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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Feb 27. 2023

신혼여행 가는데.. 따로 앉으라구요?

비행 에피소드.(행운커플/이별커플 이야기)

신혼여행객들을위한

항공기 좌석배치 때문에  난감했던 순간들에 대한 얘기이다



최근 3년가량은 알다시피 코로나로 결혼식도 줄었고, 신혼여행도 어쩔수 없이 '제주도'로만 가는 형국이었다.

어찌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래도 '결혼'의 하일라이트이고 평생 한번의 '신혼여행'인데  '제주도'로 가야만 한다는건 아쉬울수밖에 없다.  코로나 풀리면 해외로 가자고 약속했겠지만, 이래저래 지내다 보면 그게 또 쉬운일만은 아니지 않던가?



과거 항공사  근무시절  ...

바야흐로, 봄 가을 '결혼시즌' 게다가 주말 저녁에는 넘쳐나는 신혼여행객들로 늘 몸살을 앓았다.

동남아에서도 참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는 '태국'아니던가?

'방콕''푸켓''코사무이''등등으로 향하는 허니문 커플로 타이항공 비행기는 언제나 만석이었다.


그런데...!!!

설렘과 기대만땅으로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 나타난 커플들에게  좋은자리를 선물드려야 하는게 나의 주된 임무였건만..그럴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 타이항공은  주로 보잉사  항공기 기종  B777-200 /B777-300 을 주로운항했는데,  해당   항공기 좌석배열이 3-3-3 배열이었다.


일반 '에어버스사' 기종의 경우 2-4-2 배열로 짝수배열이니, 사이좋게 커플들을 짝지워  앉혀주기 매우 편리한데 비해...

3-3-3 배열은 허니문 커플을 따로 앉혀야만 하는 못된 시어머니노릇을 하게 만들었다.


승객 100프로가 허니문인데..이런 상황에서 어찌 앉혀야 한단 말인가?

당시에는 해당 여행사가 미리 선점을 해서 좌석배정을 하기도 하고, 당일 일찍 공항에 나온 승객들 먼저

짝지를 지어 앉혀주었다. 당연히 좀 늦게 나온 승객들은 이별좌석에 앉아야 했다.



이별좌석이라함은.....

예를들어....

위 그림에서 복도를 사이에 두고, 31C 와 31D 혹은 31C 와 32C  형식으로 앞뒤로 앉게하는 것이었다.


우리 항공사 직원으로서는 최대한의 '묘수'였지만, 허니문 커플에게는 얼마나 기막히고 코막히며 속상할 일이겠는가?

상상들 해보시라우요!!


이별좌석에 앉은 커플들은 , 운좋게 같이앉은 옆좌석 행운 커플들의 '꽁냥꽁냥'을 비행내내 감내해야만 다. 그냥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랑 여행을 간다 하더라도, 따로 앉는건 서러운 일이건만, 갓 결혼한 뜨끈뜨끈한 허니문을 찢으라 하시니, 일하는 우리도 죽을맛이었다.


가끔 여린 신부들은 훌쩍거리며 울기도 하고, 여행사에 전화해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클레임도 하고, 일찍 공항에 오지 못한걸 한탄하기도 했다.



비행기에 탑승하면, 오작교를 사이에둔 견우 직녀마냥 이들의 애틋함은 절정에 이른다.


운좋게 같이 앉게된 행운커플들은 나홀로 옆에 혹처럼 붙은 이별커플따위는 안중에 없는듯, 조잘거리며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꼭 잡은 손을 놓지않고 뺨도 비벼대고, 가벼운 입맞춤도 능숙하게..자주자주..(그저 부러울 뿐이고요)


반면 이별커플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손을 잡는다든지, 앞뒤로 손을 잡고 자꾸 뒤돌아보며, 어찌나 서로를 그리워 하는지요.

승무원들이 음료 카트를 밀고 다니며 수시로 "EXCUSE ME!! 제발 지나가야하니, 손좀 풀어주세요."를 연발해야 했다.


그리고 기내 식사가 시작된다.

"손님! '소고기와밥' '치킨과 구운감자'가 준비되어 있는데 뭐 드릴까요? 물으면 거의 90% 이상

커플들은 "하나하나씩 주세요"를 외친다.

 행운커플들이 오손도손 옆에서 식사하는 동안, 이별커플들도 각각의 다른 메뉴를 고른후, 복도를 사이에 두고, 혹은 앞뒤로 고개돌려가며 '자기한입''나한입' 먹여주느라 여념이 없다.

참으로 눈물없이 볼수없는 가슴저리고 애틋한 식사현장 이었다. 승무원들은 복도를 지날때마다 몇번씩 멈춰서기를 해야하구요 ㅎ

       


그리고 밤(야간)비행의 경우 식사가 끝나면, 보통 수면을 위해 소등을 한다.

이때부터 행운커플들은 서로 손잡고 혹은 끌어안고 수면에 돌입하지만, 그옆에 애매하게 붙어있는 이별커플의 속상함은 더 커질수밖에 없다.

그들은 화장실 주변 항공기 도어쪽 빈공간등으로 몰려와, 손붙잡고 한참을 서서 얘기하기도 하고,쓰다듬기도 하고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신부는 "힝 이게뭐야!!짜증나! 똑땅해" 라며 앙탈을 부렸고 신랑은 "쫌만 기다려! 오빠가 호텔가서 즐겁게 해줄께!오빠 힘센거 알지?"라며 으스러지도록 포옹을 해주기도 했다.

(아주 염장질을 해요 그냥 ㅎㅎ)


그주변은 기내 갤리가 있어,승무원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일을해야했기에, 여러 커플들이 손에손붙잡고 우두커니 서있는게 꽤 불편하고 신경쓰였다.

하지만 애틋함을 알기에 "어서 자리로 돌아가세요!"라는 말도 감히 건네지 못했다.


 가끔은 화장실 안에서 둘이 한참 있다가 같이 나오는 경우도 봤다. 너무도 당당한 눈빛으로 "뭐 잘못됬나요? 왜 쳐다보시죠?"

라는 느낌쓰~~를 풍기며 ㅎ

"아니..화장실 전세 내셨나요?

두분때문에  다른 손님이 너무 오래 밖에서 기다리신게 문제이지요 !"

라고 눈으로만!!! 야유를 보내긴 했다.ㅎ


가끔 태국 승무원들이 물었다.

도대체 한국사람들은 왜 모두다 주말에 동시에 결혼을 하고, 주말저녁에 신혼여행을 단체로 가느냐고?ㅎㅎ


하긴 생각해 보니, 다른 어느나라도 이렇게 단체로 신혼여행객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태국인들도 보통 저녁 결혼식을 하고, 당일은 호텔등에서 투숙후,뒷날 여행을 간다던지 하는 형식인거 같았다. 독특한 한국의 '결혼풍습'인게 맞는듯 하다.


어느새 3월이다.

이제 곧 싹이돋고 꽃이피고. 많은 커플들이

춘삼월 결혼도 많이 하겠지?

혹시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중에 '이별커플'

이였던 분도 계시려나요? 그랬다면 진심 죄송하나이다..다들 잘살고 계시지요?^^


주말마다 허니문 커플들을 찢어놓으며 숱한 원망을 듣고 울게만든 나!!

지금도 보잉사의  333 좌석배열을

떠올리면 "제발 우리좀 사랑하게 해주세요!"

라는 환청이 들리는듯 하다.


혹시 이글 보시는 미래의 커플들은

미리 좌석 지정 잘하고 가시길 바라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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