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데 왜 죄책감이 들까

by 고프로


군대 전역 후 취업 준비,
결혼,
진급 경쟁.

ㅋ나는 오랫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멈춘다는 건
언제나 ‘뒤처지는 일’이라고 믿어왔다.

육아 휴직이 시작되던 날,
나는 국비 교육과 함께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9시부터 5시까지 수업.
수업 후엔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

휴직이었지만, 쉬지 않았다.
쉬는 게 불안했고,
익숙하지 않았다.

한 달쯤 그렇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빽빽한 일정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정말 이게 너가 원하는 길이 맞아?”

스마트 팩토리 과정은
유망했고 기회가 커 보였다.
하지만 그 과정 속의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결국, 나는 수업을 중도에 그만두었다.
그리고 습관처럼
다시 스터디 카페에 앉아 있었다.

밤 12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파트 앞에 서 있던 나무가
유난히 눈부셔 보였다.

그제야 알았다.
아, 지금 나는 숨을 쉬고 있구나.

앞으로 11개월.
남아 있는 육아 휴직 기간.
이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처음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오전엔 전기 기능사 공부.


모르는 게 있어도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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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책.
누가 좋다고 하는 책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거는 책.

그리고 남은 시간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

나는 이제
‘휴직 동안 반드시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오래된 압박을 내려놓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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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아이들과 도시락을 싸서
도서관에 갔다.
책을 읽고,
공원 앞에서 농구도 했다.

일요일 저녁마다 찾아오던
가슴 답답함과 불면증은
이젠 없다.
이런 시간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텅 빈 시간 속에서
조금씩, 아주 천천히
나를 탐색해 보려 한다.

뒤늦게 깨달았다.
멈춤은 후퇴가 아니었다.
멈춤은 정비였다.
그리고 정비 후에 출발하는 사람은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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