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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Apr 04. 2016

*부모가 한국인인 아이는 당연히
이중언어 구사한다?

| 호주 편

내가 이민자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캐나다에서 영어 과외를 해 드렸던 부부였다면, 가장 처음 아이의 이중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마 바로 그 집 아들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번 얘기가 궁금하다면 이민생활과 영어의 상관관계 (#1. 이민자 당사자) 


초등학교 저학년은 되어 보였는데 이상하게도 그 아이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했다. 지적 장애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그 아이는 영어도 한국어도 그렇게 잘하지 못했다. 캐나다를 떠난 후 나는 가끔 그 아이의 언어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호주에서 석사 논문을 쓸 때 한국어와 영어의 이중언어교육에 대해 썼는데, 그때 평소에 봐 오던 한국인 엄마들과 아이들의 언어생활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관찰했던 적이 있었다. 


이민을 갓 왔거나, 영어가 아주 기초였던 엄마들을 제외하고, 많은 한국인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주로' 영어를 썼다. 특히, 국제결혼을 한 엄마들은 거의 99프로 영어를 썼다. 이렇게 대부분 영어를 썼던 것은 아마도 엄마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이한 점은, 엄마는 한국어를 썼던 경우도 아이들은 종종 영어로 답을 하거나,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답하기도 했던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거나 잘 쓰지 않는 이유를, 한국인 엄마들에게 물었을 때 이런 반응들이 나왔다.


첫째, 이 아이는 앞으로 계속 호주에서 살 것이고, 한국의 가족들 (할머니, 이모, 삼촌) 모두 영어를 어느 정도 해서 서로의 의사소통에 큰 무리가 없으니 굳이 한국어를 가르쳐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 

     :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다. 어떻게 보면 이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내 아이가 한국인이 아닌 호주인이나 미국인처럼 그 나라의 정체성을 가진 그나라 국민으로 자라기를 바란다면.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아깝고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둘째,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는 한국어를 잘 쓰다가도 호주인들이 주위에 있을 때는 영어로 바꾸어 쓰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영어를 쓰는 빈도가 점점 높아졌다는 것.

     : 이렇게 산발적으로 한국어를 쓰다 보면, 아이는 당연히 더 많이 접하고 쉬운 영어를 주로 쓰게 되고 한국어는 키친 한국어 수준에 머물게 된다. 어렵더라도 제대로 된 이중언어 교육을 위해서는 한국어를 맡은 부모는 (가족 중 적어도 한 명은 해당 언어를 담당하도록 한다) 항상 그 언어만을 쓰는 게 필요하다. 아이가 우리 엄마가 영어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한국어 쓰기를 계속 직간접적으로 거부할 것이다. 


셋째, 엄마도 이민 와서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밖에서 연습하기는 아직 어려우니 아이랑이라도 영어를 연습하고 싶다는 것 

     : 엄마의 답답한 마음은 이해되지만, 아이의 한국어와 영어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뒤에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엄마는 최대한 많은 회화 연습을 위해 동네 도서관에서 하는 공짜 수업이나 정부의 무료 수업 등에 참석하도록 하는 건 어떨까. 아이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엄마의 영어를 교정해 주기 시작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할 것이다. 


넷째, 이중언어를 쓰는 아이들은 발달이 좀 느리다던데, 굳이 아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

     :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배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초기에 걸리는 시간은 하나일 때 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다. 모국어가 하나인 어른은 다른 외국어를 배울 때 머리가 터질 듯하겠지만 어린이는 아예 다른 장치를 동시에 만든다. 그리곤, 각 상황에 맞춰 필요한 장치에 따라 말을 하게 되므로 어른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우리의 손과 발이 해야 하는 다른 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지 않듯이 말이다. 

 

다섯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지만, 두 언어를 가르치는 게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 이건 참 많은 부모들이  느끼는 것이고, 결국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이 포기하고 만다. 

내 아이가 어릴 때 "물 한 잔 주세요"를 한국어로 하지 않았을 때, 나는 아이가 한국어로 할 때까지 물을 주지 않고 끝까지 한국어로 하라고 기다렸던 적이 있다. 내 아이는 눈물범벅이 되어, 결국에는 한국어로 대답했다. 나도 그날 저녁에 '이게 아이한테 정말 뭐하는 짓인가?'생각하며 펑펑 울기도 했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너무 잘한 것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고 또 든다.  


이민을 가서 내 아이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고 호주인으로 살아도 정말 좋을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물론, 이민 1세대는 절대 완전한 호주인으로 살 수 없다. 스스로는 완전한 호주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호주인들의 눈에는 그들은 호주인이 아닌 이민자들이다. 하지만, 이민 1.5 혹은 2세대인 아이들은 하기에 따라 호주인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만약, 나와 아이가 원하는 게 완전한 호주인으로 사는 거라면 그냥 영어에만 집중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호주에서 성공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혹은 나중에 한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한국계 호주인으로 살고 싶다면, 부모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정서를 아이와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면, 아이의 정체성은 한국인에 가까워야 할 것이다. 



두 언어를 섞어서 쓰는 경우는, 바람직한 이중언어 교육이라기 보단 상황에 따라서 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논문을 쓰기 위해 관찰하던 한 아이의 말이 많은 걸 시사해 주었다.


"유나는 한국어가 어때? 좋아? 싫어? 한국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같은 거 있어?" 
"한국어는 엄마가 화난 걸 말해요. 우리 엄마는 화가 나면 한국어로 얘기해요. 그래서 전 한국어가 싫어요." 

(물론, 나는 영어로 물었고, 이 아이도 영어로 이 말을 해줬다.)

그랬다. 평소에 영어로 잘 얘기를 하던 사람들도, 화가 나면 그 분을 영어로 풀만큼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통 한국어로 좔좔 풀어내었다. 유나 엄마도 그랬던 거였다.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부정적인 이미지보단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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