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신용카드 대신 더 큰 사랑을 받은 김밥 한 줄

by 끄적쟁이

이런! 오늘도 밥솥의 밥양을 조절을 못했다. 아침 운동 후 샤워하는 동안 아이들 아침밥을 챙겨 주는데 딱 두 공기가 나온다. 급하게 냉동실의 얼린 밥을 찾았다. ‘엄빠들의 짬에서 나오는 것이지.. 흐흐..’ 하면서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넣으려는데 웬걸? 전자레인지가 없다.


“큰딸! 전자레인지 어디 갔어?” 하고 물으니 할머니가 오래 써서 녹슬었다고, 하나 바꿔준다고 버렸다고 한다. 이런 낭패가.. 나는 군것질은 안 하는 대신 밥은 꼭 챙겨 먹어야 버티는 몸이다. 그런데 밥... 밥을 먹을 수 없다니. 나의 곤란한 눈빛과 행동을 감지했는지 큰딸이 물어왔다.


“아빠! 밥은 없어?” 하면서 밥솥을 꺼내는 나의 모습을 보며 한마디 한다. “가면서 아빠가 김밥이라도 한 줄 사 먹지 머..” 하는데 “아빠 씻는 동안 내가 빠르게 사 올게.” 하면서 내 카드를 들고 냅다 잠바를 입고 문을 뛰쳐나가 버렸다. 나는 무슨 우싸인 볼트가 튀어 나가는 줄 알았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옷을 입고 출근 준비를 하니 그때 김밥 한 줄을 들고 “아빠! 여기 이거 먹고 출근해!” 하면서 김밥이 들어있는 검은 봉지를 내밀었다. 6학년이 되고 나니 우리 딸이 점점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커져가고 사랑을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사실 전날 위와 대장 내시경을 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누워있는데,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오구~ 우리 아빠~ 괜찮아? 병원에서 머래?”라고 물어보며 나를 안아주는 모습에서, 딸이 나를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김밥을 꺼내서 먹기 시작하는데, 응? “딸~ 카드는?” 하고 물으니 자기 잠바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찾기 시작한다. ‘설마...’ 하는 생각은 현실로 다가왔다. 사색이 된 얼굴로 “아빠! 잠깐만!” 하고는 또 우사인 볼트 마냥 뛰어 나간다. 그리고는 한참 있다가 돌아와서는 울상을 짓는다. “아빠.. 죄송해요..”


감동으로 가슴 벅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이런, 그런데 혼낼 수가 없었다. 지금 이 기분을, 이 순간을 간직하고 싶었다. “괜찮아~ 가서 밥 먹어. 정지시키고 다시 받으면 돼..”라고 말하고 카드를 찾으러 다녀오는 딸을 기다리다 늦어 버렸기에 빠르게 출근을 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했던가? 딱 오늘 아침이 그랬다. 신용 카드 재발급 도착까지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대신, 오늘 아침 딸의 사랑을 받은 것 같았다. 참.. 우리 아이들은 아빠를 들었다 놨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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