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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Nov 26. 2023

[중국기행] 봉황의 기운이 서린 단동 봉황산

요녕성 단동시 봉황산 (凤凰山, fenghuangshan)

황산이라는 이름은 너무 익숙한 이름이다. 한국에서도 여러 군데 봉황산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고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봉황산이라는 이름으로 붙여진 산들이 두 자리 숫자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단동의 봉황산은 그중에서도 빼어난 풍경과 변화무쌍한 등산로로 인해서 4A급 국가풍경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고 특히 중국 제일 모험 명산이라는 타이틀과 랴오닝성(요동성) 4대 명산으로 알려져 있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제일 모험 명산이라는 타이틀이 조금은 생소한 단어지만 이곳을 다녀오고 나면 이래서 이런 타이틀을 달았구나 하는 이해가 되는 곳이다. 천천히 설명을 하게 되겠지만 한국의 북한산 같은 느낌에 위험한 구간에도 약간은 억지로 갈 수 있게끔 돌을 깎아 계단화를 해 놓는다거나 안전 손잡이, 잔도를 설치해 두었다. 그럼에도 좁은 바위틈으로 몸을 비집고 간다던가 몸을 숙였다가 옆으로 누웠다가 하는 지형이 있어서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액티비티를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박지원은 열하일기(熱河日記)에서 봉황산을 한국의 도봉산이나 삼각산(지금의 북한산)에 비유한 내용이 있다 하는데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는 모습이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봉황산 입구에 도착해서 입장권은 성인 기준 80 RMB에 보험료 5 RMB, 학생의 경우는 반값으로 40 RMB로 구매할 수 있는데 학생은 반드시 학생증을 제출해야 한다. 가족여행에 학생증을 준비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80 RMB로 계산을 했는데 다행히도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서 표를 제시할 때 외국인인 것을 알고 다 성인으로 표를 구매한 것에 대해서 물어보길래 있는 데로 학생증이 없어서 그랬다고 하니 상황을 이해하고 친절하게도 사무실까지 들어가서 현금으로 40 RMB를 환불해 줘서 시작부터 괜히 기분이 좋았다. 

좌우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할 수 있다. 

입구를 통과하고 나면 금붕어가 떼를 지어 다니는 선인호(仙人湖 xianrenhu, 영문명:Immortals lake)가 보인다. 여덟 명의 신선(팔신선)이 여기서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호수에서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신선이 반할 정도의 아름다움일까 싶기도 하지만 호수에는 금붕어가 무리를 지어 다니고 주변으로는 산들이 둘러싸여져 있고 하늘의 푸르름이 호수에 반영되고 있는 이곳에 자리를 깔고 시간을 보내는데 어떻게 감탄이 안 나올 수 있을까? 다만 지금의 약간 인공적인 느낌은 잘 만들어진 공원 같은 느낌이라서 아쉬운 부분이다. 

8 신선의 술 마시는 모습을 형상화 한 모습.

동북 제1 샘.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100m 지하에서 수원에서 물을 끌어올린 샘물이어서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몸에 좋고 고혈압에 좋다고 하니 물맛 한보고 이동하는 것도 좋겠다.  

등산로를 본격적으로 가기 전 광장 근처에 오랜 역사를 보유한 도교사원인 쯔양관 (ziyangguan 紫阳观)이 있다. 입구를 들어가면 넓은 공터에 들려서 세월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등산이 목적이더라도 잠시 여유 내어 들려보면 앤틱 한 건물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풍경에서 인생샷을 얻을 수도 있다. 

케이블카를 타는 방법과 처음부터 걸어서 잔교를 통해 둘러 가는 방법이 있는데,  케이블카는 일인당 50 RMB의 비용을 지불하게 되지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보니 봉황산을 찾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루트이기도 하다. 

봉황산의 케이블카는 2000년에 착공되어 2001년에 완공되어 사용되었는데 경사 길이는 860m에 달하고 높이차는 253m에 달하고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 안전에 관한 인증을 취득해서 안전하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타보면 의외로 무섭다. 2인승으로 창문이 없어서 덩치 큰 어른이 2명 탄다면 비좁은 공간인데 평소에 4인승 이상의 크기나 전체가 막힌 케이블카만 이용하다 보니 애들은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특히 소형인 만큼 체감 속도가 빠른 편인데 탈 때 내릴 때도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이내믹하게 내려야 한다. 

대신 중간에 창문으로 막힌 너머를 보는 게 아니고 직접 보는 풍경의 맛이 무서움과 함께 묘한 쾌감을 준다.  

약 15분 정도 오르고 나면 오르막 최고지점에서 사진을 찍는데 케이블카를 내리면 구매할 수 있다. 장당 20 RMB여서 한화로 3600원 정도라 부담도 없어 구매했는데 출력도 하고 코팅도 해서 줘서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다.  

창이 없어 풍경을 깨끗하게 볼 수 있다.
탈 때, 내릴 때는 미리 준비하고 빠르게 내려야 한다.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봉황산을 한국의 북한산과 도봉산에 비유하였다고 하는데 걷다 보면 비슷한 느낌이 든다. 특히 화강감 절벽으로 산세가 험한 느낌이 많이 닮아 있다. 화강암의 험한 산세의 느낌은 비슷하지만 걷는 즐거움은 등산로가 자연스럽게 나 있는 북한산이나 도봉산이 더 나은 느낌이랄까?

산을 오를 때 가파른 돌계단을 자주 오르게 되고 담이 작은 사람은 시작은 했는데 중간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멈춰 있는 경우도 있다. 잡고 오르고 기어오르는 스펙터클한 느낌의 산이라서 탁 트인 능선을 걸으면서 땀을 식히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산은 아니고 잔교 전까지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한 능선과 절벽의 등산로가 계속되는 산이다. 그런 면에서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은 어린이나 노약자는 잘 생각하고 등산길에 오르는 게 좋겠다.  

케이블카 종점을 지나 30분쯤 오르면 봉황산의 명물 노우배(老牛背)가 나타난다. 말 그대로 '늙은 소의 등' 모양을 하고 있다. 소 잔등이에 올라탄 듯 암릉은 변화무쌍이다. 양옆으로 수백 길 절벽이 입을 벌리고 있다. 공포와 비경의 아찔한 동거, 봉황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30분 정도 오르면 봉황산의 명물인 노우배(老牛背,laoniubei)가 나타난다. 말 그대로 늙은 소의 등이라는 뜻으로 소의 등은 등인데 부드러운 능선은 아니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암릉은 아찔한 공포감과 절경을 함께 보여준다. 양옆으로 아찔한 절벽이 보이니까 간담이 작은 이는 한참을 고민하면서 눈을 감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이런 공포감과 절경의 감동이 동시에 드는 모순적인 감정은 이곳 봉황산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가파른 느낌

  

노우배 (영문명 : Old Cow Back)
돌산을 하나하나 정으로 깎아 만든 계단
아찔하다. 가이드 손잡이가 없었다면 절대 가지 못했을 길.

소 잔등이를 벗어나면 백보긴(百步緊, 영문명 Hundred-Step Pass)가 나온다. 직역하면 '100걸음의 긴장'이라는 뜻인데 걷는 내내 긴장을 해야 한다. 직벽엔 일일이 정으로 쪼아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 이 경치를 보러 온 거지. 암석으로 된 어려운 길을 지나와서인지 뿌듯함이 더해져서 한참을 멈춰 서서 보아도 질리지 않은 풍경이다. 이 맛에 다들 산으로 산으로 가는 거겠지. 

봉황산은 한국고대사에서 천리장성이 있는 오골성이 있는 곳이자, 645년 당태종이 30만 군대를 이끌고 침입했을 때 당시 성주였던 양만춘 장군이 화살 한 방으로 야욕을 막아낸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안시성(정약용은 '아방강역고'에서 안시성을 봉황산으로 정정하고 있다) 전투에서 화살을 맞고 한쪽 눈을 잃은 당태종은 귀국 4년 뒤 중국 역사서 '자치통감'에 따르면 다시는 고구려와 전쟁하지 말라는 유명한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역사의 배경이 되는 곳을 직접 방문해서 눈으로 보면 상상력과 함께 감동과 공감이 증폭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 한참을 멈춰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백보긴을 지나서 바닥이 훤히 보여서 색다른 아찔함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봉황산의 명물인 유리잔교가 나오는데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5 RMB를 지불해야 한다. 발밑으로 볼 수 있는 아찔한 풍경은 여전히 멋지고 요금도 한화로 1000원이 안돼서 부담은 없지만 덧신 신고 올라가면 바로라서 좀 싱거운 느낌도 든다. 

좁은 바위틈을 몸을 굽혀 가면서 걷다 보면 

호랑이 입이라는 이름이 붙은 노호구 (老虎口,laohukou)가 나오는데 바위틈에 몸을 끼워 지나가야 하는 구간과 암릉구간 두 갈래로 나눠진다. 

왼쪽길은 가다가 왠지 바위틈에 낄 것 같아서 비교적 쉬워 보이는 암릉길로 선택해서 진행한다. 이곳도 높고 낮음을 떠나서 손도 써야 하고 신발이 미끄러지거나 하면 찰과상을 입을 수 있어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험로를 통과하고 나오면 갑자기 나타나는 호랑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저 바위 전체가 호랑이라고 생각하고 얼굴 부분을 약간의 세공을 하고 그림을 그려 놓은 것인데 이건 좀 많이 억지인 것 같았다. 그냥 노호구라는 이름으로 뭔가 호랑이 입이 험하다 이런 느낌정도도 괜찮을 것 같은데 호랑이 얼굴이라니. ㅋㅋ

5미터 높이와 4미터의 넓이의 구멍을 전안(적에게 활을 쏘기 위하여 성벽등에 뚫어 놓은 구멍)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은 전안봉(箭眼峰, jianyanfeng)과 봉황에서 2번째로 높은 826m 해발의 당나라 장군이 봉황산에 올라 쏜 활이 구름을 뚫고 내려갔는데 말이 뛰어올라 돌을 밟았는데 깊은 자국이 났다고 하여, 사람들이 이름붙인 신마봉(神马峰 shenmafeng)을 지나고 나면 이제 남은 건 잔교를 통한 평화로운 산책길만이 남아있다. 

전안봉의 전안. 


신마동 826m 

잔교를 선택하기 전에 집라인을 탈 수도 있는데 비용은 일인당 40 RMB이고 사람도 없는 데다 애들이 타보고 싶어 해서 다들 타 보았는데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걷는 거리가 단축의 이점도 적다 보니 혹시 대기 줄이 길다면 과감하게 통과해도 좋겠다. 차라리 중국 산의 특징 중의 하나인 잔교를 걸으면서 여유롭게 경치도 보고 사진도 찍으며 즐기는 게 좋을 것 같다. 

잔교 구간
좌측의 암릉구간과 달리 잔교에서 바라 볼수 있는 푸르른 숲을 볼수 있는 뷰
잔교에서 낙석이 우려되는 구간은 윗부분에 보호쉘터도 만들어 두었다.

잔교를 거치고 나면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입구까지 올 수 있어(인당 40 RMB) 편리하게 이용해서 하산하는 것으로 봉황산을 마무리하였다. 


봉황산은 랴오닝성(요동성)의 4대 명산으로 전반부는 중국 제일 모험 명산이라는 타이틀처럼 손과 발을 다 사용하고 몸을 비틀어가며 올라야 하는 암릉 구간이 익사이팅하면서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주고, 후반부는 잔교를 통해 산책 같은 등산로를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봉황산의 조망을 계속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랴오닝성 그중에서도 단동지역이 우리의 고대사와 현재 북한과의 지리학적인 관계를 고려할 때 여러 의미가 있는 만큼 이 지역을 방문할 때 다녀오면 좋을 명산이다. 다만 위험한 암릉구간에 억지로 길을 만들어 놓은 느낌이라서 위험도가 높다는 점과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도 아찔함을 느낄 수 있으니 고려하여 계획을 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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