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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Jun 16. 2018

호주의 택시기사

택시를 탔다. 

대부분의 호주 택시기사들이 그렇듯이 이 기사도 이민자인 것 같다. 생김새가 백인이 아닌 것도 있지만 억양이 토박이의 발음이 아니다. 


오랜만에 들른 호주에서 간만에 타보는 택시

몇 년만에 돌아온 호주의 경치에 감탄하며 조금은 생경해진 분위기에 적응하려면서 시선을 창밖에 꽂고 있었다. 


기사의 핸드폰이 울린다. 고개를 들어보니 기사는 급히 핸드폰을 끈다. 


잠시 후 핸드폰은 다시 울리고, 기사는 발신인을 확인하는지 문자를 확인하는지 잠시 핸드폰을 본다. 

운전에 집중해야 할 기사가 핸드폰을 잠시라도 보다니 조금 못마땅하지만 다시 창밖을 본다. 


잠시 후, 핸드폰은 다시 울린다. 

기사는 긴급한 전화인 것 같으니 잠시 받아도 되겠는지 허락을 구한다. 


아, 그때의 잔잔하고도 깊은 기쁨이란... 한국에서 살다 와 봐야지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순간 너무나도 당연한 듯 운전하는 동안 전화를 받거나 심지어 걸기도 하는 많은 한국의 운전기사를 포함한 운전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는 그 기사에게 당연히 안 된다고 해야 했지만, 흔쾌히 받으라고 했다. 


호주에서는 직업의 종류가 인간의 존귀와 큰 상관관계가 없다. 그러나 미미하게 있다손 치더라도 마땅히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예의에는 그 어떤 존귀함의 요소를 막론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따른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혹자는 호주의 많은 단점을 눈감아주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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