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편
누군가 호주인들에 대한 나의 인상을 얘기하라면 나는 뭐라고 할까?
아마도 "down-to-earth"가 아닐까 생각한다. 땅에 내려와 있는, 즉 "너무나 꾸밈없이 현실적이고 소박하며 정감 어리기까지 하다"는 말이다.
그날의 에피소드는 호주인이 얼마나 솔직한 사람들인지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해 준 날이었다.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진행은 전직 "풋볼 (Footy) 선수"와 해설자였다.
청취자들이 전화를 해서 함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한 청취자가 전화를 했고 즐겁게 스포츠 얘기도 하고 이런저런 가벼운 얘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이상한 낌새를 친 것 같은 진행자가 "Are you driving, mate?... You are an idiot! Get off the phone! I am not going to be responsoble for any..." (이봐 친구, 지금 운전 중이야? 완전 멍청이군! 어서 전화를 끊으라고! 나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하면서 한참 동안 열을 올린 적이 있었다.
이런 대화를 한국의 라디오에서는 들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데, 호주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있을 법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에둘러 말하기에 익숙하고, 직접적인 지적을 듣는 것에 적응돼있지 않은 한국사람이라면 감정에 철갑을 두르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지, 상처를 쉽게 받지도, 오해로 가슴이 멍들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