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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Jan 08. 2023

승객의 죽음을 목격한 날.

'삶과 죽음 그 아스라한 경계'


항공사 근무하는 동안, 나는 두 번 정도 승객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경험이 있다.


1. 과거, 타이항공 LA 출발 -인천경유-방콕으로 가는 노선이 있었다.

LA를 출발 후,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갑자기 타전이 왔다.

이륙 3시간쯤 지난 후, 비즈니스 승객이 사망한듯하니, 필요한 조치를 준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승객은 '태국인'이었고, 방콕이 목적지였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리는 방콕본사에 보고했고, 한국에 주재한 태국 대사관과 연락하며 필요한 절차를 수행해 나갔다.


일단, 비행기가 인천공항 도착 후, 사망진단할 의사와 coffin (관)을 준비했다.

비행기가 인천공항 머무는 1 시간 30분 내에 모든 절차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하는 게 중요했으므로 우리는 최대한 '속전속결'로 일처리 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던 거 같다.


비행기 도착 후, 들어본 담당 '승무원'말에 의하면,  승객이 어느 순간 계속해서 깊은 잠에 빠진듯하여

지켜만 보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확인해 보니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고 했다. 의료진들 틈사이로 쳐다본 승객의 모습은 그야말로 창백한 낯빛으로 고요히 잠든 모습 그 자체였다.

  

그렇게 그 승객은 관에 놓여, 다시 화물칸으로 옮겨진 채 방콕으로 남은 여행을 해야 했다.

과연 그는 LA를 출발하며, 본인이 '화물칸'에 옮겨져 고국으로 돌아갈 운명이란 걸 상상이나 했을까?

 



2.  

인천공항에서 치앙마이로 여행 가는 5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남자 승객을 수속하고 있었다.  당시는  방콕 '수완나품'공항이 막 새로 지어질 즈음이라 승객은 방콕공항의 '환승절차''국내선 이동방법'등에 대해 조목조목 물으셨다.  설명을 충분히 들으신 승객은 "설명 감사합니다""행복하세요"하며 탑승권을 들고 돌아섰고 바로 그 순간, 갑자기 통나무가 쓰러지듯, 90도 각도로 꼿꼿이 굳은 채로 넘어지셨다. 그냥 우리가 일반적으로 뭐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이 아니라, 1자형태로 수직각도로 넘어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할 정도다.


당시,나는  승객이 짐카트에 걸려 넘어졌다고 만  생각하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승객 곁으로 가 보았다. 넘어지며 이마를 바닥에 정면으로 부딪힌 탓인지, 피가 낭자하게 바닥에 흐르고 있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었다.


직감적으로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생각, 즉, '심장마비'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동료들에게 '공항 119'를  급히 요청했다. 그리고, 승객의 연락처에 있는 집번화번호로 연락을 취했다. 당시 내 전화를 받은 '승객'의 부인은 의외로 담담한 어조였다. 그래서 "혹시 승객분이 지병이 있었는지 여쭤보니, 몇개월전  '심장수술'을 받았고, 몸조리 겸 휴식을 위해 '치앙마이'로 여행 가는 중이셨다고 했다. 결국 그분도 그렇게  공항카운터에서 황망하게 "죽음"을 맞이하셨던 것이다.


불과 1분전 내가 대화한 승객이..순식간에 망자가 되었다는 현실이 믿기지않고 충격적이었다.  모르는 타인임에도 불구하고 며칠동안 그분의 모습이 뇌리에서 쉬이 사라지진 않았다. 마지막에 건네신 "행복하세요!"라는 다소 특별했던 인사도 자꾸만 생각났다.


죽음을 내가 바로 눈앞에서 목격했다는 이유로, 공항경찰대에서는 나를 불러 "사건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셨다. 그저 눈앞에서 쓰러지셨다는 말 외에는 더 이상 진술할 내용도 없고, 맘이 매우 불편하였지만, 경찰분들도 그들의 업무이니 어찌하리오?


 이렇게 나는 '심장마비'라는 말만 들으면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며, '가슴 아프기'가 반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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