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밍줌마 Aug 07. 2022

저는 남조선 사람입니다

비행 에피소드 (1)

브런치 작가가 되고나니, 괜히 마음이 바빠졌다.


퇴직 8개월차.., 늘 뛰어다니는 삶에서 이제, 녹색신호등 하나쯤은 그냥 보낼정도로 여유있는 삶을 살고있다. 몸과 마음이 매우 편해지는데, 한편으로 뭔가 불안함이 차지했다.


30년을 바쁘게 살았으니, 쉬며쉬며 살아도 되련만,  쉬는삶은 익숙지 않고,놀고 먹는 식충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딸이 ‘브런치’를 알려주며, 엄마의 삶이 흔한 스토리는 아니니, 일기 쓰듯 채워보면 보람있을거란 말에, 격한 공감을 했고 운좋게 한번에 작가승낙을 얻었다.


너무너무 기쁨과 동시에, 원고 마감을 앞둔 작가처럼 좋은 글을 빨리 많이 써야한다는 조바심이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던 에피소드도 자꾸 잊혀져가는듯해서…. 한번 끄집어내 본다.


타이항공에서 한국승무원을 뽑은이유는 1990년 당시 ‘해외여행자유화’시대가 열리며 폭증하는 한국 관광객을 기내에서 ‘통역’ 등을 도와주기 위함이었고, 당연히 방콕-서울-방콕 구간을 주로 비행했다.


 우리는 BASE 가 방콕이었기에, 늘 향수병이 있었고, 그래서 한국가는 비행을 간절히 원했고,당연히 한국 비행만 해도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가끔씩 스탠바이 비행으로 다른 나라를 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겸사겸사 딴나라를 방문하는 기회라 여겨 즐거이 비행했다.


 어느날, 내게도 스탠바이비행( 갑작스레 아프거나 하여, 비행을 못가는 승무원 대타로 가는비행) 으로 네팔 카트만두를 가게되었다.


 한국비행은 한국승객이 많아 , 심심할 겨를없이 바쁘게 시간이 흐르는데,이 비행은 대부분 네팔사람이고 동료 태국 승무원들과도 별 화제거라기 없어 다소 심심했다.


그러던중, 정장을 잘 차려입은 비즈니스맨 같은 한국신사 2분을 발견하였다. 괜히 반가웠다. 그분들도 이런 외국 비행기에서 날보면 분명 반가울거다라는 생각으로 다가가 “안녕하세요? 카트만두 출장 다녀오시나 봐요? 라며 반가이 인사했다.


 그…런…데.. !! 그분들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나를 한참 노려보는듯하더니,, “아가씨는 북조선사람 입네까? 아님, 남조선 사람입네까?” 라며 물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화들짝 놀랐고, 그분들의 양복재킷에 선명히 달린, 김일성 뱃지를 확인하였다.


그당시만해도 북한사람은 ‘늑대’또는’괴물’처럼 생겼을거다!!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놀란 눈빛을 숨기며 ‘저는 남조선 사람입네다’라고 살짝 북한 사투리를 섞어가며 대답했다.


 같은동포인데,뭐하나라도 드리고싶어 내가보던 한국잡지도 드리고,비행기 기념품인 포커카드,엽서등을 챙겨드렸으나

무표정하게 무심하게 받기만 하몄다.


 잠시후, 그중 한분이 화장실 다녀오시며 또 내게 물으셨다. “런데 , 동무는 아버지 어머니중 누가 태국인입니까?” 아마도 타이항공 근무하니 태국혼혈이라 생각하셨나 보다.


난 대답했다 “내 아버지가 태국인이십니다” (순간적 으로 장난기 발동함)

그러자, “아!! 기렇군요!” 라며  사알짝 미소를 보여주셨다. 그분도 내게 한마디 건네고 싶었던듯 하다.


 나중에 승무원 친구에게 얘기하니 “북한사람은 어떻게 생겼니? 진짜 괴물처럼 생겼니?” (어릴적 반공교육의 폐해)라며 묻는다 “하하하 호호호 ”  

저는 그런 시대에 살았던, 울딸이 말하는 “옛날사람이 맞나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두할머니가 품앗이로 키운내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