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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Aug 09. 2022

[백패킹 단상] 그대 아직도 환상만 보고 있는가

대세인 골프 유행 속에서 백패커의 상상

간혹 비슷한 나이대의 동료들과 함께 수다를 나눌 때 흔히 등장하는 주제들이 있다. 상사나 직장의 나름의 계파에 대한 정치적인 이야기는 들어도 모르겠고 혹은 알아도 이전과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 관심도 없고  재테크도 경제상식이나 숫자에 약한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이 들고 기껏해야 애들 이야기나 취미 이야기 정도에 함께 이야기하는 정도인데 최근 들어서는 수다의 90프로 정도를 차지하는 게 바로 골프 이야기이다.

골프의 매력은 무궁무진하고 재미있기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취미다. 특히 최근들어 코로나와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연령층도 낮아지고 장벽도 많이 낮아져 비교적 쉽게 즐길수 있다.

30대 들어오면서부터 간혹 재미있다는 것보다 필요하다 라는 방향으로 골프 이야기를 들었는데 최근 들어 정말 방송에서도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그야말로 대유행인 것 같다. 나도 해외 생활을 하게 되면서 남들 다 한다니까 싶어서 장비도 사서 연습도 하고 필드도 나가지만 정말 재미있다기에는 하수라서 그런지 잘 모르겠고, 들어가는 경비나 시간 투자도 부담스럽긴 하지만 무엇보다 결국 타수로 우열이 가리는 게 묘한 위화감을 만들게 된다. 골프를 시작하고 초반 함께 시작한 동료에 비해서 조금 빨리 실력이 오른 것처럼 보인 나로서는 주목받는 것도 싫고 술자리 안주에 이야기 오르내리거나,   매주 이기고 지고 승부를 내려는 동료들 때문에 부담스러운 편이다.


그러다 보니 백돌이로 만족하면서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실력이 오르지 않을까?라는 부담 없는 가벼운 당구 한게임 하는듯한 느낌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마음먹은 상태다.


백패킹 이야기에 웬 골프 이야기냐고? 아무래도 한창 핫한 취미인 골프에 반해 백패킹은 휴가시즌쯤 되면 한 번씩 이야기가 나오는 정도인데, 그때 물어오는 질문들을 답 해주다 보면 그냥 호텔 잡아서 쉬세요.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야기를 종료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백패커를 바라보는 눈길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아서랄까.

SNS에 사진들을 보면 백패킹도 멋진 취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멋진 야경사진이나 텐트안에서의 로망은 왠지 가슴떨리게하는 모험심을 자극하기도한다.
그러나 멋진뷰나 낭만적인 사진을 위해서는 백패킹이라는 취미도 골프와 비슷하게 고생이나 불편함이란것이 수반되어야한다.

"휴가 때 백패킹이란 걸 한번 해보고 싶은데. 예전에 방송 보니 멋있더라고."

"아. 네 좋죠. 사이트 괜찮은 곳 알려드릴까요? "

"근데 덥지 않나? 자는 것도 불편할 텐데"

"머 좀 덥기도 한데 계곡은 시원하죠. 자는 건 좀 불편하죠 아무래도 벌레도 있고.."

"벌레? 와이프가 기겁을 하는데... 화장실도 깨끗해야 하거든"

"화장실은 따로 없고 여자분 남자분 좀 사이트를 잡아서 텐트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해결하면 돼요"

"화장실도 없어? 그런 데서 어떻게 자?"

"아니 캠핑장에야 있는데 트레킹 좀 하고 하시려면 그냥 밖이라서..."

"그건 자기 같은 사람들은 괜찮을지 몰라도 우리는 익숙하지도 않고 좀 위생적이지 않은 그런 건 우리한테 안 맞는데.."

('어쩌라고 ㅜㅜ. 그럼 나한테 왜 물은 건지..?')

머 이런 식이다.

간혹 모든게 갖춰져 있는 글램핑 류의 설치가 된 곳을 소개하기도 한다. 2022 중국 장액의 게르

골프 이야기를 할 때는 동작 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잘 안 맞으면 채 탓을 하고 하다못해 비거리가 안 나오면 공을 바꾸는 열정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백패킹은 무슨 그냥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잠깐 나오는 감성적인 공간에 별이 쏟아지고 시원한 바람에 한잔 마시는 것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이면에 고생과 준비와 안락함을 포기함으로써 얻어지는 가치를 애써 보려 하지 않고 오직 환상만 쫒는다.


그러면서 결론은 그런 고생은 나랑 안 맞아.라고 말할 때 그냥 웃으며

"그냥 풍경 좋은 곳에 있는 펜션이나 호텔에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족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 뷰 좋은 곳에 있는 호텔이나 펜션은 비싸고 예약도 어렵고 어쩌고 네가 텐트 한번 우리 꺼까지 준비해주면 갈게라던가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이런 부류는 일이나 사회생활도 비슷하게 숟가락 얹는 스타일이라 엮이고 싶지 않은 손절이 필요한 부류들.


백패킹은 꿈을 꾸고 환상을 쫒는 취미다.


도시생활에서 잠깐의 일탈을 하며 자연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꿈꾸는 취미이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할 때 스스로에게 집중해서 자신의 소리를 듣는다거나 대자연에서 장엄한 자연에 흠뻑 취하는 꿈을 꾸는 취미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꿈을 꾸기 위해서는 엄연히 야외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꿈에 닿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건 당연한 이치.

골프에서 매일매일 연습이 홀인원이나 라베를 꿈꾸위한 것처럼 백패킹도 날씨 요정의 축복과 육체의 어려움을 넘극복의 미덕이 있은 다음에야 밤하늘에 별, 살랑살랑 바람, 그리고 멋진 파트너와 소박하지만 맛난 음식. 그리고 한잔의 낭만이 있는 환상적인 하룻밤의 꿈을 꿀 수 있다.

간혹 진짜 이 고생을 왜하고 있나 생각이 들기도하지민 이런 고생이 나중엔 더 기억에 남기도 한다.

백패킹이 좋아는 보이는데 듣다 보니 나중에 하지 지금은 이러저러해서 좀 그래. 그건 너같이 조금 특이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나랑은 좀 스타일이 안 맞네 라며 살짝 표현을 희한하게 하는 분들께

일단 그 이상 말을 하지 않는 게 상책이요, 하책은 소심하게나마 이렇게 한마디 하는 게 비인기(?) 종목을 취미로 둔 백패커의 변이라.

당신이 라베와 홀인원, 이글, 버디를 꿈꾸기 위해서 채도 사고 공도 사고 옷도 사고 , 시간 내서 연습도 하고 동영상도 보고, 필드 예약도 하고 멤버 구성도 하고 그 수많은 수고를 하는데 어이하여 백패킹은 이면을 보려 하지 않은지. 백패커는 육체적으로 힘들고 불편하고를 못 느끼는 게 아니라 느끼지만 그 또한 즐거움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기꺼이 즐기는 것임을.

고생하지 않는 백패킹은 없다. 아웃도어의 본질을 이해하고 많은 사람이 공감해주거나 좋아해주는 취미가 되면 좋겠다.

자. 쓸데없는데 에너지 낭비 말고 이번 연휴 어디서 멋진 시간을 보낼지 고민해보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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