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말자. 실망이 큰 법이니까.

by 끄적쟁이

나는 가끔 아버지와 통화를 한다. 부자간의 통화는 머 예상하실 듯 하지만 매우 어색한 말투와 짧은 질문과 단답형의 통화로 시작해 마무리도 그렇게 흘러간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전화가 그리 달갑지가 않다. 어려서 나와 어머니를 버리고 다른 집에 가정을 꾸렸으나 그 마저도 이혼하시고 그 집에서 태어난 아들까지도 새어머니가 데리고 가서 족보상에 있어야 할 이복동생이 없다.


그때 당시 어머니도 빠르게 다른 돈 많은 애인이 생기셨고, 나는 거의 집에서 혼자 지내면서 생활을 했다. 어머니가 자주 오셔서 들여다보셨고, 아버지는 1년에 한 번 연락할까 말까? 아니면 내가 용돈이 필요하면 잠시 만나 받아갈 때 잠시 볼뿐이었다. 그때 나는 슬프거나 밉거나 그런 감정보다는 ‘두 분 다 각자의 삶이 있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 일찍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 편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찌 저지 살아가다 보니 내가 결혼을 하고 우리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야 우리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되셨다. 할아버지가 되어서 그런지 자주 전화하시고 아이들도 챙기려 하시는 모습에서 나한테 못했던 미안했던 마음을 손녀, 손주에게는 잘해주면서 죄책감을 털고 싶어 하시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느 날인가 아버지가 전화가 와서 “아들! 잘 지내는가? 우리 손주, 손녀 새끼들은?” 하면서 전화가 왔는데 그때 왠지 모르게 가슴속에 숨어있던 응어리가 있었는지 나의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오지 못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여~ 잘 지냐~” 하고 대답해 버렸다. “이 새끼 봐라. 그렇게 말하면 아빠 섭섭하지~ 전화 좀 하고 그랴~” 하고 말씀을 하시는데 나도 모르게 “ 멀 전화를 기다려 그러지 마~ 실망이 큰 법이니~” 하고 직구를 던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 입장에서는 지금이라도 아버지 노릇과 할아버지 노릇을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많이 가슴 아프게 만들 대답이었으리라고 생각이 든다.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그런지 나이가 어릴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금 아내도 없고 혼자 엄빠로서 아이 둘을 돌보다 보니 왠지 모르게 반대로 내가 부모님들한테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참,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살아가니 주위 사람들에게 작은 것에도 서운함과 섭섭함,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불만, 부모에 대한 원망까지도 생기는 것 같다. 만약 부모님이 이혼을 안 하고 평범한 가정을 지키셨다면 내가 조금 삶이 원만하고 육아도 도움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 말이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내가 사이좋은 아들 역할을 바라는 것처럼 나 또한 아버지에게 대한 미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나의 어렸을 때 그 시절 이혼하지 않았었으면 하는 지나간 일에 대한 원망이 생겨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생각하니 부모님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어주셨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실망을 하면서 미움을 만들어 버린 것은,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혼자서 잘해나갈 수 있다고 말하고, 마음먹으면서 아직도 나는 약한 엄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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