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본다. 신념, 가치관, 지금까지의 경험, 믿음으로 만들어진 안경으로 이 세상을 바라본다. 이 안경을 만든 제조사는 나 자신이다. 이 안경은 겉으로 보기에 유행하는 디자인이고, 앞이 훤히 보이게 해준다. 보이지 않는 것 보다는 보이는 것에 치중하게 만든다. 이 안경을 끼면, 이 세상이 너무나 또렷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날 나의 안경이 부러졌다. 보이지 않아 앞을 허우적대며 쓰러져있을 때, 하나님은 나에게 made in heaven이 적힌 안경을 선물하셨다. 그 안경을 끼니 내가 만든 안경보다 도수가 낮은 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로인해, 현실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천국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 우렁찬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햇살에 푸른 잔디들이 살랑이며 빛나는 모습, 계절에 따라 꽃이 만개한 모습..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질서 아래에서 창조된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이었음을 보게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아름답고, 더욱 살기 좋은 장소를 꿈꾸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전에 하나님을 의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끼고 있었던 내가 만든 안경으로 본 세상에서 하나님은 보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저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에 불과했었다.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을 확증편향으로 믿음이 강해진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고 있었다. 그저, 하나님을 믿는 세계관에서만, 그런 공동체에서만 갇혀있으니, 믿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똑같은 안경을 끼고 있었던 나는 반박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하나님을 믿는 나조차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그렇게 보여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삶은 세상사람들과 같이, 하루하루 힘겹고, 또 인생을 허무함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비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이 어느날, 나에게 안경을 선물하신 그 날, 나는 똑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천국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분명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근데, 예전에 너무도 크게 느껴지던 일들이 너무나 작게 여겨지고, 하나님이 만드신 질서있는 세계와, 낮은 자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긍휼하심이 나의 마음을 울리고 있었다. 하나님이 만든 이 세계가 너무 아름답다. 감탄이 나온다. 하나님이 계신 곳은 얼마나 더 웅장하고 멋지고 아름다울까 매일매일 설렘으로 살아간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세상사람들이 낀 안경에서는 확증편향으로 보일 지도 모르겠다. 편향적으로 보여지는 세상의 일은 작게 보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만을 크게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어도, 편향적인 이 안경이 오히려 나의 삶을 풍요롭게 인도하였다.
공동체 속에서의 인간 본연의 만족을, 하나님을 향한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애통하심을 공감하며, 점점 내 삶의 목적과 의미를 깨닫고, 나에게만 집중되었던 인생에서, 나를 초월해, 하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력을 얻게 되었다.
모두 각자가 만든 안경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예비해놓은 안경을 끼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너무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