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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Aug 15. 2022

[중국기행][명산]노력 대비 멋진 뷰를 원한다면(#2)

산동성 연태의 명산 자산(磁山cishan) - 자산남로(磁山南路)

자산의 자산북로(磁山北路)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공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자산남로(磁山南路,좌측 능선 등산로)는 계단이 있지만 비교적 자연스러운 편이어서 거부감이 덜하다. 

가는 길에 군데군데 뷰 포인트도 있고 정상에 도달하면 볼 수 있는 암석들과 풍광이 멋져 한국산에 익숙한 정서로는 이쪽 방향이 볼거리가 좀 더 풍성한 느낌이다.

등산로는 인주광장(隐主广场,yinzhu guangchang) 옆 길에서 시작하는데, 널찍한 공터에 덩그러니 여성의 모습을 한 동상인데 중국 설화중에 팔신중의 넷째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인주는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사상에서 음에 해당하는 인물이라 생각하면 되고 다른 이름으로 여와라고 알려진 모계 사회의 대표적인 신화상의 인물로 여러 가지 형태로 중국의 기저에 깔려있는 신화인데 중국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검색해서나 찾아주지 제대로 아는 경우가 드물 다해서 한번 웃어넘기고 그냥 사진 한 장 찍기 좋은 사이트라 생각하고 그 옆길로 등산을 시작해 본다. 

인주광장. 중국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이자 팔신중의 4번째 신을 의미하는 동상 

아스팔트 길을 조금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등산로 남쪽 입구 표지가 보이는데 주요 포인트라고 나열했는데 이름은 다 거창하다. 저 이름들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포인트 안내문이 잘 없어서 몇 개를 제외하고는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등산로 남쪽 입구 안내문

이제 본격 등산로 시작이다. 금우곡이라고 금으로 된 황소 계곡 정도의 이름인데 

예전에 자산에서 금이 나왔었다고 하니 그와 호응되는 상징물인 것 같다. 우리 꿈 해몽에 금송아지를 얻는 꿈은 집안에 매우 큰 경사가 생긴다는 것을 알려준다는데, 임신할 일은 없으니 어디서 많은 돈이나 좀 떨어지면 이것저것 살게 많은데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해 본다. 

  

금우곡 (金牛谷jinniugu) 


멀리 보이는 성벽은 사실 새롭게 만들어 놓은 건데 이름은 거창하게 만리장성을 의미하는 장성(长城changcheng)을 써서 고금장성(古今长城 gujinchangcheng) 이란다. 옛날과 지금의... 장성 혹은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장성 정도의 의미인데 새롭게 만들어진 터라 멀리서 보고 그렇구나 하는 게 나은 듯하다. 가까이 가서 보게 되면 환상이 깨질 수도 있으니.

성벽터를 따라서 새롭게 구조물을 설치해 두었다. 

남천계(南天阶 nantianjie) 남쪽 하늘로 가는 계단이라 산과 관련되거나 뭔가 있어 보이려는 이름에 천天은 참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대大 라던지 태太 라던 지도 마찬가지인데 한자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호방해 보이려는 혹은 스스로 높아 보이려는 의도가 있을 거라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중국은 돌에 글자 새기는 거 무지하게 좋아함
자산의 첫번째 샘물. 동굴내부에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동굴 안쪽에는 샘물이 조금씩이지만 흘러나오고 있는데 어느 정도 면적도 있고 해서 하룻밤 정도 기거 하기 딱 좋은 조건. 안쪽에 불상이라던지 불교를 의미하는 글자라던지 쓰여 있는 걸 보면 실제로 그렇게 머무르면서 도를 닦거나 하는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북쪽을 향하는 계단을 지나서 암석군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경치가 확 트이게 되는데 거기서부터는 암석 군이어서 보는 재미 걷는 재미가 함께 있는 길이 시작된다. 

북천에서 남천으로 가는 게 좋은지 , 남천에서 북천으로 가는 게 좋은지. 무슨 무협지 같긴 하네

반대쪽에는 북로 쪽에서 하산하는 길도 보이고  

탁 트인 시야에서 바람도 좀 막을 수 있고 나름 평평한 잠시 쉬어가기 좋은 장소를 잡아서 일행들과 함께 수다를 떨어본다. 생각 같아서는 타프라도 좀 설치하고 한 며칠 쉬어가고 싶지만 집에 약속을 한터라 그러지는 못하고 아쉽지만 준비해 간 컵라면에 차 한잔 마시면서 함께한 친구들 고민도 상담해 주고 역시나 다음번에는 어디 갈까 어디가 좋을까. 한국사람이나 중국사람이나 산이나 자연에서 노는 거 생각하는 건 비슷한데 아직은 산에 대한 인식이라든지 백패킹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최소한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은 등산로가 다 계단이다. 이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인 듯. 등산로가 없는 산은 왜 올라가느냐?라는 느낌이랄까. 땅이 넓어서 그런 건지.... 

등산에 컵라면은 국룰
대체로 따뜻한 차를 마시는 문화다 보니 술 없이 남자들 셋이 차 한잔 마시는 게 이상하지 않다. 

한참 그렇게 등산로 이야기하면서 다르구나... 하고 느끼고 있는데 반대 능선 보니 아슬하게 걸쳐서 쉬고 있는 한 무리 인원들 발견. 저긴 등산로 아니잖아? 혹시 머 한국인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이런 거 보면 한두 명의 이야기를 듣고서 이렇더라... 저렇터라... 한국은 이래 중국은 저래 하는 성급한 일반화가 참 무섭다 싶다. 

그냥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을. 

큰소리쳐서 한번 물어볼걸 그랬다. 혹시 한국사람이냐고 

내려오는 길은 아직은 비포장인데 인주광장 주변으로 해서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머지않아 관리하는 업체가 제대로 생기고 나면 아스팔트가 깔리는 것도 시간문제있은 것 같다. 

중국 내에서 산동성. 그리고 그중에서도 연태라는 도시가 가지는 이미지는 그리 크지는 않다. 그러나 해변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고 특히 개발구에 인접해 있는 자산은 왠지 모를 동네 뒷산 같은 친근함과 함께 멀리까지 보이는 시원한 뷰가 일품인 곳이다.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아서 사람도 비교적 많지 않은 편이고 자산 등산을 마친후에 산 아래에 있는 온천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연태로 출장을 왔는데 업무에 찌들어 먹을 것도 비슷비슷해서 맛집 찾기도 어려운 것 같고 쇼핑할 것도 없고 이래저래 심심하다면 무조건 추천하는 곳이니 뒷짐 지고 천천히 걸어가면서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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