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편
어느 날 한인 식료품점에서 나오다 우연히 마주친 혜진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무슨 고민 있어요?"하고 내가 먼저 말을 건네자 기다렸다는 듯,
"에휴 네~~~, 저희 얼마 전에 대출받아 집도 샀잖아요. 그리고 조금 있으면 시민권도 받을 수 있거든요. 게다가 저는 말은 아직 좀 잘 안 통하지만, 그래도 여기가 너무 좋거든요. 근데, 지민이랑 울 남편은 한국이 너무 그립대요. 지민이는 여기 온 지가 벌써 5년짼데 학교에 적응은 커녕 더욱 정나미만 떨어져 가는 것 같고요. 처음에 남편이 한국이 그립다고 했을 땐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얼마 전 좀 더 진지하게 다시 한국에 돌아갈까하고 얘기를 한 이후론 정말이지 거의 매일 한국 타령이에요..."
"어머, 정말루요? 지민아빠는 한국이 뭐가 그렇게 그리우시대요? 여기가 가족 간의 시간도 훨씬 많고, 더 여유롭기도 해서 오히려 여기를 더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그리고 애기들한테도 여기가 더 즐겁게 놀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쵸? 그러니까 제가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거예요. 어렵게 이민 와서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려고 하는데 다들 안 행복하다고 하고, 가족이 안 행복하다는 이 나라에서 저 혼자 행복하자고 있을 수도 없고... 저희 남편은요, 웃으실지 모르지만 한국의 야식 문화가 그렇게 그립대요. 호주는 5시 되면 모두 퇴근하고, 술집도 거의 해지면 문 닫고, 새벽엔 배달 오는 데도 없고요. 그런게 다 있는 한국의 편리하고 소박한 뭐 그런 게 그립대요."
"그래요? 그런 생각은 저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긴 하네요. 지민이는 호주가, 학교에서 성적으로 경쟁 같은 거 안 해도 되고... 여기가 오히려 더 좋을 것 같은데요?"
"공부면에선 그렇긴 한데, 친구들이 별로 친하게들 안 대해주나 봐요. 있는 듯 없는 듯 다들 별로 신경도 쓰지 않나 봐요. 한국 가면 공부를 훨~씬 더 많이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도, 마냥 괜찮대요, 그냥 한국서 공부 더 열심히 하는 편이 더 행복할 것 같대요. 완전 이거 대박 헐~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죠? 저희 가족 같은 경우를 본 적이 있으세요?"
"이제 호주 온 지 한 5년쯤 되나요?"
"네, 맞아요. 이제서야 겨우 좀 적응하고 모든 게 막 좀 쉬워지려고 하는데 말이죠...."
그렇게 열심히 고민을 하던 혜진은 결국 그해 말 한국으로 역이민을 해 들어왔다.
나이가 마흔이 넘은 남편과, 마흔이 가까워오는 부인이 한국에서 5년 만에 다시 자리 잡는 것은 햇빛 쨍쨍 난 날 우산을 파는 것보다 어쩌면 더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 들어온 지 이제 6년 차, 그녀의 남편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그녀도 맡은 직책에서 매니저까지 되어 인정받고 있고, 아이들도 학교 생활에 너무나 만족하며 매일 매일을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호주 이민 가면 좋은 점, 참 많다.
하지만, 이민이 모두에게 답은 아니다.
IT로 이민을 가서 살며 아이들을 다 대학교까지 보낸 한 50대 부부도 얼마 전 한국에 돌아와 어딘가에서 과수원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청소업을 크게 해 돈을 많이 번 또 다른 한 부부도 한국에 다시 들어와 살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갔고 어떻게든 돈은 많이 벌었지만, 정작 본인들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장 간단할 것 같은 답, 이민.
실은 무엇보다 복잡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