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내 앞에는 30대 젊은 커플이 서있었다. 둘이 나란히 서있으니, 당연히 일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인이 남자를 다소 노려보며 말했다.
"저기 줄 좀 제대로 서주세요. 왜 계속 내 옆에 서시나요? 제뒤에 잘 서주세요!"란다.
이에 당황한 나는 뒤로 물러서며, 공간을 급히 만들어 주었다.
내가 너무 바짝 서버려서, 그 남자가 옆에 삐져나온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여전히 애매하게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남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 그 여인의 말을 따르고 싶진 않은 듯했다.
뭐.. 그렇게 줄은 조금씩 빠지는 듯했으나, 아침 차가운 바람도 계속 불어오고,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소음 /매연등으로 얼굴도 따갑고,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아직도 20여 명이 앞에 있고, 원하는 메뉴를 구입할 확률도 없어 보여, 그냥 집으로 가려고 맘먹었다.
그런데 내 뒤에 있던 커플이 "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라며 예쁜 긍정의 언어를 내뱉는 게 아닌가? "
"아! 똑같은 상황에서도 나는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었구나!
그래! 여태 기다리고 지금 돌아가는 건 좀 억울하다!"며, 다시 자리를 보존하고 섰다.
그런데 어떤 노년의 커플이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 매우 놀란 표정으로 "도대체 아침부터 이 무슨 난리냐?"라고 중얼거리며 지나가신다.
그리고는 듣지 말아야 할 소리를 듣고 말았다.
"뭐 배급받는 줄인가 봐!!" 앜................
그리고, 다시 내 앞에 줄 삐딱하게 섰던 남자가 말한다.
"저랑 자리 바꾸셔요! 제 앞에 서셔도 돼요! "라고..
그리고 앞의 여자가 이어폰을 끼고 있음을 확인하곤, 내게 속삭인다.
"아니, 제가 새치기한 것도 아니고, 옆으로 서도 되지.. 뭘 이런 거 가지고 아침부터 재수없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또라이 같으니라고..". 라며 손가락을 빙빙 돌리고 야유의 제스처를 했다.
"이런 여자랑 엮이고 싶지 않으니, 그냥 제 앞에 서세요!"라며 양보를 한다.
(참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줄 서기 현장 이로세!! ㅎㅎ)
정확히 1시간 10분이 흐른 후, 내 주문 차례가 되었다.
BUT!!!
오매불망.. 시그니처 메뉴 3가지는 품절이었고, 그냥저냥 맛이 예상되는 그러저러한 메뉴들만 있었다.
그저 갓 화덕에 구운 탓에.. 따뜻한 맛에, 배고픈김에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랜 기다림이 억울하기라도 한 듯, 마구마구 보복소비처럼 베이글을 주문해대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충 '시금치 베이글''크렌베리 베이글''아이스 라테"를 시키니 또 20여분을 밖에서 기다리란다. 뜨거운 화가 다시 올라오며, "아뇨 됐어요! 그냥 갈게요!"라고 하고 싶었으나, 조용히 그냥 밖으로 나왔다. "죽어도 이런 짓은 다시 안 한다!"라고 속으로 외치며, 그 주변을 20여분 뱅뱅 돌고 돌다가...
베이글을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10시를 넘었다.
"얘들아 일어나! 베이글 사 왔어! "라는 말에 두 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온다.
헐.. 평소 그리 안 일어나더니,, '베이글'의 파워가 이리 큰 것이었던가? ㅎㅎㅎ
"시그니처 베이글은 결국 못 샀다! 근데 나 도대체 새벽 댓바람부터 뭔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
기분이 굉장히 별로다! 너네도 엄마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니?"라며 계속 투정질을 했다.
큰딸은..
"엄마! 이거 시그니처 아니래도 따뜻하니 맛있다. 난 솔직히 엄마가 진짜 아침부터 갈 줄 몰랐어!
엄마 진짜 고맙고 감동이야!"라고 했고..
둘째 딸은
"엄마 다음 주에는 내가 새벽에 가서 꼭 사 올게!" 라며 위로를 해주니 조금 누그러지긴 했다.
배불리 먹여놨더니,
두 딸은 모두 미팅이 있다/ 약속이 있다며 '꽃단장'하고 '룰루랄라'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젊음으로도 이쁠나이지만, 꾸며놓이니, 샤랄라 복사꽃처럼 싱그럽다.
"얘들아! 평소에도 좀 일찍일어나서 이뿌게 좀 꾸미고다녀!
그래야, 생기도 돋고,외출할 맛도 나고 삶의질도 올라가는거야!" 라고 하니
"이응이응" "오키오키" 건성건성 답한다.
그리고는
"차밍작가님! 오늘 하실 말씀 많으신 거 같은데.. 저희들은 사라져 드리겠사오니..
브런치에 마음껏 풀어내셔요!" 라며 '멜롱' 사라져 버린다.ㅎㅎ
"뭐야! 어제까지만 해도 인생 재미없다! 퇴직한 시간부자 엄마가 제일 부럽다! 요즘 젊은이는 힘들다며
위로해 달라고 아우성치더니만,, 지극정성 '카페라테'와 베이글에 기분 좋아진 거야?"
"그럼요!! 엄마 사랑해!"라며 엘리베이터 문을 냉큼 닫고 있었다.
"그려 그려.. 그럼 된 거지 뭐... 그렇게 이렇게..업다운하며 사는 거지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