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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밍줌마 Dec 13. 2022

'옛날 스튜어디스'에서 '차밍줌마'로..  

브런치 아이디를 바꾸다. (사진: 스페인 중세도시 '소리아'  여행중)

오랜만에 '브런치'문을 두드려본다.

찾아보니, 지난 9월29일 쓴글이 마지막글이었다.

대략 70일만의 '귀환'이라고나 할까?

그사이 해외여행도 다녀왔고, 다양하고 사소한 개인일들도 있었고,, 구구절절 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굳이 핑계를 대자면 그런게 이유였다.

마지막 글이후 60 일정도 지났을때는 , 브런치앱에서 "작가님! 이제 그만 쉬시고 글좀 써보세요!" 라는 매우  부드러운 어조의...그러나 내가 느끼기에는 좀 아픈 경고도 날라들었다.


원래, 난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있는줄도 몰랐었고, 당연히 작가들의 글도 제대로 읽어본적이 없었다.

 그저, 퇴직을 했고, 그러니, 삶의기록을 남겨 보고싶었고.. 그래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차에, 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엄마! 브런치 작가는 아무나 되는거 아냐... 몇번씩 고배를 마셔야 하고, 글잘쓰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라는 말에 잠시 망설였지만,  "아님 말고!! .. " "아무것도 하지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무대뽀 정신으로 도전한것이 한번에 "합격" 통지서를 받을수 있었다.


가족들이 깜짝 놀라며 "축하"를 해주었고,  나는 한동안 무기력했던 나의 '존재감'이라도 확인하려는듯 글을 써가기 시작했다.


우선 아이디를 만들어야 했는데, 일단 내 과거직업이 '승무원'이었고, 내가 하고싶은 얘기들도 '항공사'의 숨은 이야기 들이었기에  '스튜어디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내가 중년 아줌마 이므로 '옛날'이라는 접두사를 사용함 으로서, 나의 얘기들이 다소 옛이야기가 많을수 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지난 10월말 대한항공이 '스튜어디스'호칭을 'flight attendant' 로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나도 더이상 사용하기가 싫어졌다. '스튜어드''스튜어디스'처럼  성별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것이 '남녀차별' 이라는 인식에 따라  대부분의 영어권 나라에서 중립적 표현으로 바꾸는게 추세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런건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므로 무조건 동참하고픈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럼, 새로운 아이디는 무엇으로 할까?.. 고민이 되었다.  앞으로의 글 주제는 '항공사' 외적인 얘기도 하고 싶었기에  나의 직업을 연상시키는 단어는 사용않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짜보아도 ... "개뿔!! 내 주제에 뭐 그리 대단한 네임이 떠오르진 않았다. 그래서 그냥 단순하게 내가 좋아하는 영어단어중 하나인 charming 을 쓰기로 했다. 'charming girl''charming lady'  이런걸 쓰기엔 다소 연령대가 있으므로 늘 매력적이고 싶은 아줌마 .. 라는 의미로 'charming 줌마'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딸들이 깔깔대며 또 웃는다 ...


'촌스럽다' 또는 왜 '아줌마'라는 단어를 꼭 쓰려하냐 등등의 이유를 대며.. "아니? 아줌마가 어때서?  어차피 내글을 보면 사람들은 내가 나이좀 있는 여자인걸 금방 다 아는걸 뭐..!" 라며 나는 걍 밀어부쳤다.  


올 8월 7일 브런치 첫글을 시작으로, 두달동안, 약 25개의 글을 썼을 뿐인데 7개의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갔고 370여명의 독자가 생겼다. 생각지도 못한 관심과 사랑에 몸둘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아무도 압박하지 않는데, 나는 원고를 독촉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마냥, 하루종일 글감을 생각하고 '인기'를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었다.  하루종일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넘쳐나는 조회수 확인하느라 얼이 빠져 있었다.  처음에는 솔직담백 진지하게 써나갔던 글들이, 어느새 '어떻게 제목을 만들어야 자극적일까? 라는 등의 허황되고 자만한 모습의 싸구려 글쟁이로 변하는것 같았다. 묵묵하게 진실된 모습으로 '조회수''구독자수'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채 빛나는 글을 써내려가는 '작가'들의 글을 만날때마다 나는 너무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며 쥐구멍에 숨고만 싶어진 것이다.


나의 글들을 찬찬이 다시 읽어보았다.

행여라도 인기에 연연하여 쓴 부끄러움이 느껴지는 글들은 작가의 서랍속으로 슬며시 밀어 버렸다.

나는 사실 솔직한 얘기들을 많이 쓰고, 공유하고 , 공감받고 싶었다.

한가지 후회되는건, 소수이긴 하지만,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알린게 꽤 후회가 된다.

물론 몇몇 지인은 글을보고 자연스럽게 찾아와 주기도 했지만...

 글을 쓸때마다, 일기장을 펼쳐 보여주듯, 혹은 들킨듯,, 어느정도의 불편함이 있는건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새로 시작하는 작가님들께는 부디. 널리 알리지 마시라고 조언하고 싶다.

  


혹여라도, 저를 기다려 주셨을 독자님들께 그동안의 공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요새 어떻게 ' 어떤식으로 다시 글을 시작해야 하나 ? 고민 많았는데, 이렇게 풀어내고 나니...  많이 후련해졌다.   내 마음을 위로하고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듯, 창밖에 함박눈이 소리없이 가득가득 내리고 있다.

이제 겨우 5 시 넘었을 뿐인데, 밖은 많이 캄캄하다.


"눈 많이 오는데.. 저녁메뉴 뭐냐고?"  '카톡' '가족방' 에  문의글이 계속 올라온다.  도대체 눈오는거하고 '저녁메뉴'는 무슨상관인지? ㅎ ㅎ ㅎ


 나도 눈오는날 그냥 널부러지고만 싶다구...


 '개미지옥' 같은 '밥''밥''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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