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부딪혀 흘러내리던 빗방울이 유독 슬퍼 보였던
내 힘든 20대의 어느 날
나는 내가 선택했으나, 더 이상은 내 것이라 느껴지지 않았던
내 직장을 떠나야겠다 생각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어 무조건 뛰어들었지만
점점 돈 맛에 익숙해져 갔고
그런 내가 자랑스럽지 못했다.
비가 그친 그 다음날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는 무기한 휴가 처리되었다.
그렇게 나는 2년이 넘는 시간을 홀로 여행 다녔다.
여기저기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여행경비가 허락하는 대로
여행 출발하기 전,
혼자 아무런 계획도 없이
편도표만 달랑 들고 여행을 가기가
조금은 두려웠던 내게
'나는 자연인이다'의 다음 주인공으로 나와도 손색이 없을,
인생 달관의 경지에 이른 듯했던 한 히피 동료가
만트라를 외듯이 한마디 했다.
배낭여행은 평생에 적어도 한 번은 해봐야 해.
나를 나라는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거든.
여행이 끝날 무렵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야.
떠날 때는 막연히 현재의 내가 싫었고, 내가 처한 상황이 싫었다.
단지 벗어나고 싶다고만 생각했다.
영국을 떠나, 이스라엘을 거쳐, 이집트에 갔을 즈음엔
진짜 나는 누군지, 내가 견딜 수 있는 극한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졌다.
1년이 넘어가고
인생의 쓰고 짠 바닥을 거듭 맛보면서
나를 조금 더 가까이서, 마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곤 서서히 조금씩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여자인 게
게다가 너무나 여성적인 게
소리도 못 지르는 조용한 성격인 게
다... 괜찮아졌다.
과거,
사람들이 내가 차갑다고 느꼈던 것도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
사람들에게서 항상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한국에 돌아왔을 무렵,
나는
훨씬 따뜻해졌다 소리를 들었으며,
예전의 나와도 꽤 사이가 좋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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