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를 갈까 말까 고민 중이야..."
"정말? 언제 갈려고?"
"글쎄... 워홀이란 게 호불호가 엄청 갈리더라고... 난, 영어도 늘었으면 좋겠고, 돈도 좀 벌고, 경험도 쌓고, 여행도 실컷 좀 했으면 좋겠는데..."
정말 '꿈'같은 워홀이겠다.
90년대 중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워홀이란 건 없었던 것 같다.
있었다면 아마도 불법으로 일을 할 생각은 안 했겠지...
20대를 훌쩍 넘긴 어느 날, 나는 편도표만 들고 거창하자면 '세계여행'을, 솔직히 밝히자면 '계획 없는 여행'을 시작했다. 나이는 먹어가고,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나라는 자는 어떤 인간인지도 잘 모르겠고 해서 무작정 떠났던, 지금 돌아보면 무식하게 겁도 없던 여행이었다.
여행하기 위해, 경험을 얻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참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일들을 했었다; 일식집에서 서빙, 파프리카 따기, 타조 농장에서 청소하기, 키부츠 부엌에서 키친 핸드, 꼭 다이소 같은 가게에서 물건 쌓기, 도둑 지키기, 그리고 출납원(캐샤)까지.
부랑자 같은 사람에게 쫓겨도 보고, 욕심 가득한 주인 아래서 팁도 다 뺏기도 시급도 제대로 못 받아보고, 무릎 아프도록 쪼그리고 앉아서 딱히 의미 있어 보이지도 않았던 노동도 해 보고, 먼발치서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넌더리 나도록 양파도 까고, 불법 노동을 했다는 이유로 비자 연장을 거절도 당해보았다.
워킹홀리데이, 혹은 홀리워킹데이라고도 하는 소위, 워홀.
젊음이 있으나 인생의 방향을 잘 모르겠고, 진짜 나를 마주 보고 싶기도 하다면 큰 기대 하지 말고, 더군다나 아름다운 '꿈'따위는 꾸지 말고 그냥 한 번쯤 떠났다 돌아와도 좋을 것이다.
선진국의 법조차 나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곳에서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한국의 동남아 노동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어디를 가나 큰소리치며 무시당하지 않으려 가끔은 진상 같은 짓을 하던 내가
진상 부리고 싶어도 아무리 머리칼을 쥐어뜯어본들 단 한 마디도 멋지게 영어로 뱉어내지 못하고,
부모님이 주신 용돈이 늘 부족하다 느끼며 보란 듯이 돈 많이 벌어 멋지게 여행하겠다 머리로 생각은 하지만
몸으론 2불짜리 생수가 아까워 화장실에서 물 받아 마시고,
내 숙소에 화장지가 떨어진 날, 공중 화장실에는 공짜로 넘치는 화장지를 도저히 돈 주고 살 수가 없어
공중 변기에 앉아 두루마리를 둘둘둘둘 한참을 풀다 스스로의 변한 모습에 화들짝 놀라고,
힘든 노동 후 굶주린 배를 채우려 군침을 흘리며 간밤에 먹다 남은 두루치기가 든 도시락을 여는 순간
돼지고기를 압도한 김치 냄새에 갑자기 나는 왕따가 되고,
삶다운 삶을 경험하고자 가슴 부풀어 비싼 뱅기타고 왔건만,
일은 죽어라 하는데 매달 방세에 식비에 교통비를 제하고 나면
언제 여행은 할 수나 있을지 한국에 돌아갈 경비는 충분할지를 고민할 것이다.
워킹'홀리데이'가 당신이 원하는 '홀리데이'를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홀리'워킹데이'가 돈이라도 실컷 벌어보자는 내 계획대로 안 될지도 모른다.
Working Holiday건 Holy Working이건 재수 옴 붙으면,
그곳에 아무리 오래 있어봐도 돈은커녕 영어마저 그닥 안 늘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숨어있는 나의 진짜 모습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보면서도 보이지 않았던 혹은 보고자 하지 않았던 이들을,
나를 통해 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내가 두 눈을 뜨고서 보고도 보지 못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두 눈으로 보면서도 왜 여태 아무런 의미로 남지 못했던 것인지,
그리곤, 내가 얼마나 겹겹이 행운에 쌓인 덩어리인지를 알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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