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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Jan 11. 2022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곳

내 아들은 호주 멜번 시티 한복판의 아파트에 산다. IT를 공부하는 아들에게 인터넷 속도는 아주 중요하고, 언제 재택근무를 하게 될지도 몰라 오늘은 인터넷 속도를 훨씬 더 높이려 전화를 하니, 아파트 전체!의 속도가 너무~ 느려서 더 이상 속도가 업그레이드되지 않는다고 했다. 당연히 아들은 계약이 끝나자마자 다른 살 곳을 알아봐야 할 것이다. 도시 한복판의 인터넷이 느린 아파트에서 인터넷 속도가 빠를 수도 있는 다른 어딘가로. 그때까지 매달 95불씩 인터넷비를 내고도 재택근무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부친 컴퓨터의 그래픽 카드가 망가져 아들은 몇 천불짜리 그래픽 카드를 얼마 전에 주문했는데 오늘 관리실에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관리실은 5시면 칼같이 문을 닫았고 아들은 퇴근을 5시에야 할 수 있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주말까지 기다려서 택배를 받아야 하는데 한시가 급해서 어떻게 오늘 꼭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고 하니까, 관리실 밖에 두고 갈 테니 알아서 찾아가라고, 그 대신 도난 시 책임은 관리실에 없다고 했단다. 


나와 남편은 호주에서 둘 다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호주의 회사생활에 대해서 잘 모른다. 호주의 공무원들은 정말 느슨한 생활을 했다. 우리는 둘 다 일이 있어서 조퇴를 해야 할 때도 연차에서 시간을 제하거나 하지 않았는데, 오늘 택배를 받으러 5시까지 집에 가야 했던 회사에 다니는 아들은 4시에 퇴근을 했고, 연차에서 한 시간을 제했다. 내가 오늘 그 말에 충격을 받았듯이, 호주 공무원들이 얼마나 느슨하게 일하는 지를 알게 되면 어쩌면 많은 이들이 반대로 충격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호주 멜버른의 시티 한복판은 마약중독자들로 넘쳐난다. 도시 한복판 아파트 창 밖으로 자주 보이는 풍경은 마약중독자들이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장면, 누군가 밤 사이 바람같이 나타나 벽에 쓴 '좌파대 우파가 아니다. 위와 아래의 대적이다.' (IT'S NOT LEFT VS. RIGHT BUT TOP VS. BOTTOM) 같은 그라피티, 그 글귀 옆에 잠들어 있는 홈리스, 그다음 날 다시 깨끗해진 같은 벽, 경찰들이 돌아다니다 몇몇을 체포하는 장면들이다. 버스나 트램을 맘 편히 이용할 수도 없다. 언제 누군가가 가위를 들고 달려들어 무고한 시민의 목을 찌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4시간 상주하는 관리실,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택배 (호주는 거의 대부분 아파트 입구까지만 배달해준다), 어디서든 저렴한 가격으로 엄청난 속도의 인터넷을 쓸 수 있고, 마약의 위험에 노출되거나 마약중독자와의 조우가 거의 없는 (한국에 넘쳐나는 술 취한 사람들이 더 무서울래나?) 한국. 


한국이 더 좋다고 결코 분명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너무 편리한 많은 것을 

우리가 당연시하며 누리고 산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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