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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Dec 10. 2017

보일 듯 말 듯 인종차별

| 호주 편

캐서린, 와니타, 그리고 나, 우리 셋은 이제 한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데리고 모닝티 시간 즈음에 모였다. 어디 갈까 고민하다 가까웠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새로운 카페에 들어갔다. 커피를 시키고, 머핀도 시키고, 스콘도 시키고... 수다에 수다를 더했다. 코리와 사라는 머핀과 스콘을 입에 넣는 건지 바닥을 먹이는 건지 먹는 둥 흘리는 둥 했다. 얌전한 내 아이는 조용히 떼어주는 것만 입에 넣으며 애답지 않게 너무 매너가 좋았다. 


내가 봐도 코리와 사라는 좀 흘리는 게 많았다. 내가 웨이터라면 나중에 청소하면서 구시렁거리겠구나 싶었다. 잠시 후 와니타와 캐서린이 아이들 기저귀를 갈러 잠시 밖에 나갔고, 나 혼자 테이블에 아이와 앉아있는데 종업원이 다가왔다. 친구들이 나가기가 무섭게 거의 바로 달려왔다고 해도 좋을 만큼 금방 오더니, 조금은 퉁명스럽게 바닥에 떨어진 게 너무 많으니 좀 주우라고 했다. 나도 실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으니 큰 거부감 없이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큰 조각들을 손으로 주섬주섬 주웠다. 그런데, 줍다 보니 갑자기... 내 아이가 버린 것도 아니고, 내가 식당에서 바닥에 흘린 걸 주우라는 말을 들어서 줍는 게 맞는가 싶기도 하고, 왜 하필이면 캐서린과 와니타가 나가자마자 말했을까 싶기도 했지만 계속 나는 바닥의 큰 부스러기를 주워 대충 깨끗이 치웠다. 


그런데... 거의 다 주웠을 즈음 "아, 어쩌면 이런 게 눈에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지금 그 상황을 다시 플레이백 해보고 이 각도 저 각도에서 아무리 보아도 그건 내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조금만 동양인의 이민자였기 때문이 맞았던 것 같다. 슬프게도.



고맙게도 나중에 그 얘기를 전해 들은 캐서린과 와니타는 분개했고 다시는 그 카페에 가지 않았다. 적어도 셋이서 함께는. 


호주에는 이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 나쁜 일들이 있다. 그냥 너무나 예의 없는 사람에게 걸린 일진이 나쁜 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인종차별의 색조를 띄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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