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끄적쟁이 Dec 16. 2022

처음 하는 딸의 설거지는 완벽할 수 없는 게 정상이지.

 나의 아침은 새벽 5시에 시작한다. 기상해서 화장실도 가고 스트레칭을 끝내고 나면 밥솥에 취사 버튼을 눌러 놓고 바로 아침을 먹을 수 있도록 반찬도 각자의 3가지 스테인리스 접시? 같은 곳에 각자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후 바로 집 앞에 있는 헬스장으로 출발을 해서 6시~7시까지 한 시간 운동을 한다. 그리고 바로 다시 집으로 와 국을 데우면서 아이들을 깨운다.


 아이들이 잠을 깨고 화장실을 다녀와 식탁에 앉는 짧은 시간 동안 밥상을 다 준비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밥을 먹기 시작하면 나는 군대식의 5분 샤워를 하고 재빠르게 같이 밥을 먹는다. 이후 바로 출근을 하는데 먹고 나서 뒤처리에 설거지까지 하니 가끔 지각하는 일이 너무나 자주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반찬통 뒷정리는 아들에게 설거지는 딸이 하기로 했다. 출근 시간 10분 차이는 엄청나다는 것은 모든 회사원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딸아이에게 처음으로 설거지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설거지는 먹고 난 후 바로 해야지 밥풀, 양념 같은 것들이 굳지 않아서 하기 편하다, 그리고 만약 시간이 안돼서 못하게 되면 그릇들이 물에 담기도록 채워놓고 학교 다녀와서 하도록 해라.” 그리고 “따듯한 물로 해야 기름기가 다 없어지니 급해도 따듯한 물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해라.”라는 등의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처음 딸아이에게 설거지를 하도록 하고 출근 후 퇴근해서 그릇을 확인해 보았다. 역시나 프라이팬은 기름 때문에 미끈거리고 그릇의 밑바닥에는 고춧가루가 붙어 있으며 밥그릇에는 딱딱한 밥풀 같은 것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그래서 딸을 불러서 약간의 잔소리를 했다. 딸은 “아하!” 하면서 멋쩍은 미소를 지었고, 나는 살짝 머리를 두들기면서 “그래도 잘했어.”라고 말을 해주면서 다시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게 어려운 건가? 난 10살부터 밥하고 설거지하고 잘 해냈었는데 ‘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 나도 처음부터 잘 해냈을까?‘ 부모님의 맞벌이로 혼자 잠드는 날들이 많았던 나는 혼자서 해야 할 것들도 많았다. 그런 나도 정말로 처음부터 모든 걸 잘 해냈을까?   

   

 누구나 처음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쉽게 잘하는 것은 재능을 타고 태어난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일단은 시작하고 부딪히며 점차 익숙해지면서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딸의 설거지는 완벽하지 못한 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딸아이가 자주 하게 되면서 점차 나아지기를 기다려 주는 것, 그것뿐인 것이다.        


아이에게는 처음부터 잘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무도 익숙한 말이 그리운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