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해서 더 애틋한 내 남자의 사랑

by 코리아코알라

라디오에서 아주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이들이 일제히 "어, 이거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잖아요."하면서 볼륨을 키웠다.


내가 제일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렇지 않다고 부인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노래.



나는 거의 평생 노래를 몇 번 부른 기억이 없었다.


학교 다니던 12년 억지로 불러야 했던 노래들 말고, 수업시간에 가르쳐야 했던 영어 팝송들 말고는... 초등학교 때 혼자 처음 팝송을 배워 불렀던 비틀즈의 yesterday, 그리고 대학 MT 때 빼도 박도 못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며칠밤을 새워 외웠던 이문세의 파랑새. 내 평생 기억에 있는 노래가 달랑 2개였다.


남들은 샤워를 하면서도 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던데, 나는 대체 그런 것하곤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내가 아이들을 낳아 기르게 되면서, 자장가를 부르게 되었다. 내가 처음 자장가를 부르며 내 목소리를 듣던 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랄 뻔했다. 너무 생소해서.


그렇게 나는 자장가에서, 한국 동요로, 영어동요로, 불어 동요로... 어린이 노래들을 아주 섭렵하게 되었다.


그렇게 6~7년이 흐른 어느 날, 나는 수많은 어린이 노래를 불렀지만 정작 '내가' 듣고 싶었던 노래는 무엇이었던지 궁금해졌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뭐지?...

요즘 유행하는 노래는, 가수는 누구지? 하는 생각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당시 히트 치고 있었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가수가 누구인지, 제목이 뭔지도 모르면서 나는 그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때마침, 내 생일이 다가오고 있어 생일선물을 고민하고 있었던 남편은, 내가 종종 흥얼거리던 그 노래가 담긴 씨디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했다.


노래 제목도, 가수도 모른 채 음반가게에 들어간 남편은 무작정 직원을 한 명 불렀고, 이렇게 물었다고 했다.


"혹시, 헤이 딜라일라 따란따라라라따란따란따...로 시작되는 노래 있어요?"

"글쎄요...(씨익 웃으며) 제임스, 이리와 봐."


그리고, 남편은 다시 두 명의 직원을 앞에 두고 더욱 열심히 제목도 가수도 모르는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고 했다.


그들은 정말 몰랐을까?...

다시 그들은 제삼자를 불렀고, 남편은 3명의 젊은 청년들을 앞에 두고, 다시 한 번 더 같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정말 그때 즈음해서는 뒤돌아 나가고 싶었다고 했다.

남편도 나 못지않을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동요마저도 거의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천만다행히도 세 번째 직원이 그 곡명을 알아맞혔고, 나는 그 싱글 앨범을 그해 생일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그 노래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아님에도,

우리 가족은 모두 그 노래만 나오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건

내게 가장 의미 있는 곡이란 것이다.


Plain White T's의 Hey there delilah

(혹시 노래가 궁금하시면, 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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