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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Sep 06. 2022

나만 알기 아까운 제주의 육아용품

제주 애기구덕 이야기



내 딸이 나중에 시집가서 아기를 낳으면 꼭 선물하고 싶은 물건은 제주의 '아기 구덕'이다.



위 사진처럼, 하단부분이 라운드 곡선 형태로 되어있는 '제주식 흔들 아기요람'이며, 미니 아기 침대로도 사용가능하다.




 제주의 역사박물관이나, 민속마을을 구경하다 보면, 대나무로 만든 옛날식 애기구덕을 볼수있다. (아래사진, 원조모습)


이게 얼마나 유용하고 쓸모 있는 물건인지, 모르는 분들이 너무 많다.


주변에 젊은 아기 엄마들이 인스타 등에 올리는 값비싼 아기용품을 무수히 보았지만,

제주의 '애기구덕'을 감히 따라올 게 없다.


나도 이 요람에서 자랐고 나의 두 딸 도 이 구덕으로 키웠다.

(정확히 말하면, 아래 사진에 있는 'new version'인 '쇠 구덕')






 대나무가 많았던 제주에서는 대부분의 생활용품을 대나무를 이용해 만들었다.


밥 담는 '밥 구덕' 빨래 담는 '빨래 구덕' 고기 담는 '고기 구덕' 미역 담는 '미역 구덕' 등등...


이것은 '아기'를 재우는 요람까지 만들게 했고, 하루 종일 밭이나 바다에 나가야만 했던 제주 여인들은 아기를 구덕에 넣은 채로 등에 매고 일터로 나가는 삶을 살았다.    


옛날식 원조 대나무 아기구덕과 '쇠 구덕' 재현 (출처: 제주 자연사 박물관)




  ( 현대식 제주 애기구덕 )



지금도 제주지역 오일장에 가면 위 사진의 '아기 쇠 구덕'을 판다고 한다.


철제 프래임 형태로 팔기 때문에 전체 프래임을 광목이나 붕대로 감아줘야 한다. 그래야 하단의 흔들 바퀴가 바닥에 찍히는 현상을 막고, 요람을 흔들 때 손의 차가운 느낌도 덜하다.


사진상, 초석 매트 하단 부분은 스프링으로 되어있어 아기가 충분히 안락함을 느끼게 된다.  


(여름에는 삼베 이불로 갈아 끼워 쾌적함을 유지하는 등 변형 가능)



(쇠구덕을 예쁘게 꾸민 모습)


일단, 철제 프래임을 천으로 감싼 이후에는 나름의 방식으로 이불이나 요를 푹신하게 깔아, 사용하면 된다.


검색하다 보니, 위 사진처럼 멋들어지게 침대를 장식하여 '쌍둥이'까지 수월하게 키웠다는 경험담이 보인다.


제주에 시집간 '육지 며느리'가 '제주 시어머니'에게 소개받아 알게 된 '최고의 육아 템'이라고 칭찬이 자자하다.


철제로 된 까닭에 쉽게 낡지도 않았다. '쇠 구덕'하나로 10여 명의 아기를 키워내는 일이 흔했다. 친척끼리 돌려쓰고 , 옆집도 빌려주고 등등...


 그 구덕에서 자란 아기가 대학을 잘 가거나, 성공하거나 하면 그 구덕은 인기가 더 좋았다. ㅎ ㅎ ㅎ


제주지역 '당근 마켓'등에는 '애기구덕' '사고팔기'가 여전히 왕성했다.


그 젊은 아기 엄마들도 거의 '쇠 구덕'에서 자랐을 테고 그 '편리성'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리라.


내가 느끼는 장점으로는


1.

일반 아기 침대보다 사이즈가 작아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2.

무겁지 않아(5-6kg) 장소 이동이 쉬우므로, 집안 어디서나 사용 가능하다.

3.

아기가 보채거나 졸릴 때 '구덕'에 눕히고 흔들어주며 자장가까지 불러주면 99% 쉽게 잠든다.

4.

업었다가 내려놓으면 금세 깨버리는 소위, '등 센서'가 발달한 아기에게 특히 더 좋다.

5.

아기가 깬 경우, 살살 흔들어 주면 다시 쉽게 잠든다.

6.

남편이든, 형제자매든 누구에게라도 '구덕 흔들기'를 시키고 주부의 일을 할 수 있다.

7.

TV를 보거나, 빨래를 개거나, 음식을 먹거나 하는 경우엔 발을 이용해 흔들어도 되고, 누워서도 흔들기 편하다.(아기가 잠든 후에는 흔들기를 멈추면 된다.)  



나의 친정어머니도 이 '구덕'으로 나의 첫딸을 제주에서 9개월 정도 키운 후, 사정상 인천 시댁에서 키우는 상황이 되었다.


시어머니께 제주 아기구덕을 보여드렸으나, '필요 없다! 아기 '뇌'흔들리는 거 아니냐? 며 안 쓰신다고 두고 가셨다.


하지만, 구덕에 길들여진 딸은 계속 울어댔고, 하루를 못 버티고 시댁에 갖다 드렸던 생각이 난다.


 시댁에 가보면, 항상 시아버님이 '구덕'옆에 끼고 흔들며 TV 나 신문을 보고 계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에미야! 난 이 '구덕' 넘 맘에 든다!" 허허허!!!


이후, 그 구덕은 다시 제주로 넘어가 내 조카 녀석을 키워냈고, 둘째 딸이 생긴 후에는 다시 서울로 상경하여,

나의 둘째마저 흔쾌히 키워내고, 다시 누군가의 부름을 받아 또 제주로 넘어갔다.


지금은 어디쯤에서 제 몫을 하고 있는 건지, 낡고 녹슬어 버려졌는지 궁금하긴 하다.


'아기구덕'을 배송해주시던 '택배기사님'은 항상 궁금해하셨다."이건 도대체 무슨 용도의 물건이냐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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