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밍줌마 May 02. 2023

"아줌마'라 부르면 싫어요"

'호칭'에 대해 생각해 보다.

아주 아주.. 오래전, 승무원으로 비행하던 시절 얘기다.


승객이 많지 않아, 잠시 휴식을 하는데,  동료 태국 남승무원이 묻는다.

"한국말로 MISS, MRS, MR를 뭐라 해?

"음! '남자'는 무조건 '아저씨' 여자는 보통 결혼한 사람은 '아줌마' 결혼 안 한 사람은 '아가씨'라고 해!

"그럼 여자들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알아?"

"뭐 젊어 보이면 보통 '아가씨' 아기엄마 같으면 '아줌마'이지 뭐!. 뭔가 애매할 땐, 그냥 '아가씨'라고 하면 대부분 좋아해. 그만큼 젊어 보인다는 거니까!   (이당시만 해도 '아줌마'는 매우 평범한 의미의 단어였다.)  


그리고 아주 나이 드신 분은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하지."

"하... 할아버지 할머니는 발음도 너무 어렵네!.. 그건, 나중에 더 연습해서 하고.. "


라며, 메모지에 써서 열심히 연습을 하는 거였다.

그러던 중 60대 정도로 느껴지지만, 정열의 빨간 원피스에 살구빛 우아한 스카프를 길게 늘어뜨린 , 요샛말로 할줌마 (할머니와 아줌마의 중간즈음)  마치 영화배우 '장미희' 닮은 우아한 승객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셨다. 내가 한국인인걸 모르시는지 "toilet , toilet"을 살며시 외치며 화장실 위치를 찾으셨다.

그러자 아까 남승무원이 벌떡 일어서더니, "아가씨! 아가씨! Come here! This way please!  라며 승객의 손을 잡아 화장실로 이끌었다. 그리고 나에게 " 나 잘하지?"라는 눈빛으로 윙크를 보냈다.

이에, 할머니 승객은 남자 승무원의 가슴을 한 손으로 '톡'치시더니, "아가씨는 무슨... 부끄럽게 왜 그래?" 하며 손으로 입을 가벼이 막고 웃으시는데,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음.. 한마디로 기분 좋은 모습이었다.


 최근, '아줌마'라는 호칭 때문에 '칼부림'을 하고 '살인'까지 초래했다는 기사를 보며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20대부터 ' 군인 아저씨'소리를 듣고 국민 드라마라는 '나의 아저씨'까지 흥행하면서 남자들은 그다지 '아저씨'라는 호칭에 예민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지만, 철저한 외모관리로 아가씨 느낌의 30대 후반 OR 40대 초반 여성이 '아줌마'라고 불리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님은 꽤 이해가 된다.

나이를 먹어 40대 이상이지만, 결혼을 안 한 여인이거늘, 아줌마 또는 어머님이라 불리는 것도 기분 별로다.

뭔가 대책이 필요한 게 확실하다.  



영어의 경우  MR/MISS/MRS로 분류되어 있고, 좀 나이 든 분께는 남자의 경우, SIR

여자의 경우 ma'am, madam 등으로 호칭한다. 영어 자체의 어감도 젠틀하고 격식과 공경의 단어로 느껴져

듣는 사람도 좋다. 승무원 교육을 받을 때도 승객에게 이런 호칭을 잘 쓸 것을 철저히 교육받았다.


이런 류의 호칭 문제가  자주 대두되면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아줌마'의 정의를 기존의 '남남끼리 결혼한 여자를 예사로이 부르는 말'에서 '남남끼리 나이 든 여자'를 부르는 말'로 바꿨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또 '나이 든 여자'라는 묘한 뉘앙스가 맘에 걸린다.


솔직히 오랫동안 사용해 온 '호칭'이라는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지만,

'노인'대신 '어르신' '여사님'  그리고 요구르트 아줌마는 '프레시 매니저'등으로 이미 명칭이 바뀌었고

 대중적으로 잘 불려지고 있으니, 적절한 선도와 계몽이 이루어진다면 그리 어려운 일만도 아니리라.


내 고향 제주에서는 나이 든 주변 이웃분 혹은 타인에게도 남녀불문 모두 '삼춘'이라고 부른다.

'삼춘'은 '삼촌'의 사투리이다. 육지에 비해 친족 간의  복잡한  '호칭'이 훨씬 덜 발달한 제주였기에

무난 '삼촌'이라는 호칭으로 퉁쳤고, 점차 이웃에게도 친근감을 주기 위해 확대된 것이라고 알고 있다.

물론,부르는 사람/듣는사람 모두 정감이 철철 묻어나고 진짜 삼촌처럼 거리감도 없어진다.

(하긴 '삼촌''이모님'도 싫다는 분도 가~~~끔 계시긴 하더라 .ㅎㅎ)


30여 년, 승객들과 공항에서 만나면서, 나도 참으로 많은 호칭으로 불렸다.

'아가씨''아줌마''이모님' 선생님'  혹은 한국말 좀 배운 외국인은 '누나''언니'라고도 불렀다.

그런데 승객은 대략 화났을때 나를 '아줌마' , 부탁하거나 아쉬운일이 있을때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던거 같다. 확실히 개선이 필요함이 입증되는 부분이다.

 

"아줌마 같은머리말고. 젊어보이게요"

"아줌마 느낌 안나는 옷으로 입어봐"

"결혼하더니 아줌마 다됬네!"

"아줌마처럼 우악스러워"

"아줌만데 꾸며봤자지 뭐!"

"아줌마들 모이니 겁나 시끄럽네"


하!! 아줌마만 들어기면. 기분좋은 멘트가

하나도 없다 .ㅠㅠ


대국민 '공모'를 통해서라도, 적절한 호칭이 생기면 좋겠고, 어렵다면 '저기요!"라는 호칭도 난 좋다.


요새는 '할머니''할아버지'도 싫다는 어르신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호칭 때문에 '칼부림'이야 해서 되겠는가?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1시간 반 줄서서 사온 '베이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