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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Feb 02. 2016

호주에서 혼잣말을 하고 있는 나

| 누가 호주를 천국이라 했나

호주에 도착한 지 어느덧 6개월이 가까워오던 그해 겨울. 

그때가 6월 초쯤 되었지만 호주는 남반구에 있는 관계로 한국과 계절이 반대였다. 우리나라에선 한창 덥기 시작할 6월이 그토록 스산하고 추운 겨울이라니. 호주란 나라의 ‘거꾸로 계절’은 도무지 적응이 잘 안 되었다.


결혼한 이후로 한국에선 늘 남편보다 일이 많아 집에 더 늦게 들어가곤 했던 내가, 불과 몇 년 뒤 만삭이 된 몸으로 하루 종일 남편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하루 종일 창가에 기대어 공원에 누가 나왔는지, 나뭇잎은 지고 있는지, 어느 집 개가 와서 어슬렁 거리는지 보는 게 내 하루 일과였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난다.’라고 했지만, 나는 정말로 하루 종일 말을 하지 못해 입 안에 가시뿐 아니라 온갖 잡초가 다 생겨서,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하루 종일 기다린 신랑이 어~쩌다 직장 저녁 회식이라도 있을라치면 (호주의 공무원 회식은 99% 점심 회식이었다.) 나는 너무나도 우울해지곤 했다. 가끔 산책을 나가도 혼자서 나무와 이야기하고, 나뭇잎 세기도 수십 번, 그토록 감탄하고 올려다보던 호주의 파아아아란 하늘도 더 이상 혼자서는 보고 싶지 않았다. 이젠 더 이상 혼자 나가고 싶은 마음 자체가 아예 안 생겼다. 출산이 다가오면서는 더더욱 옴짝달싹 하고 싶지가 않았다. 몸은 무겁고, 함께 얘기할 사람은 없고,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과 별 다를 바 없을 것 같았다.


호주는 그렇게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더니 나는 심심하고 무료해 죽을 것 같았다. 친구도, 친척도, 건너 건너 아는 사람조차도 없었으니.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혼잣말을 시작했다. 혼자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아는 한국어도 다 잊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진짜로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이 적막하도록 조용할 때, 혼자서 차를 마시다 ‘음, 이거 생각보다 맛있네. 이게 무슨 차였지?’하며 티백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하고, 빨래를 널면서는 ‘티슈는 쓰레기통에 넣어야지, 호주머니에 넣으면 이렇게 되잖아. 온 옷에 눈이 내렸어. 그렇게 여러 번 부탁했는데도 잘 안 고쳐지나 보네. 다음엔 시간 많은 내가 좀 더 호주머니 검사를 철저히 하는 수밖에.’라며 옷을 펄펄 털기도 했다.


대학생 때 영어 스피킹 연습할 파트너가 없으면 종종 거울 속의 나를 보고, ‘네가 B해, 내가 A 할게.’하고선 마치 거울 속의 내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연습하곤 했었다. 수년이 지난 뒤, 영어를 연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어를 까먹지 않기 위해 거울 속의 나와 대화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그 무렵의 나는  때때로, 내가 ‘유효기간이 1년이나 지난 우유’ 같다고 느꼈었다.


사람이 북적북적한 한국이 그리웠고, 파김치가 되도록 일을 했던 한국 생활이 뼛속까지 사무치게 그리웠다. 여유로이 정원을 가꾸고, 잔디 위에서 점심을 먹고, 즐거이 해변을 뛰어놀며 행복해 보였던 홍보자료 속의 호주 사람들이 다 거짓으로 느껴졌다. 난 그런 사람들을 그때까지 많이 보지 못했으니까.


동네마다 아이들이 보이는 법인데 아이들 마저도 보이지 않았으니, 대체 호주 아이들은 어디서 뛰어노는 건지... 노인분들도 다들 산책도 다니실 텐데 보이지도 않고, 정말로 개미새끼 한 마리 보기가 힘들었다. 물론, 그 안 보이는 개미들은 집 안에 다 들어와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겠지만.


내가 호주 첫 1년간 사람을 가장 많이 보았을 때는, 1주일에 한 번 쇼핑을 갔을 때였다. 그러면, 그렇게 많은 사람을 보는 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가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주중에 쇼핑센터에 갔던 적도 있었지만, 역시 쇼핑몰은 주말에 가야 사람이 많았다.


호주에 십 년간 살면서 느낀 것이지만, 호주는 참으로 방대하고 거대하다. 많은 사람들이 100조라고 하면 어림이 잘 안 되듯이, 호주의 크기도 그런 것 같았다. 나라의 끝에서 끝으로는 고사하고, 한 주 (State)에서 다른 주로 가는 것도 다른 나라를 가는 것처럼 멀기도 하니까.  


한국에서처럼 걷다 보면 곳곳에 편의점이 있어서 음료수를 사 먹고, 김밥집에서 요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번 걷기 시작하면 다음 동네가 나오기 전까지는 조금 과장을 보태 굶어 죽던지, 목이 타 죽던지 한다. 적어도, 대도시의 아주 번화한 시내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이 그렇다. 게다가 시간이 6~7시가 넘은 겨울이라면, 정말로 야생동물에게 먹힐 각오하고 걸어야 할 거다.


종합해 보면, 호주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은 멀쩡한 사람일 리가 없다. 대부분 차를 몰거나, 버스, 안 되면 스쿠터나 자전거라도 타고 다닌다. 물론, 산책도 나가지만 대부분 직장에서 돌아온 이후에 나가거나, (여름에 해가 길 때) 주말에 가지 평소에 산책을 다닐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삶이 아니다. 호주에서 사는 것은 여유롭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치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수 부인이 편하게 살다가 호주에서 옷 수선하며 남편과 맞벌이해야 생활이 된다는 얘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언젠가 한국서 갓 부임해 오셨다던 대사관 직원분께 ‘캔버라에는 멋진 호수공원도 많다. 그곳에서 조깅도 하고 산책도 하고 하시라’고 했을 때, 돌아온 답변이 새삼 떠오른다. "에이, 호수공원이 얼마나 예쁘면 뭐 합니까?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혼자 걷는 것도  한두 번이지, 별롭니다. 호주 사람들은 골드코스트 사람이 많아서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던데, 저는 거기가 아주 딱 좋더라고요. 역시 사람이 좀 있어야 뭘 해도 맛이 나는 법이네요. 그래서 저는 휴가도 남들 다 갈 때 가지요. 그래야 왠지 휴가 맛이 나더라고요.ㅎㅎ"



호주란 나라는 한국의 남한과 북한을 다 합쳐도 대략 33배 정도 된다. 남한 만으로만 치면 77배 정도. 

상상도 잘 안 되는 엄청난 사이즈다. 

한국인들이 종종 찾는다는 골드코스트가 있는 퀸스랜드 주만 해도 남한의 17배가 된다. 

그런데,  총인구는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 2300만 명 정도라니 사람이 많은 곳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호주 탐사를 하다 여럿 죽은 건 너무 당연한 거고, 워홀로 열심히 돈 벌어 호주 횡단 여행하다 거의 죽을 뻔했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그리 놀랍지 않은 이유다. 


그 거대한 호주는 다시 주와 영토로 구분이 된다. 6개의 주와 2개의 영토 (준주+수도 주)가 있다. 


6개의 주: Queensland (QLD)

             주요 도시 Brisbane (브리스베인)

                New South Wales (NSW) 

                            Sydney (시드니)

                South Australia (SA) 

                            Adelaide (애들레이드)

                Victoria (VIC) 

                            Melbourne (멜번)

                Western Australia (WA) 

                            Perth (퍼스)

                Tasmania (TAS) 

                            Hobart (호바트)


2개의 영토: Northern Territory (NT) 

                                  준주

     Australian Capital Territory (ACT) 

                                 수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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