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못했던 백반집

by 끄적쟁이

누구나 그런 곳이 있을 것이다. 슬픈 기억만이 가득한 곳, 혹은 좋은 기억만 있는 곳 여러 가지 자신만의 사연으로 가득한 장소들 말이다. 그런 곳 중 하나는 내가 사는 여기 충남 아산에는 오래된 백반집이 있다. 내가 초등학생 때 아버지와 처음 간 곳으로 지금도 장사를 하는 곳이다. 아이들과 아산에 있는 낮은 남산이란 곳을 다녀오다 아이들이 그곳에서 밥을 먹자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내가 별이 된 후 그곳을 지나치기만 해도 아내 생각 때문에 찾지 않았더 곳인데 이제는 덤덤하게 받아들여야지 하면서 들어섰다.

들어서니 역시 맛있는 한식만의 그 음식 향이 굶주린 우리들의 배를 더욱더 고프게 만들었다. 이내 얼른 빈자리를 찾아 앉아서 주문받으러 오기를 기다렸다. 주인아주머니가 우리 아이들 이름을 부르면서 왜 이리 오랜만에 오냐고 반갑게 맞아주시며 다가왔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단골 인지는 보시는 분들도 아실 것이다. 주문을 받으시면서 아이들에게 “ 엄마는?” 하고 물었다. 내가 대답하려 하기 전에 아들 녀석이 “ 죽었어요.” 하고 덤덤히 대답했고 아주머니는 놀라면서 말을 더듬으시며 말하셨다. “왜....?” 하니 딸아이가 동생을 째려보면서 “ 돌아가셨다고 해야지!” 하고선은 아주머니께 “아프셔서요..” 하고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시건을 피하면서 대답했고 그 대답을 듣자마자 딸아이가 시선을 피하는걸 인지하시고 바로 내 얼굴을 쳐다보셨다. 나는 덤덤히 “ 그렇게 됐네요.” 하고 대답했고 아주머니는 “ 아이고... 어째...” 하면서 우리가 아주 많이 겪었을 만한 이런저런 말씀들을 하셨고, 음식을 챙기러 자리를 뜨셨다.

이곳은 나의 어릴 때부터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내와 결혼식 당일 든든히 먹어야지 밥 먹을 시간도 정신도 없을 테니 하면서 아침을 먹었던 곳이다. 갑자기 앉은 테이블을 보니 불행하게도? 바로 아내와 결혼식 당일 밥 먹을 때 앉았던 그 테이블이었다. 잠시 아내와 마주 보고 아내가 좋아하던 된장찌개를 먹으면서 “쫌.. 짜...” 하면서 아주머니 몰래 물 반 컵을 넣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곤 같이 웃으면서 떠들며 밥 먹던 기억이 마구 머릿속에서 짧은 영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잠시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었다. “ 아빠 머 해?” 라면서 딸아이가 밥을 안 먹고 가만히 있던 나에게 말을 건네 정신을 차리고 쓴웃음 지으며 숟가락질을 다시 시작했다. 오랜만에 좋아하던 식당에서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아이들도 나도 포만감과 만족감에 기분 좋게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운전을 하면서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시 생각했다. 이제는 덤덤하게 아내와의 추억이 있던 곳에 가서 슬퍼질까 두려워하지 말고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용기를 내보자고 말이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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