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새벽 책상에 앉았다. 컨디션이 떨어진 이후 이른 아침 일어나했던 말씀 묵상과 기도를 이어 가기가 참 힘들었다. 누워서 기도하고 엎드려서 기도하다 보니 기도하다가 금세 잠이 들고 정신도 몽롱해 말씀을 읽어도 그 뜻을 헤아릴 만한 정신력이 없었다. 어느덧 몇 주가 그렇게 흘러가며 이젠 이른 새벽에 잠시 눈을 떴다가 기도하는 둥 마는 둥 따뜻한 장판 위에서 오히려 꿀잠 자는 게 익숙해졌다.
그렇게 신체는 회복이 되어갔지만, 이젠 더 이상 말씀 없이 살 수는 없는 사람이 되었나 보다. 내 영이 쪼그려 들어가고 마음이 강퍅해 짐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제는 급기야 황폐해진 영과 마음에 크게 넘어져버렸다. 내 깊숙한 곳에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여전히 괜찮지 않았고, 회복되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조금도 회복되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래도 일어날 힘이 넘친다고 생각했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악순환이 진정 절망처럼 다가왔다.
다시 살 수 있는 길은 오직 한 가지뿐인 것을 안다. 다시 살려 달라고 외쳐본다. 자꾸 누우려는 몸을 일으켜 그냥 살려 달라고 주께 간구해 본다. 오랜만에 몸을 일으켜 그렇게 살려 달라고 기도하니 참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문득 오늘의 말씀을 떠 오르게 하신다.
새벽잠이 미쳐 깨지 않은 채 몽롱한 상태로 읽었던 오늘 본문 말씀에 등장한 굽이 갈라지고 되새김하는 짐승들, 기지 않고 뛰어다니는 곤충들! 이는 내게 더 이상 누워있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죄와 함께 오염된 이 땅에 자꾸 누우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 발의 굽이 갈라지도록 움직이고 뛰는 곤충 같이 땅을 기어가다가도 뛸 수 있어야 한다.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물고기처럼 물속에서도 지느러미를 움직여 어떻게 든 헤엄쳐 나아가라고 말씀하신다. 어제처럼 이제껏 내가 먹었다 생각했던 말씀과 은혜를 모조리 토해내는 시간이 있어도 새김질하는 짐승처럼 토해낸 것을 다시 삼켜 온전히 소화될 때까지 씹어 먹으라는 말씀이었다.
말씀을 다시금 삼켜 힘을 얻어 걸을 때, 그러나, 결코 독수리와 같이 누군가를 물어뜯어 피 흘릴 마음으로 걷지 않아야 할 것이며, 박쥐와 같이 음침한 곳을 걷지 말라는 것이다.
어려웠던 부정한 먹거리와 그렇지 않은 것에 관한 레위기 말씀의 의미가 깨우쳐지니 참으로 감사하다. 나와 같이 부족한 자에게 성령의 지혜를 부어 주심에 다시 살아나게 하시는 그 은혜를 헤아릴 수없다.
불안, 우울, 그리고 이제는 어느덧 체화되어 끝날 것 같지 않은 몹쓸 무기력의 악순환으로 떨고 있던 나를 다시 일으키시는 나의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와 찬양을 올려드린다.
눈앞의 보이는 것은 무엇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오늘 하루 이 무익하고 부족한 종 하나 살리시고자 말씀의 떡을 주시고 다시 일으켜 주시는 하나님께 기대어 예수님 손 붙잡고 다시 용기 내어 걸어본다. 넘어지고 일어나고, 또 넘어지고 일어나며 결국 주의 뜻을 이루어가는 것이 내 삶의 이유임을 기억하며 다시 걷기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