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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네카 Sep 23. 2020

미드나잇 선 리뷰

태양을 거부했던 그녀,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다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태양으로부터의 빛과 열을 도움받아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 식물은 햇빛이 있어야만 광합성을 할 수 있고, 사람과 다른 동물들은 광합성을 통해 성장한 식물을 섭취하여 생명을 이어간다. 태양은 지구의 존재적 근원이자 이 자그마한 행성에게 생명의 빛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영화 속 주인공 케이티는 XP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모든 생명의 근원에 영원히 거부당해야만 하는 비극적 운명에 처해 있다. 그녀 곁엔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기 직전 남겨준 기타, 그리고 10년 째 창밖으로 바라보기만 했던 찰리만이 그녀에게 있어 구원의 빛이다.


  한밤 중 기차역에서 작은 독무대 공연을 하던 케이티 앞에 그녀가 그토록 짝사랑해왔던 찰리가 나타나 둘은 교류를 쌓으며 급속도로 뜨거운 연인 사이로까지 발전한다. 단 오직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만 만남을 이어나가는 조건으로 사랑을 싹틔워 나간다. 하지만 케이티는 어느날 찰리와의 행복한 데이트에 흠뻑 취한 나머지 태양이 어둠을 몰아내며 그들 곁에 바짝 다가와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그 환하고 무시무시한 형체는 이미 그녀의 행복했던 어둠을 몰아낼 채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이 안타까운 부주의로 인해 그녀의 뇌는 수축되기 시작하고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된다.


  케이티의 아버지는 찰리를 그리워하느라 상심에 빠져 있는 딸을 위로하고자 찰리에게 연락하여 그녀와의 깜짝 만남을 주선하고 찰리는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겠노라 맹세하며 둘은 다시 뜨겁게 재회하게 된다. 그 후 찰리는 케이티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의미있는 순간을 만들어 주고자 음반 작업실로 데려가 그녀의 염원이었던 자신의 노래를 녹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케이티는 아마 자신의 얄궂은 운명을 주저없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일까. 그녀는 그토록 마주하고 싶었지만 끝내 피할 수밖에 없었던 그 빛나는 형체를 찰리와 함께 보트 위에서 당당하게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늘 자신 위에 존재함에도 언제나 또렷이 바라보지 못했던 그 아름답고도 잔인한 형체를 사랑하는 이와 함께 정면으로 응시하며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찰리와의 사랑은 해가 뜨지 않는 밤에 이루어졌지만 케이티는 늘 낮의 사랑을 꿈꿔왔다. 바다 한가운데 내리쬐는 아름다운 햇살을 만끽하며  마지막 순간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삶과 사랑을 완성한다. 찰리는 어두운 밤 케이티를 환히 밝혀 빛내주던 태양과 같은 존재였다. 밝은 일상 속에선 그녀와의 추억이 깃든 잔상들이 햇살 속에서 빛나며 찬란하게 그를 감싸안을 것이고 어두운 밤이 오면 늘 자신이 그래왔듯 그 위에서 빛나는 그녀를  비춰줄 것이다. 마지막 케이티의 노래가 유튜브에 흘러나오는 장면은 그녀가 이젠 단순히 별을 떠나 스스로 빛을 내는,세상을 밝히는 존재로써 사람들 마음 속에 다가섰음을 은유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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