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취향의 결
우린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웃음 소리와 말투,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까지 조금씩 닮아갔다.
그리고 애써 맞추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통하는 취향이 있었다.
영화관에 가면 어디에서 웃고,
어떤 장면에서 흥미를 느끼는지 비슷했고
“이 부분 좋지 않았어?” 하고 말이 통했다.
흥이 올랐다가 금방 지치는 순간도,
자극적인 음식보다 슴슴한 걸 찾는 입맛도
이상하게 잘 맞았다.
보드게임이나 퍼즐을 맞추고,
집 앞을 산책하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일들이
우리에게는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념일이라고 해서
굳이 차려입고 좋은 곳을 가기보다는
편한 옷을 입고 집 근처를 걷는 걸 더 좋아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 그대로,
굳이 꾸며내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봐 주는 관계였다.
그래서 나는 그와 있을 때 가장 나다웠다.
내가 어떤 못난 모습을 보여도
나를 사랑한다던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