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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Feb 01. 2016

당신도 도둑으로 몰릴 수 있다

호주 편

레벨 2 선생님, 브론윈이 또 날 찾아왔다. 


브론윈 두 번째 이야기 읽기


그해 한국인 학생들이 부쩍 늘어난 것인지, 특히 호주 문화에 적응이 힘든 학생들이 대거 브론윈 반에 배정받은 것인지 모르지만, 이번 학기만도 브론윈이 내게 유사한 부탁을 하는 게 벌써 여러 번째였다. 


이번에는 한국서 한 달 전에 도착한 젊은 여성이었다. 한국에서 유명대를 졸업하고 늘 인텔리로 살던 아가씨였는데, 무슨 연유로 호주에 이민을 왔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브론윈에게 호주 얘기를 하다가 수업 중에 울음을 터뜨린 것 같았다. 


이유인즉슨, 그 전 주말에 호주의 큰 K-Mart라는 대형마트에 쇼핑을 갔다고 했다. 그런데, 들어가서 구경은 했지만 살 게 없어 빈손으로 나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당연히 산 게 없으니 계산대로 갈 필요가 없었고, 아까 들어갔던 곳으로 다시 나오려고 하는 순간이었단다, 밖에 서 있던 점원이 자신을 막은 것은. 


너무나 놀란 그녀가 멈춰 서자, 그 점원은 그녀에게 가방을 열어 보여달라고 했단다. 


한국에서 그런 대우를 단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단 번에 한국서부터 들어왔던 호주의 백호주의와 인종차별을 떠올렸고, 그 점원이 자신을 차별하여 가게 좀도둑으로 의심했다고 생각했단다. 


순간 속에서 너무너무 화가 나서, 가방을 던지듯  내려놓으며 나는 못 열겠으니 의심되면 당신이 직접 열어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화를 더 부채질한 것은, 그 점원이 자신은 규정상 손님의 가방에 손을 못 대게 되어 있으니 직접 열어봐 달라고 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난 상태에서 가방을 거의 뜯어 헤치듯 열어 보여주었고, 아무것도 없는 걸 본 그는 됐으니 가라고 했다고 했다. 


기분 좋게 쇼핑을 하러 나온 그녀였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종차별까지 당하고, 무시받으니 갑자기 호주란 나라가 치가 떨리도록 싫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가 브론윈이 대략 전해 준 그녀의 얘기였다. 


나는 얼굴도 보지 못한 그녀에게 편지를 써서, 다음 날 브론윈을 통해 전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학기 레벨 3을 맡은 한국인 선생님입니다. 

브론윈을 통해서 대략적으로 지난 주말에 많이 언짢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전해 듣고, 그 점에 대해 오해를 좀 풀어드릴까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호주란 나라에는 정말 상상도 못 할 만큼 좀도둑이 많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큰 상점에 가면 늘 출구에서 가방을 검사하는 직원이 서 있습니다.

그들은 수상해 보이지 않는 이들도, 배낭을 들고 있거나 다른 쇼핑백을 들고 있으면 반드시 그 안을 보여 달라고 합니다. 이 경우에는 손님의 물건에 손을 댈 수 없어, 손님에게 직접 보여달라고 하는 것이지요. 

저도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지 의례적인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요즘 저는 그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 제가 먼저 가방 보여드릴까요라고 물어본답니다. 오히려, 제가 먼저 이렇게 나가면, 정말 대충 보거나 아님 아예 됐다고 그냥 가라고도 합니다. 

저는 너무 습관이 되어서 이젠 아무도 검사를 하지 않으면, 검사요원을 찾아 둘러보게까지 되었다네요. 하하

부디, 지난 주의 일로 호주에 대한 언짢은 오해를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아주 사소한 것에 인종차별이라 느끼고 감정 상해한다. 


호주에 인종차별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인종차별이 없는 곳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의 백호주의 정책 때문인지 여전히 호주는 특히 인종차별이 심한 곳으로 유명하다. 

특정 지역들은 실제 이유 없는 인종차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시드니의 몇몇 지역은. 

하지만, 아마도 그런 곳은 호주에 사는 사람들도 조심하려고 하는 곳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밤에 가면 안 되는 곳, 거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교육 수준이 낮은 동네... 가 있듯이 호주도 그렇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호주라는 나라를 전체적으로 놓고 본다면, 호주인들은 대체적으로 솔직하고 편하며 따뜻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보통 인종차별이라 느끼는 것은 문화의 차이에서 온 오해이거나, 아니면 능력 차별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한국에서 비슷한 실력으로 일하는 한국인과 한국어가 조금은 어눌하고 문화를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이 있다면, 중요하거나 급한 일이면 아마도 한국인에게로 갈 것이다. 물론, 그 외국인은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하지만, 이런 건 인종차별이 아니다. 능력 차별인 것이다. 


이런 능력 차별을 받고 싶지 않다면, 죽도록 영어공부를 해서 훌륭한 영어실력을 갖추고 호주의 문화를 잘 이해하도록 노력하며, 반드시 남보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학력, 인맥, 집안, 재산 등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호주에서는 영어와 실력만 있으면 다른 어떤 조건도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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