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거슬리는 날파리.
며칠 전부터 아들 녀석이 졸라대던 등산을 하는 날이었다. 폭염주위보가 내렸던 날. 정말로 가기 싫었지만, 아침 눈을 뜨자마자 기대에 찬 눈빛으로 빨리 산을 가자고 GO! GO! 를 외치는 아들 녀석. 고생이 뻔할걸 알면서도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집을 나서자마자 우리 둘은 땀범벅이 되었다. 마치, 지구라는 큰 찜통 속 안에서 걷는 기분이랄까?
"아들, 이래도 가야겠어?"
나는 땀이 흐르는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것 좀 쳐다봐라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응! 이 정도는 문제없어!"
표정은 힘들어 보이는데 입은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그러나 아들 녀석의 인중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 모습을 하고서도 꼭 가야 한다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대답을 해버리니 체념할 수밖에. 그런 아들 녀석에게 가기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우리는 가까운 광덕산으로 향했다.
오전 10시쯤 도착을 했다. 광덕산은 계곡을 끼고 있기에 사람들이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서 많이 찾아온다. 역시, 주차장에 차가 가득한 것을 보니 벌써부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지런 히들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와~ 차가 많다!"
빈지리 중 나무로 그늘이 만들어진 곳을 찾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나를 무엇하시오?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아들이 감탄사를 외쳤다.
"여기, 계곡에 사람 많이 있잖아. 너도 자주 왔었는데? 기억 안 나?"
아마도 아들 녀석이 기억이 안 나는 것 같다. 이곳 광덕산 계곡은 여름이면 꼭 한 번씩은 엄마와 누나랑 함께 와서 입술이 파래질 때까지 놀았었는데 말이다. 그건 아마도 셋이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3년 동안 한 번도 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차를 다 가릴 만큼의 큰 나무는 아니지만, 그늘이 만들어진 곳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차에서 내리면서 우리 둘은 동시에 입에서 탄성을 외쳤다.
"워~! 날씨 미쳤다!"
"와! 날씨 미쳤다!"
광덕산 등산로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계곡 쪽에는 더위를 피해 찾아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약간 깊은 곳에는 젊은 친구들이 들어 누워서 온몸을 물속에 담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달려가서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아들 녀석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등산로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약간 느린 템포로 호흡은 일정하게 하면서 우직하게 올라가야 힘드지 않은 법. 등산은 조급해하면 바로 지쳐 버린다. 그렇기에 자신의 보폭으로 천천히 지치지 않도록, 호흡도 거칠어지지 않게 유지를 해야 한다. 발을 내디딜 때는 안전하고 중심이 잘 잡힐 수 있는 곳으로, 그리고 다른 불필요한 동작으로 에너지 소모를 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바로 호흡이 거칠어지며 혀가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아우! 이놈의 날파리! 아빠! 날파리가 자꾸 따라와~!"
그 소리에 따라오는 아들 녀석을 돌아보니 목에 걸고 있던 수건으로 이리저리 휙~휙~ 휘두르고 있었다. 역시, 수건을 휘두르기 시작하더니, 5분도 안 돼서 아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앞에서 걷고 있다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아들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아들, 그런 작은 날파리 때문에 네가 먼저 지쳐 버리면, 정상에 못 올라간다."
"응?"
수건을 이리저리 휘두르던 아들 녀석은 그 말을 듣고는 이내 휘두르는 것을 멈추고 다시 목에 수건을 걸었다. 아마도 내 말에 동의하는 행동일 것이다. 그런 아들에게 올라가면서 들어도 모를 꼰대 같은 소리를 조금 늘어놓았다. 언젠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을 하면서 새삼 나도 다시 나 자신의 주위를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가 원하는 곳을 향해서 가는데,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치게 되거든? 그 사람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 수많은 말들을 할 거야. 그래서 되겠느냐. 내가 해봤는데 안되더라. 그거 해서 무엇하느냐. 돈도 안 되는 거 머 하려 하느냐. 등등.. 그런 지나가는 인연들의 사람들 말을 일일이 상대하다 보면, 앞으로 걸어가다가 지치게 돼버려. 그러니까 말이야. 무시하고 묵묵히 네가 원하는 곳으로 걷는 법을 알아야 해. 지금 니 옆에서 너를 괴롭히는 날파리를 무시하고 걸어 올라가듯이 말이야."
이렇게 아들에게 길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치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다.
산속의 그늘이 햇빛을 가려 주었지만, 폭염의 열기에서 우리를 시원하게 해주지는 못했다. 온몸에서 육수를 다 뽑아내면서 정상에 올랐다. 역시 오를 때는 그렇게 힘들더니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너무나 멋졌다. 아들이 이곳저곳을 가리키면서 자신이 아는 동네의 이름을 말하면서 아는 척을 했다. 아파트 단지와 대학교 그리고 근처 번화가들. 사실 맞히는 곳 하나 없었지만, 신나 하는 아들에게 그렇다고 끄덕이며 기특하다는 듯 대답을 해주었다. 한참을 산의 정상에 올라왔다는 성취감과 경치를 실컷 즐기고 산을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어때? 이제 만족해?"
"응.............................."
등산의 고됨과 함께 더위에 지쳐 버렸는지 대충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들 녀석. 그걸 대변하듯 얼굴에는 먼지로 인한 먼지 섞인 땀들과 표정을 구긴 얼굴이 보였다. 아마도 두 번 다시는 폭염 속에 등산하자고 조르지 않겠지?라는 기대를 하면서 하산을 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과 말에 휘둘리곤 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날파리라고 생각해 버리자. 눈앞에서 윙~윙~ 거리며 거슬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