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맛집이라, 두 딸도 군말 없이 따라왔고, 밥한 톨 남김없이 갈비탕으로 배채운 후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요새 봄날씨가 얼마나 기가 막힌것인지?
바람 한 점 없이 적당한 습도와 온도로 우리를 감싸오는 봄볕에 무장해제돼버리고 만, 우리 세 모녀는
근처 한강변으로 산책 가는 것으로 의기투합했다.
성공적인 우리의 '봄피크닉'을 위해서는 기막힌 향기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혀를 마비시킬
'디저트 케이크'가 필수라며, 세 모녀는 다시 기본 30분은 줄을 서야 한다는 어느 베이커리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은 20여 명이 이미 줄을 서고 있었고, 줄 서기를 몹시 싫어하며 돌아서려는 나에게..
두 딸은 "엄마! 요즘세상은 줄 서기마저도 즐겨야 하는 세상이야! 그래야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고 그 행복감도 큰 거지! 울 집에서 제일 시간 많은 엄마가 왜 그래? 즐겨! 즐겨!"라고 하는 거였다.
뭐 틀린 말도 아니고, "그래 얼마나 맛있나 먹어보자!"라는 마음으로 기다린 후, 주문하려 하니,
인기 있는 베이글 3-4개는 이미 품절이고, 생크림 듬뿍 들어 입조차 다물지 못하는 베이글 겨우 하나가 수줍게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선택의 여지없이) 네가 우리의 오늘 피크닉 파트너구나!" 하며 그곳 시그니처 커피라는 '아이스라테'
세잔과 그리고 '볼 빨간 사춘기'의 '나만 봄' 노래를 신나게 들으며 우리는 다소 늦은 봄구경을 나서고 있었다.
연분홍의 화려함으로 우리 심장을 녹여내던, 벚꽃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매운 진초록의 이파리, 연두연두 여린 새순, 살랑살랑 뺨 위를 간지럽히는 실크감촉 미풍, 진분홍의 진달래와 철쭉.. 때맞추어 지저귀는 참새들의 기분 좋은 소프라노.. 그 무엇 하나 맘에 안 드는 게 없는 완벽한 피크닉이었다.
한강으로 향하다가, 아름드리 고혹적인 정자를 발견했고, 응급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수혈이 필요함을 느낀 우리는 다짜고짜 '피크닉 박스'를 펼치고 있었다.
우와와와와와..... 우리 세 모녀는 진심 어린 감탄사를 내뿜었다.
기다린 시간이 진정 아깝지 않게 '아아'와 '생크림 베이글'은 진정진정 맛있었다.
요사이 사는 게 힘들고 재미없다던, 두 딸이 동시에 외쳤다.
"엄마! 먹는 게 뭐라고 이렇게 행복한 거야? 너무너무 맛있다! 봄도 맛있고 날씨도 맛있고 디저트도 맛있고..커피는 더더 죽여주네 !! 대박대박 !!이런맛 처음이야 !!
"이런 게 사는 낙이지! 그런데 갑자기 너무 궁금하다. 품절돼서 못 산 그곳 시그니처 베이글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