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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Jan 12. 2022

"제발 앰뷸런스 부르지 마!"

호주 멜버른 도심 한가운데서 한 남자가 갑자기 쓰러졌다.


사람들이 쓰러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서양에는 제1형 당뇨환자가 꽤 많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아마도 나는 이 사람이 저혈당이 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것이고, 아마도 젤리빈이나 포도당, 초콜릿 등 뭔가 에너지원을 찾아 주려고 할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이 쓰러진 남자도 "I have glucose in my bag."(*내 가방에 포도당이 있어요)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곧 판단을 어렵게 하는 말을 내뱉는다. "Help! I'm gonna kill myself." (도와줘요. 나는 자살할 거니까) 이 말을 들으면 이 사람이 저혈당이 온 게 아니라 어쩌면 혈당이 너무 갑자기 높아져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말한 대로 그의 가방에서 포도당을 꺼내어 그에게 주는 게 맞는 일인가? 만약 그랬다가 혈당이 더 높아져서 그 자리에서 죽어버린다면...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는 일이지만 복잡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도 지나가던 한 남자가 그를 "돕기로" 결정한다. 그는 앰뷸런스를 부르는 것 같아 보였고, 쓰러진 남자는 계속 자기 가방 안의 포도당을 말한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앰뷸런스가 도착하기 전 지나가던 경찰들 몇 명이 멈춰 선다. 경찰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은 쓰러진 그 남자에게 말을 걸고, 남자는 계속해서 자신의 가방을 가리키고, 포도당을 얘기한다. 결국 한 경찰이 그의 가방 안을 찾아보는 듯했지만 그는 여전히 포도당을 먹는 것 같지는 않다.


잠시 후,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상식적으로는 앰뷸런스가 그를 바로 실어서 혈당을 체크하면서 앰뷸런스 안에서 응급 처치하면서 병원으로 달려갈 것 같은데 아니다. 구급대원이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그는 뭔가 말을 하면서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좀 더 위로 몸을 옮긴다. 그런데 여전히 그는 길바닥에 있고 구급대원들은 계속 그와 얘기를 나누며 그의 옆에 앉아있다. 그의 다리는 저혈당이 심하게 온 사람처럼 경련이 와 휙휙 움직였다. 그는 저혈당이 온 게 거의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두들 안타깝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렇게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결국 그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나 혼자 짐작을 해 본다.


그는 아마도 갑자기 저혈당이 와서 쓰러졌을 것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가 마약을 했다고 생각해서 도와주길 꺼렸을 것이다. (호주의 도심에는 마약 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는 자신의 가방에 포도당이 있다는 걸 기억했지만 그걸 꺼낼 에너지는 없었다. 그는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 대신에 자살하겠다는 엉뚱한 (어쩌면 무의식 중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말이 튀어나왔다. (저혈당이 심하게 오면 현실과 꿈과 상상이 모두 뒤죽박죽 된다고 한다.) 지나가던 행인이 결국 그를 "도와"주기로 하고 앰뷸런스를 부른다. 앰뷸런스가 도착하고 구급대원들이 그를 실어가려고 하자 그는 "저는 앰뷸런스 보험이 없어요. 앰뷸런스 필요 없고 제 가방에 있는 포도당만 좀 먹으면 괜찮아요. 포도당만 좀 주세요."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구급대원은 혈당을 먼저 체크해봐야 한다고 했을 거고 몸에 이상이 없는지 기본 검사를 해 봐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다시 자신은 앰뷸런스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는데 구급대원은 그건 자신의 담당 영역은 아니니 나중에 방법을 찾아보자고 설득해서 겨우 그를 싣고 병원으로 향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앰뷸런스를 불러 준 행인이 고마웠을까 원망스러웠을까?


호주의 앰뷸런스는 무료가 아닌 곳이 거의 대부분이다. 퀸즐랜드에서는 무료라지만 요즘은 앰뷸런스 도착까지 6시간 정도가 걸린다니 앰뷸런스보다 우버가  빠를  같다. 호주의 섬인 태즈매니아도 무료라고 한다. 그러면 태즈매니아에 사는 사람이 퀸즐랜드에서 다쳐서 앰뷸런스를 부르면? 그럼 1,000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것이다.  주가  무료지만 자기 주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무료가 아니라는 말이다. 시드니도 한때는 무료였지만 지금은 700 이상이고 호주 시민은   정도 한다고 한다. 모든 주에서 연금 수급자나 저소득층은 무료다. (호주는 정말 돈이 많거나 정말 가난하면  살기 괜찮은 나라다!  호구는 어중간한 중산층)  아이들이 살고 있는 멜버른은 앰뷸런스 비용이 가장 비싼 주인데, 시티에서 앰뷸런스를 부르면 1,284 (요즘은 110 원쯤 된다),    곳에서 부르면 1,894, 만약 헬기로 이송해야 하면 27,000 이상이 나온다. 그러면 내가 부르지 않았는데 상대가 무조건 불렀으면 나는 지불해야 할까? 그래도 누군가가 일단 부르면 출동비 500 이상은 지불해야 한다. 내게 사보험이 있다면 앰뷸런스는 당연히 포함되는 걸까? 그렇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멜버른이 있는 빅토리아 주에는 앰뷸런스 멤버십이라는  있는데  년에 개인은 49, 가족은 98 정도 한다.  멤버십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앰뷸런스 비용을 알고 나면  년에 50-100 정도 내는  속편할 것이다. 외국인도 가입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알아두는  좋을 듯하다. 내가 앰뷸런스 비를  돈이 지금 당장 없어도 정부는 마치 과태료처럼 집요하게 청구한다고 한다. 무섭다...ㄷㄷ 


한국에 십 년 살면서 한국인들이 얼마나 쉽게 앰뷸런스를 정말! 별 일도 아닌 상황에서 부르는지를 듣고 봤다. 그때마다 한국 앰뷸런스도 비용이 좀 있으면 이런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정말 그럴 것 같다. 백만 원 이상은 아니더라도 10~30만 원만 받아도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호주처럼 무서울 정도로 말고 조심할 정도로만 말이다.


아무튼,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그 쓰러진 남자가 앰뷸런스에 쉽게 실려가지 않으려 했던 게 너무! 이해된다. 물론, 내가 상상하는 시나리오와 진짜 상황은 전혀 다를 수도 있지만 충분히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어떤 한국 운전자는 호주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차가 미끄러져 차가 완전히 다 찌그러졌지만 본인은 멀쩡하게 걸어서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상황을 본 행인이 걱정이 되어 앰뷸런스를 불렀고, 왜 멀쩡히 걸어 나오는 자신에게 한 번이라도 묻지 않았는지, 앰뷸런스 보험이 없었던 그녀는 그 행인이 너무 원망스러웠다고 한다.


자, 이제 호주에서 아픈 사람을 보면 우리는 구급차를 불러야 할까?

호주의 전문가들은 그래도 지체 없이 구급차를 불러줘야 한다고 교육한다.

하지만 그 전문가들은 돈 걱정이 없지 않을까?

그렇다고 우버를 부를 수도 없지 않을까? (우버는 부른 사람이 돈을 내야 할 테니 ㅎㅎ)


호주에 살고 있다면 앰뷸런스가 보장되는 보험이나 멤버십에 꼭 가입하는 게 좋겠다.

아니면 여행 간다면, "Don't call an ambulance. I am fine. I don't need an ambulance. Please call me an Uber."(*앰뷸런스 부르지 마요. 전 괜찮아요. 앰뷸런스 필요 없어요. 우버나 불러줘요.)를 연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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