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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Aug 18. 2022

[중국기행] 도를 아십니까? 도사와 신선이 노니던 곳

산동성 청도 노산(青岛 崂山 qingdao laoshan)

중국을 이야기할 때 상해나 북경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런 대도시 못지않게 한국인에게 이름이 익숙한 도시가 청도다.

중문 발음으로는 칭다오(青岛qingdao).



혼자 웃긴 이야기 일 수 있지만 대구 옆의 소싸움으로 유명한 청도(清道qingdao)와 매 번 이야기할 때마다 헷갈린다. 중문 또한 성조는 다르지만 음은 칭다오라고 같아서 두 도시 모두 인연이 있는 나로서는 아무도 공감 안 하는데 혼자 쿡쿡하고 웃는 이상한 놈이 된달까.

사실 상해를 상하이, 북경은 베이징. 한자 표기음과 중국어 발음이 다른 경우는 중국어 발음으로 읽는 것이 대화할 때나 현지에서도 덜 헷갈리는데 아직은 함께 병행해서 쓰이는 듯하다.

(베이징, 상하이 같은 너무나 잘 알려진 도시는 비교적 덜 헷갈리지만, 간혹 이야기할 때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난다. 난 '성도'가 참 좋아!  아냐 난 거기보다 '청두'가 좋아 머 이런 식? 成都Chengdu는 한자음으로 성도 즉 같은 동네. )


다시 돌아와서, 청도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건 도교의 발상지 그리고 맥주 두 가지인데 이것과 뗄 수 없는 중요한 곳이 바로 라오산(1133m)이다.

맥주부터 보면 중국 4대 맥주는 통상적으로 칭다오, 쉐화, 옌징, 하얼빈을 말하는데 칭다오 맥주는 그만큼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즐겨 먹는 맥주다.

[사진출처] baidu검색. 칭다오맥주는 목 넘김이 좋아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1879년에 독일이 침략하여 칭다오가 식민지가 되었을 때 독일은 자국민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영국과 합작하여 맥주공장을 설립했는데 이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한국사람들도 많이 좋아하는 칭다오 맥주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 맥주의 주요 수원이 시내에서 동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라오산이다.

그리고 라오산은 도교의 은거지로도 유명해서 신선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진시황도 불로초를 얻기 위해 이곳에 사절단을 보냈다고 하고,

보낼 때마다 백성들의 노고가 많아서 산 이름에 노 자가 들어 있다고 한다. 산(山)자 옆에 일할노(劳)자를 붙인 것(崂) 이후에 춘추전국시대나 원, 명, 청 시대까지 꾸준히 유명세를 가지고 2천 년의 역사를 지닌 태청궁을 비롯하여 상청궁등 수많은 도교 사원이 있어 고대에 있어 라오산이 가지는 의미를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중국의 사상은 크게 유교와 도교로 나눠지는데 유교가 충효를 바탕으로 한다면 도교는 안빈낙도와 무위자연을 추구한다. 속세를 버리고 도 닦는다는 것인데 도를 닦는 사람을 도사라고 하니 무협지에 익숙한 세대는 무협지에 한 장면이 쉽게 상상된다.

실제 무협지에 출연하는 문파 중에 화산파, 청성파, 무당파가 실제로 도교의 종파로 존재하는 문파다 보니, 그런 도교의 은거지로 유명한 라오산이라니 나름 무협지에는 진심이라는 1인으로써 반드시 가봐야 하지 않을까?

[사진출처]baidu검색. 실제 중국내에서 노산의 도사, 무협등을 소재로 많은 삽화와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노산의 주봉은 거봉(巨峰jufeng)으로 해발 1133m이며 길이 18000km에 달하는 중국 해안선에서 최고의 산봉이다. 이름도 멋지게 '해상명산제일노산' 으로 불리기도 한다.

총 4개의 코스가 있는데 이왕이면 정상을 찍겠다는 생각에 거봉 코스로 선택. (라오산은 '거봉' 쥐펑, '태청' 타이칭, '양구' 양코우, '구수' 지우수이 총 4개의 코스를 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표를 구매할 때 내국인은 스마트폰 앱으로 쉽게 되지만 외국인의 경우는 별도로 여권을 제출하고 입장권, 버스표를 구입해야 한다. 버스표는 케이블카를 탈 때 케이블카 표와 달리 계속 확인하기 때문에 잃어버리지 않는 게 좋다.

외국인은 여권을 제출해서 버스권등을 구매한다.

입구를 통해서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하는데 가는 길에 있는 도교와 관련된 조형물과 새겨진 한자들을 보다 보면 왠지 무협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건가 하는 기분이 든다.

버스를 내리면 무게가 무려 199톤에 303개의 돌을 쌓아 만들었다는 큰 거북이상 뒤쪽으로 등산로 입구가 있는데 오른쪽은 걸어서 올라가고, 왼쪽은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있다.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거북이상

시간이 여유롭다면 걷는 것도 좋지만, 계속 올라가는 계단이고 시야가 트이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다면(40위엔) 케이블카로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도 난 백패커인데, 등산에 진심인 편인데 하고 자존심에 걸어 올라가는 것도 좋은데 정말 계단이 너무 많아서 쉽게 지루해진다.

여행으로 온 경우는 아무래도 전체 시간 배분도 고려한다면 케이블카 활용이 답인 듯. (간혹 바람이 많이 불거나 날씨가 안 좋으면 케이블카가 운행을 안 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운명이다 받아들이고 걷는 수밖에)

케이블카를 타면서 보는 풍경도 멋지기 때문에 걷는 게 조금 불편한 분들은 케이블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풍경이다.

한참을 케이블카에서 보는 경치에 감탄하여 셔터를 누르다가 해발 735m에 도착하게 되면 풍경에 짧은 탄성이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이 정도 되니까 도사가 도를 닦겠다고 많이들 왔겠구나 싶다.

기대감에 지체 없이 계단길을 오르면서 돌을 받치고 있는 나뭇가지를 해 놓은 중국 산객의 센스에 감탄하면서 해상명산제일(海上名山第一,900m)이라 쓰여 있는 포인트에 도착하게 된다.

나무가 돌을 받치고 있는 것 같은 모습. 센스에 박수를.
해상명산제일(海上名山第一)

여기서 양갈래 길로 나눠지게 되는데 정상만 보겠다는 사람은 조금 더 올라 리문(离门limen)의 오른쪽 길을 통해서 바로 영기봉(灵旗峰lingqifeng)이 나오게 되고 가장 유명한 포인트인 적성정(摘星亭zhaixingting)에 도착할 수 있다.

 


적성정(摘星亭zhaixingting) - 손가락으로 따다, 가리키다 라는 의미의 적, 별을 나타내는 성. 즉 별을 손가락으로 딸 수 있는 혹은 가리킬 수 있는 정자라는 의미라서 높은 곳에서 별을 바라보며 운치를 즐겼을 선인들을 상상할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바다까지 보이는데 이날은 운해로 인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덕에 신비로움은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왼쪽으로 가면 태극의 8괘를 따라 문의 명칭을 정한 건, 곤, 진, 손, 감, 이, 간, 태 문을 돌게 된다.


도교에서 이야기하는 8 괘는 자연계와 인간계를 설명하는 여덟 가지 기호체계로 각각 하늘, 땅, 우레, 불, 지진, 바람, 물, 산을 상징한다는데 그것보다는 모두 빠트리지 않고 한 바퀴 돌면 큰 복이 온다라고 해서

무슨 복인지는 몰라도 팍팍한 인생에 복 좀 받기 위해서 경건하게 팔괘문을 도는 것으로 결정하고 출발한다.

리문에서 건문까지 한 바퀴가 4500m 정도로 약 3시간 걸린다고 하니 참조해서 계획 잡으면 좋겠다.

한여름인데도 한국과 달리 따뜻한 차를 판매하는 곳이 있고, 중국 오이는 의외로 맛있어 한번 먹어볼만하다.
리문까지 걷는 동안 보이는 강아지 바위. 빙하 움직임으로 인한 변화에 주변 돌들은 빙하와 함께 내려갔을 때 이 바위만 남았다는데 강아지와 너무 흡사하다.

곤문을 지나면서 바위에 멋들어진 한자로 쓰여있는데 중국은 멋진 산에 주요 바위는 거의 무조건 글이나 한자가 쓰여 있는 건 너무 당연한 것 같다. 영어(?) 보다는 산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긴 하지만 의미가 어려워서 함께 동행한 중국 친구에게 설명을 부탁했는데 본인도 모른다고 찾아봐야 한다는 거 보면 확실히 쉬운 내용은 아니다.

  

8괘를 따라 걷는 내내 암석으로 둘러싸인 풍경과 운해로 인한 구름 위에 있는 느낌으로 걷는 내내 자꾸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게 된다.
운해가 바람에 스르륵 지나가는 속으로 걸음을 옮길 때는 등 뒤로 누가 손을 올리고 말을 걸어올 것 같은데 과학이 나름 발전된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도 이럴진대 고대에 사람들은 정말 이곳에서 도를 닦다가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더라 하는 말을 너무도 쉽게 믿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정말로 우리는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무협의 세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운해가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고 있자면 정말 구름 위에 있는 기분이 든다. 
뭔가 위태해 보이는 암석. 매년 설악산의 흔들바위가 떨어졌다는 가짜 뉴스를 접하지만 이곳의 바위는 정말 몇 년 후에 굴러 떨어질 것 같아서 살짝 겁도 난다.

2002년도에 지어졌다는 철삭교는 안전하다고 표지판에 쓰여 있긴 해도 약 100m의 길이에 높이도 상당해서 아찔하다. 노산을 방문하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사진 스폿 장소로 유명한데 이곳 사진이 있다는 의미는 최소한 8괘 문은 걸어서 왔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사진을 꼭 남기는 포인트이다. 

철삭교위에서 바라보는 협곡의 광경은 웅장하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기념사진 장소로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

다섯 개의 손가락 모양이 보이는 오지봉을 다녀와서 방향을 틀면 오봉선관(五峰仙馆 wufengxianguan)이 나오는데 뭔가 좀 힘이 드는데라고 생각이 되는 트레킹의 중간지점 정도 되는 곳에 있다 보니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준비해온 간식과 컵라면 그리고 차 한잔 마시면서 이런 게 속세에서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등산이나 트레킹의 매력이기도 하고.

암튼 도사들이나 있을 것 같은 이런 도관에서 소주 한잔에 인생의 도(?)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할 친구와 일박을 할 그날을 기대해본다.

주변에 암석과 운무로 둘러싸인 오봉선관. 여기서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를 구매할 수도 있다. 
멋진 풍경에 운치를 더해 태극과 팔괘가 그려진 바닥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호사. 

배를 채우고 떠나야 하는데 보이는 고양이들. 아니 개냥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은데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길들여져 있는 것 같은 모습이 자꾸 진행하지 못하고 쳐다보게 된다. 먹을걸 주는 게 결과적으로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곳 사람들은 그런 행동에 대해서 거리낌이 없다 보니 한 번씩 보이는 고양이들이 어느새인가 사람에 대해서 경계하지 않게 된 것 같다.  보는 이로서는 그냥 귀엽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고양이들


이제 비슷한 문들을 지날 때마다 이게 무슨 문인지는 더 이상 궁금하지 않고 조금 지루해질 즈음 '복福'이라는 한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일명 쌍복(双福shuangfu).


복을 빌면서 좋은 기운을 받아야지 하기 전에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과 엔간히 좀 하지 라는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그래도 복은 많이 받는 게 좋으니 경건한 맘으로 외쳐본다. '복 좀 많이 주세요. 두배로 좀'

쌍복. 두배의 복을 받을 수 있기를.
팔각지. 암석에서 물이 나오지만 보다시피 사람들이 올라가기도 하고 해서 식수로는 사용이 어려워 보인다. 

트레킹의 팔 할 정도 지나칠 때 보이는 도덕경 하편.

자세히 가서 보면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글을 옮겨 쓴 것이 느껴질 정도로 장엄하기까지 하다. 중국사람의 내재된 철학 혹은 종교적인 관념에서의 노자와 도교라는 사상의 영향력은 우리의 생각보다 크며, 그리고 이 도덕경을 설명하는 글귀에서도 나타나듯이 중국인의 지혜라는 도덕경에 대한 자부심 또한 어마어마하다.   

 


『도덕경』의 사상은 한마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위는 ‘도는 언제나 무위이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다(道常無爲而無不爲).’의 무위이고, 자연은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天法道道法自然).’의 자연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도덕경』의 사상은 모든 거짓됨과 인위적인 것에서 벗어나려는 사상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도덕경 [道德經]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도덕경 하편. 도덕경은 약 5000자로 쓰여 있고 여기에는 하편 '덕경'이 기록되어 있다.

운해에 따라서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봉우리를 바라보면서 실체는 있지만 보이기도 하고 안보이기도 하고 하니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말고 어쩌고 , 진리를 향하는 것은 다 마음먹기 나름이고 어쩌고 하는 이런 대사들이 생각나는 거 보니 이제야 도사들이 첩첩산중을 찾아 도리를 깨치려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는 듯하다. 

운해가 움직이면서 봉우리가 모습을 감추기도 하고 나타내기도 한다. 

그렇게 적성정에서 이곳저곳 둘러보고 비록 군사목적 기지로 인해 가지는 못하지만 도도하게 솟아있는 거봉도 한참을 쳐다보고 리문을 통해 내려오는 길로 도를 탐구하는 듯한 마음으로 걸었던 8괘문과 노산이었다.  

적성정에서 바라본 리문의 모습


도. 그리고 그에 따르는 태극과 8괘와 혹은 노자와 도덕경이나 도교나 깊은 의미를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노산은 고대 사람들이 느낄 때 영험한 산이라고 생각할 만큼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산이었다. 

주변의 해안선에서 크게 높이 솟아 있는 산이 없다 보니 실제 높이가 1133m로 엄청 높지는 않은데도 상대적으로 우뚝 솟아 있는 느낌이고 해안선과 맞닿아 있다 보니 운무가 자주 보여서, 시야가 해서 멀리 보이는 것도 좋지만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 또한 큰 매력이 있는 산이다. 거기에 무협을 주제로 한 무협지나 웹툰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드라마틱한 장면 장면의 배경이 이곳이 될 수 있겠다는 상상력까지 발휘한다면 걷는 내내 감정이입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혹여 길을 가다가 누군가가 '도를 아십니까?'라고 물으면 '노산은 아십니까? 저는 노산을 다녀왔습니다.'라고 이야기 한번 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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