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직장인들. 평소보다 많은 업무가 밀려오거나, 평소 잘 해내던 일도 어째서인지 어렵게만 느껴지는 날. 그런날을 하루 보내고 나면 퇴근할때쯤 녹초가 되어 버리곤 한다.
그런 날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불만 투성이 되고 만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 꼭 내앞에서 끊어지는 신호. 주차할때면 항상 세워두는 곳에 다른 차가 있어서 빙빙 돌다 간신히 주차를 한다. 그리고 터덜터덜 힘든 발걸음으로 집으로 들어선다.
"수고했어요."
아내는 인사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와 신발을 벗고 있는 나에게 종종 걸음으로 달려온다. 그런 아내에게 나는 조금 투정을 부리고 싶어서였는것 같다. 달려오는 아내를 끌고는 거실 쇼파로 향한다. 그리고는 쇼파에 앉은 다음 아무말 없이 아내의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품속으로 파묻는다.
"잠시만...."
잠시동안 아내의 옷에서 나는 섬유유연재 냄새와 주방에서 베인 음식 냄새. 그리고 아내의 살냄새들을 맡으면 피로가 조금씩 없어지는 듯하다. 그리고 푹신푹신한 아내의 뱃살 쿠션을 얼굴로 만끽 하는것은, 더 큰 피로 회복제가 되어준다.
일 하면서 맡는 현장의 각종 기름과 먼지, 땀 냄새를 맡으면서 코는 냄새를 맡는 기관보다는 숨을 쉬는 기관으로 생각이 든지 오래. 요란한 철강회사 현장의 소음은 귀마개를 해도 고막이 찢어지지 않고 붙어있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일을한다. 이런 현장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을 보내다가 집에도착하면, 고요하게 조용한 집안에서 아내에게 안겨 좋은 냄새를 맡는 것 만으로 얼마나 큰 피로 회복이 되겠는가.
그런 이유로 나는 자주심적으로든 일적으로든 힘이 들때면 아내에게 안겨있는것을 좋아했다.
지금은 아내의 품을 그리워 할뿐이다. 그런데 아내의 품을 대신할수 있는 상대가 생겼다. 바로 아들녀석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데도 혼자자기를 무서워 한다. 혼자 잠을 자도록 해야 하지만, 엄마 품을 많이 느끼지 못한 이유때문에 안쓰러워 아직도 같이 잠을 자고 있다. 어느 밤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잠들기 전 있었던 일이다.
"아빠, 안아줘."
갑자기 나에게 안겨오며 말하는 아들을 고개를 돌려 품속에 꼭 안아주었다. 아내가 없으니 내가 대신 안아줘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안아주었다. 안겨 있는 아들을 보면서 내가 아내에게 안겨있는 모습과 교차되어 보였다. 아, 나도 아들에게 위안과 평온함을 주는 존재구나.
"아들, 아빠도 안아줘."
이제는 반대로 내가 조그만 아들 품속에 머리통만 안겼다. 비록 아내에게서 나는 꽃 향기는 아니지만, 비누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 이제 조금은 남자 아이처럼 다부진 체격이 느껴졌다.
[토닥, 토닥]
아들 녀석이 내 등을 살며시 두들겨 주었다. 엄마가 아빠를 안고 두들겨 주던 모습이 생각이 나서인지, 어렸을적 엄마가 자신을 토닥여 주었던게 생각 나서인지...
자신도 아빠품에 안겨서 위안을 받는데, 아빠도 필요하겠지? 라고 생각하는듯. 작은 손으로 하는 토닥토닥 해주던 날이 생각난다. 그날밤 아들의 품이 나에게 이렇게 큰 위로가 될줄 몰랐다. 너무나 평온하고 행복한 밤이었다.
누구나 그런 공간이 있을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 공간안에 가만히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위안이 되며, 다시 움직일수 있는 힘이 생기는 그런 곳. 나에게는 예전에는 아내의 품이었다면, 지금은 아들녀석의 작은 품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