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리아코알라 Jun 03. 2018

살면 살수록 외로워지는 나라

|호주 편

재우(제임스)는 호주에서 태어났다. 

아빠가 호주에서 박사를 하는 중에 태어났고, 아빠가 브리즈번에서 대학에 자리를 얻어 몇 년간 가르칠 때도 호주에 살았지만 아빠가 결국은 한국에 영구직을 갖게 되었고, 곧 아빠는 한국에 귀국하게 되었다. 


당연히 엄마와 아이도 함께 귀국해야 마땅했지만 호주 생활이 아이에게 소중하다는 생각에 2년을 기러기 생활을 하며 떨어져 살았다. 그러다 아빠의 그리움이 호주까지 전해져 오던 날 엄마는 아이와 귀국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이는 너무 자주 아팠다. 한국에 머문 일 년 동안 아이는 병원에 일주일씩 4번이나 입원했고, 늘 몸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아픈 아이를 보면서 부모는 한국이 아이와는 맞지 않는다 생각하고 결단을 내렸다. 다시 호주로 돌려보내기로. 그 후로 아빠는 한국에서, 아이와 엄마는 시드니에서 거의 10 년을 떨어져 살았다. 교직에 있는 아빠는 1년에 참가할 수 있는 모든 세미나나 학회에 참석했는데 물론 거의 모든 장소는 호주에서였다. 아빠가 호주의 퍼스로 오면 가족은 퍼스로 날아가 아빠를 이틀간 만났고, 브리즈번이면 또 거기로 날아갔다. 그렇게 살기를 십여 년... 아빠는 더 이상 그렇게 살지 못하겠다 선언했고 아이는 또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어가 그다지 유창하지 않은 아이, 한국 문화와 교육을 힘들어할 아이를 위해 국제학교에 보냈다. 아이는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었고, 엄마는 호주 국적을 취득할 때 한국 국적을 포기했어야 했었지만 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뒤늦게야 국적상실 신고를 했다. 안 했다가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소문에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김에 아이도 함께 한국 국적을 버렸다. 그렇게 엄마와 아들은 이제 호주인으로 한국에 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제임스의 아빠는 호주인으로 살 수도 있었겠지만 여전히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 그런 그는 끝까지 한국인으로 살 거라고 한다. 호주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단다. 제임스의 엄마는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호주에서 살았지만 여전히 영어 울렁증을 가지고 있고, 호주에선 시드니의 한인타운에서 많은 한국인들과 불편함이 없이 살았다. 하지만 아빠는 호주 시드니에서 학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석사를 따고, 다시 호주국립대에서 박사를 마친, 영어에는 불편함이 전혀 없고, 호주 주류에서 인정받고 대학에서 강의도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 아빠가, 평생 한국인으로 살겠다는 이 아빠가 오랜 유학과 이민 생활에 대해 짧게 한마디만 했다. 


"미국과 호주에서 처음 몇 년 살 때는 몰랐는데, 살면 살수록 더욱 이방인이 되는 느낌이었어... 난 어디서도 이방인으로 살고 싶지 않아."


더 많은 호주 이야기는  http://koreakoala.com을 방문해 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보일 듯 말 듯 인종차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