상권은 씨가 말랐다. 인적은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어둡고 음산한 이곳에서 유튜버는 오지체험 하듯 하나하나 발걸음을 옮기며 학교에 관해 설명한다. 외벽도 떨어져 나가서 앙상한 건물들과 무성히 자란 풀들, 미처 치우지 못하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하교를 했던 이들이 남긴 흔적들. 그 흔적들이 생명을 다한 이곳에도 젊음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 젊음들이 다녔던 폐교 직전의 학교에는 그 위험을 알리는 신호들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을 것이다(아닌 곳도 있었을 테지만). 과방에 놓인 오래된 텔레비전 앞 윈도우98 설치요령이 적힌 PC 잡지, 과 발표회를 알리는 포스터, 공들여 만든 듯한 과제물 전시들. 그 불안의 와중에도 자신의 미래를 준비한 흔적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남기기 위해 남긴 흔적이 아닌 흔적들. 어딘가에서 준비했던 미래를 영위하고 있을 그들은 그 기억을 어떻게 간직하고 있을까.
문득 폐교 위기로 알려진 학교의 최근 축제 모습을 검색해서 보았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듯한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나름의 축제 프로그램을 만들어 즐기고 있다. 이곳도 폐교가 된다면 이들이 남긴 흔적은 어딜 향할까.
대학 시절, 속해있던 동아리가 몇십 주년을 맞이했었다. 대다수의 사람이 그러하듯 0으로 떨어지는 해는 우리에게도 중요했었다. 그래서 우린 동아리의 역사를 담은 영상을 제작하기로 했다. 사진이며 동아리 홍보 팸플릿이며 회의록이며 여러 자료가 동아리방 캐비닛에 몇십 년간 보관되어 있었다. 마침 동아리방이 오래된 건물에서 신축건물로 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 수많은 자료는 유난히 더 낡아 보였다. 하나하나 들춰보며 자료를 취합했는데, 이름 모를 사람들(몇십 년간의 선배들)이 동아리방에서 웃고 있거나 놀러 가서 찍은 사진들도 많았다. 어떤 상황인지, 누구인지 알 수도 없이 기념 영상에 들어갈 만큼의 권위는 상실한 사진들. 선배들이 남기고 간 너무 일상적인 흔적들을 몇십 년 뒤에 생생히 보게 되는 건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직도 동아리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흔적들은 폐교가 될 때까지 계속 그 자리에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