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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Feb 16. 2023

'인천공항' 도착하니 승객들이 박수를 쳤다.

비행 에피소드

대부분 사람들의 '로망''꿈''힐링' 포인트는 무조건 '여행'이다.

휴가때 하고 싶은 거도 '여행'

방학하면 하고 싶은 거도 '여행'

퇴직하면 하고 싶은 거도 '여행'

여행준비를 하면서부터, 흥분의 도가니탕이요. 어깨가 들썩들썩 콧소리가 절로 난다.

 


'비 오는 혹은 눈 오는 비행기 활주로'바라보신적 있나요?

 그 풍광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고 음악을 듣고 향긋한 커피와 낭만을 마신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몹시 부러워 하지만 그정도의 공항뷰는  나같은 항공사 직원에겐 그냥 일상이었다.


비행기 안을 수시로 드나들며 승무원들과 소통하고 안전/탑재 상황체크. 또 승객 탑승시키고, 비행기 무사히 이륙/착륙시키고.. 의 무한반복...


사람들이 홀릭하며  명품 쇼핑을 해대는 공항 화려한 면세점도 내 눈엔 그저 cu 편의점 정도의 관심거리...

 세계 다양한 국적의 화려한 유니폼 날리며 종종 걸어가는 아름다운 모델급 스튜어디스를 봐도 그저 지나가는 행인 느낌 ...



이런 내가 여행을 계획할 때는 비행기 타는 부분은 '삭제'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들었다.


비즈니스석 정도는 돼야, 편안한 여행이 되는 거지, 좁디좁은 이코노미석에 앉아 장시간 여행을 한다는 건,  게다가 만석이기라도 하면..

매우 피곤한 여행이 시작되는 탓이다.

물론 늘 접하던, 어쩌면 나의 '오피스'와도 같은 비행기여서 '일의 연장선'이라는 느낌도 배제할순 없었고 '여행'이란걸  다른사람들보다 덜 설레게 하는 이유가 되곤했다.


비행기 타는 거부터 행복해 죽겠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행기 타는 거 힘들어서 여행 고민 중이다라는 사람들도 꽤 많다.


행복하다는 사람들은 아마도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한 '각성'이나 '플라시보 효과'때문일 수도 있다. 뱅기여행이 결코 쉽지는 않다.



2-3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이면 모를까, 5시간 이상의 동남아 여행을 한다면, 승객들의 피로도는 좀 더 높아진다.

 밤시간대 비행기는 일부러 소등을 하여, 모두 다 '수면 모드'를 실행하므로 시간이 금방 지나기도 하지만, 낮시간 비행기는 잠도 안 오고, 밖도 휘영청 밝고 , 기내도 시끌시끌 북적북적...


게다가 기상이 안 좋은 날,

심한 'turbulence (난기류)'를 만나면 여기저기 토하고, 아기들은 울고, 두통을 호소하는 승객들이 늘어난다.

별문제 없을 거라 안심하면서도, 너무 심하게 기체가 요동칠 때는 승객들의 불안감이 최고조가 되어 '우리 진짜 괜찮은 거죠?"를 연발하고 내내 안색이 어두워지곤 했다.


여담으로..

과거 햇병아리 승무원 시절, LA로 비행하던 중 일생일대의 '난기류'를 만났다.


요새야 항공기술의 발달로, 미리 예측하여 승객들에게 '좌석벨트'를 매게 하고 승무원들도 서비스를 중단하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때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최강

난기류'가 갑자기 들이닥친 모양이었다.


오렌지 주스통을 들어 승객에게 따르려순간, 비행기가 엄청난 바위에 부딪힌듯 기분나쁜 흔들림과 동시에 급격한 하강을 했다.


돌아다니던 몇몇 승객이 넘어지고, 열려있던 짐칸에서는 가방이 떨어졌다.


 나의 오렌지 주스통은  급격한 기체하강에 대한 반작용으로 뚜껑이 열렸고 ,결국  천정으로 솟구치는 바람에 얼굴에 주스를 옴팡 뒤집어 쓰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장이 당황한 목소리로 "VERY SORRY"를 외치며,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것을 황급히 요청했다.


그런데.....

당황한 승객을 안심시켜야 하는 승무원인 내가, 오히려 너무 놀래서 승객좌석옆 팔걸이에 기대앉아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침 할머니 승객이 앉아 계셨는데

"아가씨 괜찮아? 많이 놀랬어?" 하신다.

"네 괜찮아요. 죄송해요" 하며 울먹이니..

"에구 난 심한 난기류구나 생각했는데, 아가씨가 너무 넋 놓고 있으니까, 순간 위험상황인가 하고 더 놀랐잖아!" 라며  얼굴에 묻은 주스도 닦아주시고 ,덜덜  떠는 내손을 꼭 잡아주셨다.(그때할머니 너무 고마웠어요. 창피하기도 하고요 ㅎ ㅎ) .


나중에 기장에게 물어보니, 제 아무리 심한 '터블런스'를 만나도 비행 중(이착륙제외)에 사고 확률은 0.000001% 라 하니 절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 이후, 나의 난기류를 대하는 태도는 이렇게 바뀌었다.

"손님! 난기류가 제 아무리 디스코 모드가 되어 우리를 흔들어도 우리 비행기는 제갈길 잘 가고 있사오니 걱정일랑 꽁꽁 붙들어 매세요!"라고..말이다.



  "승객 여러분! 우리는 목적지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라는 방송이 나오면 사람들이 동시에 손뼉 치는 상황이 있었다.


주로 아래 상황으로 요약된다.


1. 난기류가 몹시 심해 비행 내내 불안하고 힘들었던 경우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

2. 장시간의 비행과 불편한 좌석으로 인해 지루했던 경우.

3. 해외여행은 즐거웠으나, 여행 중 긴장감이나 건강 음식 문제등으로 향수병이 심했던 경우.

    (사실 여행하는 게 체력소모가 많잖아요)

 


항공기 도어가 열리고 신선한 바람이 코끝을 튕겨주면 또 승객들이 외친다!

와우! 역시 한국이 최고야! 여행 갈 필요가 없어!(살짝 넝~~담쓰)

이 말은 몇십 년 동안 참 많이도 들었다.


동남아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 있다가, 한국의 상큼한 가을 혹은 초겨울 날씨에 도착하는 경우에는 더더 그랬다.


그리고 그들은 쏜살같이 화장실로 향한다.

여기저기서 '힘쓰는 소리' '우렁차게 쾌변'하는 소리 '물내리는 소리'들이 메아리 되어

경쟁하듯 들린다.

뜨겁게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한다.


"우와! 나 변비 다 해결되었어!  1 키로는 빠진 거 같아! 엄청 시원하다! 사실 여행 내내 찔끔찔끔 힘들었거든..한국오니까 자동 해결되네ㅎㅎ


라며 여기저기 쫑알쫑알  재잘재잘 웃음이 가득하다.(여행중 변비를 경험하신분들 많지요?)


그리고 외친다.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야.. 이런 공항에 이런 화장실이 어디 있어? 우리가 갔던 유럽호텔보다 더 좋네! 


"여행 갈 필요 없다니까...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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