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제일 힘들게 했던 건 단연 솔리드웍스였다.
이 수업만큼은 정말… 진심으로… 어려웠다.
나는 평생 그림 한 번 제대로 그려본 적도 없고,
네비 없으면 운전도 못 하는 방향치다.
그런 내가 입체 도면을 그리고,
3D로 돌려보는 도면 작업을 해야 했다.
살다 살다,
내가 이렇게까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래도 참고 완주하면 경쟁력이 생기겠지?” 가 아니라
“아무리 완주해도 이걸로 내가 경쟁력이 생길까?”
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는 것.
전자과,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20대 중반, 30대 초반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이쪽 관련 경험 0에, 도면·회로·시스템 언어에 대한 흥미도 0에 가깝고,
심지어 적성도 영 안 맞았다.
완주만이 답이라고 믿어왔던 나에게 처음으로 이런 질문이 들었다.
“이 길을 끝까지 가는 게 정말 나에게 이득일까?”
배우는 내용도 전혀 재미가 없었다.
C언어, 파이썬, PLC…
줄줄이 나오는 시스템 언어들은
나에게 그냥 “낯선 행성의 외계어” 같았다.
수업 시간 내내 괴로움만 차곡차곡 쌓여갔다.
“아무리 열심히 한들, 이건 아니다.”
어느 순간 이 문장이 마음속에서 더 이상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수업을 중도 하차했다.
어떤 일이든 웬만하면 끝까지 가보는 타입인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빠른 포기가 필요했다.
“아, 이건 나랑 인연이 아니구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어찌 보면 ‘낭비’였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번에 아주 중요한 걸 하나 깨달았다.
아, 나도 이렇게까지 못하는 게 있구나.
이걸 아는 것도 인생에서 꽤 큰 수확이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하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대신, “아, 이 방향은 아니구나”라는
조금은 현실적인 나침반이 생겼으니까.
“그래, 못하는 건 알았으니까 이제 내가 잘하는 건 뭔지 거꾸로 찾아보자.”
못하는 걸 끝까지 붙잡고 나를 깎아내리는 대신,
이번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나의 강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스마트 팩토리 수업은 놓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조금 더 솔직한 시선으로
나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도면은 포기했지만, 그 시간에 ‘나’라는 사람의 구조도를 조금 그려본 것 인지도 모르겠다.
3D 모델링에는 실패했지만, 그 대신 내 안의 진로 지도를
조금 더 선명하게 업그레이드한 셈이니까.
이제는 “아무거나 다”가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내 페이스로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일에 시간을 쓰려고 한다.
도면은 못 그리지만, 내 인생 설계도는 이제부터 내가 직접, 천천히, 그리고 제대로 그려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