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영화관에 다녀왔다. 두 녀석이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고 졸라대는 바람에 안 갈 수가 없었다. 개봉날짜에 표시까지 하고 하루하루 X 표시를 하면서 매일 이야기를 하는데,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영화는 PIXAR에서 만든 영화로 어린 여자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한 가지씩 캐릭터로 만들어서 표현을 했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캐릭터들은 아이의 성장과정과 함께 하며 상황에 따라 아이의 감정을 조절한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입학이 다가온다. 그리고 원하던 하키팀 선발에 뽑힐 수 있는 합숙 훈련도 함께 맞이하게 된다. 이때, 사춘기가 다가온 주인공에게 새롭게 더 많은 감정들이 생겨 나게 되는데, 바로 불안, 따분, 부럽, 당황이 이다. 이 새롭게 생겨난 감정들이 전에 있던 감정 캐릭터들과 함께 여자주인공의 감정을 조절하게 된다. 이야기의 절정은 주인공의 하키팀 합숙을 시작하며, 사춘기로 발생된 감정 캐릭터들이 전에 있던 주인공의 감정 캐릭터들과 갈등을 맞이하면서 시작된다.
이 갈등으로 인해 주인공 여자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이성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 제일 친한 친구들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을 하게 되고, 엄마에게 아침부터 잔소리한다고 반발심에 소리를 지르는 모습. 그리고 자신이 동경하던 선배에게 잘 보이고 싶어 자신의 진짜 취향보다, 선배들의 취향을 좋아하는 척을 한다. 그리고 일어나지도 않은 걱정과 불안 때문에 코치님의 노트까지 몰래 훔쳐보는 옳지 못한 행동까지 하게 된다. 자신이 성장하며만들어진 신념.그것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개성을 잃어 가게 되는 모습을 보인다. 진짜 주인공의 모습이 아닌,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행동하는 모습.
이 영화를 보면서 옆에 있던 딸아이를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감정 캐릭터들의 재밌는 모습에 소리 내어 웃던 아이가, 점점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며 보는 듯했다. 왜냐하면, 자꾸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면은 표정이 무언가 불안해 보였기때문이었다.
아빠가 깨우면, 짜증 섞인 말투로 투덜거리며 일어나는 행동. 자신의 생각과 틀리면 나오는 비아냥 거리며 보이는 표정과 말투. SNS나 유튜브의 영향으로 자신의 개성보다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패션, 행동, 취향을 보이는 모습.
영화의 마지막에는 주인공의 모든 감정들의 기억들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자아를 형성하며 친구들과의 관계도 회복하고, 합숙훈련도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영화에서는 자신이 성장하며 겪은 좋은 추억과 반대로 창피하고 안 좋은 기억 모두가 뒤섞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좋고 나쁨의 기억 속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하나의 자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이대로의 나를, 그리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소중히 하자는 메시지를 알려주는 듯했다.
영화의 엔딩을 보면서 우리 딸아이도 감정이 이성보다 앞서서 행동을 그렇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으로 인해서 혹여 혼자서 후회하며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딸아이가 요즘 들어 못된 말과 행동 때문에 나에게 많이 혼나고 있는데, 혹시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돼버린 건 아닐지 걱정이었다.
내가 이게 옳다.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아이에게 주입식으로 훈육하듯이 알려주면 안 되는 것이었다. 딸아이가 스스로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하여 옳은 행동과, 순간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조절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길 기다려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나의 시간, 그 속도 때문에 딸아이도 그렇게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이도 아이만의 성장 속도가 있는데 말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자신만의 신념과 개성을 형성해 간다. 그리고 자신만의 성장통을 겪을 것이다. 부모로서 나는 이 시기에 억압과 통제, 강요보다는 스스로 좋은 방법으로 헤쳐나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언젠가는 내 품을 떠나 혼자 선택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스스로 자신이 선택하는 연습을 할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