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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Sep 29. 2022

태국 입국 거부당하고 돌아온 신혼부부

항공사 에피소드(중요)

위 사진은,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아빠가 출장 못 가고 공항에서 돌아온 이유'라는 제목으로 엄청 뜨거웠던 사진이다. 이미 알고계신 분들이 많으리라 ... 아기가 여권을 온통 낙서한 줄 모르고 들고 나갔다가 출국을 못했다는 스토리이다. 좀 더 내막을 깊숙이 들여다보니, 중국 관광객 여권이고, 한국에 관광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긴 일이며, 결국 대사관을 통해 '긴급여권'을 만들어 무사히 출국했다고 한다.ㅎㅎ


 항공사 근무하다 보면, 유효기간 만료된 여권, 페이지 한 장이 뜯긴 여권,모서리가 조금 뜯긴여권' '단수여권(한 번만 사용 가능한 여권)' 등등 여권 문제로,공항까지 왔다가 갑작스레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항공사 카운터 직원들은 수속할 때마다, 여권 페이지를 넘겨가며 뜯겨 나갔는지, 낙서나 메모가 있는지 등등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행여, 여권 문제로 입국이라도 안돼 돌아오면,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물론, 궁극적 책임은 승객 본인에게 있다. 항공사 직원은 그저 'recheck''재확인'정도의 서비스만 하는 것이다.)


하루는 아침 비행기를 띄우고, 점심 먹을 즈음에 방콕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1 passenger name xxx refused entry into Bangkok due to  passport problem

(승객 xxx 가 여권 문제로 입국 거절되었다는 것이다)

내막을 알아보니, 허니문 커플 승객 중 여자 승객 여권에 일본 관광 스탬프가 두어 개 찍혀있어서 '여권 훼손'이라는 명목으로 입국을 거절한 것이다.

 

(문제의 스탬프 예시)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하며, 곳곳 유적지를 여행하다가 이런 종류의 '기념 스탬프'를 아무 생각 없이 여권에 마구 찍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여권 훼손'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스탬프가 있다는 이유로 '입국 거부'가 된 적은 처음이라 우리 직원들도 정말 당황했다. 게다가 문제의 승객은 '신혼여행'을 가다 그리 된 것이니, 얼마나 얼마나 기막히고 황당했을까? 내 가슴이 다 찌릿찌릿 아팠다.


 결국 그들은, 방콕 공항 보호소에서 10시간 가까이 대기하다가 밤 비행기로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신혼여행 첫날을 허름한 보호소에서 보내다니 ......통탄할 일이다.) 새벽에 도착한 그들을 만나보았다. 두명다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 여자 승객이 말한다. "제가 이 스탬프 있는 여권으로 많은 나라 여행했지만, 입국 거절된 건 처음이다. 억울하다. '라며...울컥인다.

그래서 내가 답했다."아마, 요새 태국 입국 규정이 많이강화된 거 같으니 부디 이해해 달라고..원칙적으로 여권은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라고 조심스레  달래드렸다.


그날 이후로, 수속 카운터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위와 같은 상황을 예방하고자, 철저히 한 장 한 장 여권 검사를 하니,수속 시간이 오래 걸렸다. 보통  비행기 한편당,10-15여 명의 승객에게서 비슷한 종류의  세계 여러나라 스탬프들이 발견되었다. 이들에게  ' 여권 훼손 문제'로 여행할 수 없다 하니, 승객들이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다.  "내가 방콕을 수십 번 다녔지만 이게 문제가 된 적이 없다''다른 항공사는 이걸 문제 삼지 않는다' 등등..


승객과의 다툼에 견디다 못해, 방콕에 연락하면 그들은 또 원론적인 대답만 한다. "NO"라고....

물론, 아주 가끔씩 입국이 된 경우는 해당 입국심사자가 스탬프를 못 봤거나, 봤어도 살짝 눈감아 주었거나, 그런 경우인 듯하였다. 그 부분까지 우리가 터치할 순 없다. 왜? "법은 지켜야 하니까요"

승객과 그 입국심사자 사이에서 고래 등 터지는 건 오롯이 우리 몫이었다.


여담으로,,,,,,,

한번은 여권 사진란에 볼펜으로 줄이 한 줄 쫙,,,그어진 승객이 왔다. 사진있는 부분은 특히 더 중요하고, 이역시 '여권훼손'이기에  수속할수 없었다. 이에 승객은 너무 중요한 출장이라  무조건 가야한다며 우겼다. 못가면  '회사'에서 잘릴수도 있다며 협박은 물론 여권을 던지기까지 했다. "수억짜리 계약인데 무산되면 네가 책임질겨?" 이런 식이었다. 엄청 고민하던 차에 ,순간 번득이며 떠오르는 '묘수'가 있었다.  "손님! 일단, 이 여권으로 여행하시되, 이 낙서에 대해 혹시 입국심사원이 물어본다면, 비행기 안에서 실수로 그었다고 꼭!! 답하셔야 해요. 꼭!!이요."   설마, 비행기 안에서 생긴 낙서까지 뭐라 하진 않겠지만, 혹여 입국 거절되더라도, 그건 손님이 책임지셔야 합니다."

라고 '서약서'까지 받고 수속해 드린 적이 있긴 하다. 물론, 그 승객은 무사히 입국했다.

  


EPILOGUE..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행여 앞으로 위와 같은 이유로 여행 거부되는 일이 없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씁니다. 무조건 '여권'은 깨끗해야 합니다. 여권은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에  소중히 잘 보관하기로 해요. 대신 만료기간은 꼭 확인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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